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두려워하던 수영을 하게 되었다.
추석 때 가족들과 호캉스를 갔는데 1년간 수영을 배워왔던 엄마의 도움으로 난생처음 잡아주는 손을 놓고 혼자서 물에 둥둥 뜨게 됐다.
물속 구경한다고 생각해. 편안하게 둥둥 떠봐.
엄마 손을 꽉 잡고 가다가, 점점 손에 힘을 빼고, 손가락 끝만이라도 걸쳐서 애처롭게 의지하다가, 결국 손을 놓았다.
처음으로 완전히 놓았을 때 공포스러운 한순간이 슬로모션처럼 지나갔다.
그리고 신기하게 찾아오는 평안함을 만났다.
손을 놓아도 뜨는구나.
인생에는 타이밍이 있다고 생각한다. 원래 물속에서 튜브를 끼고도 발이 땅에 닿지 않으면 벌벌 떠는 정도였다. 그렇게도 물을 두려워하다가 근래 몇 년간은 너무 더운 여름 물속에서 나도 신나게 놀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올해 초부터 배워야지 ~ 했는데 열망과 기회가 만나 드디어 9월에 나만의 수영 탄신일을 맞이하게 되었다.
숨도 쉴 겸 머리를 든 채 앞으로 나가는 수영이 가장 하고 싶었으나 근력과 코어 힘이 부족한 나로서는 너무 어려운 일이었다(개헤엄이란 그렇게도 어려운 것!).
그래도 온몸이 온통 물속에 빠져서 두둥실 떠오르는 경험은 실로 근사한 것이었다.
태어나 처음으로 온전히 나 자신만으로 물에 둥둥 떠올랐으니까.
아직도 새롭게 경험하고 느낄 수 있는 게 무궁무진할 거라는 쾌감에 마음이 찌릿하면서도 저릿해왔다.
고이기 싫었는데 추동력을 얻은 듯한 감각적인 느낌.
공기보다 무겁지만 촉촉하고 부드러운 물을 팔로 가르는 행위에서 느껴지는 유연한 무게의 편안함.
발을 아무리 열심히 차도 나무늘보처럼 조금씩만 전진하는 나를 지각할 때 터지는 웃음.
여러모로 좋았다.
내가 원할 때 그걸 할 수 있게 되는 것은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나를 사랑하게 되는 인생의 기적 같은 타이밍이 아닐까, 하고 온통 빠져들었다.
긴 시간을 가지고 조금씩 수영의 세계를 넓혀가고 싶다.
아직은 물에 떠서 발차기만 해서 앞으로 나아간다. 손을 움직이면 숨이 차서 멈춰야 한다. 그래도 재밌다. :)
수영은 삶이 생생하게 느껴져 재밌는 운동이다. 끊임없이 파닥거리니까 심장이 가까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