스페인 이비자 | 병아리콩 수프
겨울의 섬은 고요했다. 스페인 이비자. 인터넷에서 검색하면 나오는 섬의 사진은 클럽과 파티로 북적였지만, 여름이 아닌 겨울 비수기의 섬은 한적했다. 스페인 여행을 계획하며 바르셀로나 외에 이비자를 택한 건 지중해 바다를 눈으로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비자에 온 걸 환영해, 여긴 처음이니?”
“응 스페인은 처음이야.”
“비수기라 해변가는 문 닫은 곳이 많겠지만, 한적하고 아름다운 이 시기에 잘 왔어.”
예약한 숙소의 매니저는 우리 부부를 반갑게 맞았다. 모스크바에 비하면 무척 따뜻한 겨울, 여름엔 덥고 습할 것 같은 숙소의 방엔 나무로 만든 칫솔, 천장의 선풍기, 라탄 테이블까지, 동남아시아의 정취가 느껴졌다. 겨울의 섬은 관광객이 드물었다. 뚜벅이 부부는 짐을 풀고 편한 옷을 입고 동네 산책에 나섰다. 거리 곳곳에 곧게 뻗은 야자수, 가까이 보이는 파란 바다, 항구에 정박된 배들 너머로 해지는 풍경이 아름다웠다.
다음 날 아침 포멘테라 섬으로 출발했다. 이비자 타운의 선착장에서 배를 타고 30분이면 도착하는 작은 섬은 제주도에서 우도를 가는 기분이었다. 지중해를 건너 도착한 섬에서 자전거를 타고 작은 해변을 향하여 달린다. 비수기라 그런지 가는 길엔 그와 나뿐, 도착한 해변가엔 여름이면 문을 열었을 음료 가게, 나무로 지어진 가게들의 흔적만 덩그러니 있었다. 한적한 모래사장을 거닐며 산책하고 다시 숙소로 돌아왔다. 추운 날씨는 아니었는데 종일 바닷바람을 쐬었더니 으슬으슬한 한기가 느껴졌다. 혹시 숙소 근처에 추천할 레스토랑이 있는지 물었다.
“사거리에 이탈리안 레스토랑 봤어? 거기 홈메이드 파스타, 수프가 정말 맛있는데.”
그의 추천을 받아 도보로 5분 거리에 있는 이탈리안 레스토랑에 왔다. 겉으로 보기엔 그냥 평범해 보여서 늘 스치듯 지나왔는데, 안으로 들어서니 딱 한 테이블만 남아있을 정도로 손님이 꽉 찼다. 칠판에 적힌 오늘의 메뉴를 보고 해산물 파스타와 리소토, 병아리콩 수프를 시켰다. 큰 그릇에 듬뿍 담겨 나온 수프엔 병아리콩이 가득 들어있었다. 양배추를 듬뿍 넣은 채소 육수는 달큼하면서도 속이 편안했다. 알맞게 익은 병아리 콩도 맛있다. 아, 역시 몸이 으슬으슬할 때는 따끈한 국물을 먹어야 해.
* Restaurante Il Giardinetto – Ibiza | 07800 Ibiza, Balearic Islands, 스페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