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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희 Oct 05. 2024

얍!

2024. 10.02.

어제는 가족들과 근처 공원에 갔다. 그늘에 돗자리를 깔고 앉아 치킨을 먹고, 범준과 함께 '탐험'을 떠났다. 우리는 항상 주제를 바꿔가며 탐험을 하는데, 준비물은 언제나 야구모자와 선글라스다. 어제 떠난 탐험의 주제는'저 넓은 잔디광장을 건너면 무엇이 나올까?'였다. 잔디밭을 건너니 좁은 자전거 도로와 돌계단이 나타났다. 계단 아래로는 징검다리를 통해 건널 수 있는 하천이 보였다.


"과연 네가 이 다리를 건널 수 있을까?" 범준이는 "할 수 있어!"라고 주장했다. 둘이 손을 꼭 잡고 건너는데 중간쯤의 징검돌 사이의 간격은 매우 넓어 범준을 안아서 건넜다. 건너편에서 조금 놀고 다시 건너오려니 예의 부담스러운 간격이 나타났다.   


"아무래도 내가 너를 안아야겠지?"


"아니야! 할 수 있어!"


나는 멈춰 고민했다. 요즘 나는 '안티프래질', '적당히 위험한 놀이의 이점'에 대해 고민 중이다. 과잉보호와 안전 지상주의가 아이들의 발달을 저해하고 있다. 하지만 넓적한 징검다리 아래의 물은 얕고 더러웠다. 범준이 건너다가 삐끗하여 물에 빠지면 피부염에 걸리거나 혹시라도 저 물이 입에 들어간다면 감염을 일으킬 수 있.....


"얍!"


내 사고의 흐름이 끝나기도 전에 갑자기 범준이 "얍!" 기합소리를 내며 오른쪽 다리를 앞으로 뻗었다. 손을 잡고 있던 나는 덩달아 휘청 함께 다리를 건넜다. 건너면서 보니 실제로도 범준의 다리 길이만큼이나 넓은 간격이었다. 등 뒤로 식은땀이 흘렀다.


"와 넌 정말 씩씩하구나! 난 깜짝 놀랐어!"


범준은 시크하게 대꾸했다.


"나 다리 길지?"


우리는 돌다리를 2번 더 왕복했다. 이번엔 처음부터 끝까지 건너는 내내 기합 소리를 넣었다. 얍! 얍! 얍!


그렇게 일요일을 보내고 다시 돌아온 월요일 출근길. 운전대를 잡고 이런저런 상념 속을 헤매는데 갑자기 범준이의 "얍!"소리가 들렸다. 오늘 아침 내 머리를 채운 상념의 대부분이 두려움 때문이란 걸 깨닫자, 눈앞이 흐려지고 눈물이 조금 났다. 내가 이 난관을 무사히 건널 수 있을지 모르겠어. 하지만 겁이 날 때마다 너의 기합 소리를 기억할게. 얍! 얍! 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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