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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솔림 Jun 08. 2024

오늘 어떤 양말을 신었나요?

 평소 옷을 입을 때 가장 고민되는 순간은 상하의를 모두 갖춰 입고 마지막으로 양말을 골라내는 순간이다. 그렇다고 해서 특별한 양말을 신는 것도 아니고 사실 고민한 것에 비해 단순한 양말을 집어드는 편이 많지만 어쩐지 옷을 입을 때에 나도 모르게 가장 신경이 쓰이는 순간이다.


 이 구역의 무나니스트답게 무채색으로 옷을 입을 때가 많은데 어쩐지 양말을 고를 때는 무나니스트 타이틀을 떼고 답지 않게 조금 과감해지기도 한다. 단순한 디자인의 종아리 절반정도 오는 기장의 치마를 입었을 때는 꽃무늬 양말이나 또는 컬러풀한 양말을 신는다던지, 때로는 시스루 스타일의 양말을 신는다. 남이 보기엔 과감이라는 표현에 걸맞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이 정도로도 나에게는 꽤나 과감한 도전이 된다. 사실 가장 과감해질 때는 양말이 보이지 않는 긴바지를 입었을 때이다. 아무도 내가 무엇을 신었는지 모르니 그때만큼은 더 알록달록해지거나 유치할 수도 있는 프린팅이 있는 양말을 즐겨신곤 한다.


 옷장 서랍 한편에 비슷한 듯 다른 양말이 수두룩 쌓여있으니 이 정도면 양말을 좋아하는 편이라고 할 수 있을까? 남들보다 조금 더 관심 있던 양말, 그렇지만 좋아하고 관심 있을 뿐 깊게 알고 싶다는 생각은 없었던 양말. 양말에 대해 조금은 어설프고 애매한 기준을 가진 내가 양말가게에서 일을 하게 되었다.


 좋아하는 동네인 서촌에 위치한 양말가게에서 벌써 두 달 정도 일을 하고 있다. 양말을 좋아하기에 큰 어려움은 없을 줄 알았는데 아무래도 첫날 양말에 대한 교육을 받을 때 머리가 조금 어질 했다. 세상에는 내가 모르던 양말의 재질과 종류, 그리고 무척이나 다양한 사이즈들이 있었다. 침착하게 머릿속으로 하나하나 주입하며 외워나갔다. 첫날이다 보니 손님을 응대하는 데에 조금 떨리기도 하고 실수할까 봐 긴장이 되기도 했지만 아무래도 매장에 진열되어 있는 양말의 종류가 한정적이다 보니 금세 적응이 되었다. 차츰 긴장은 덜어내고 먼저 다가가 양말에 대해 소개를 하기도 하고 질문에 대해 곧잘 대답을 하기도 하였다.


 며칠 일을 하다 보니 새삼 놀란 점은 그동안 나는 양말을 자주, 많이 구매했지만 양말을 구매할 때 단 한 번도 여름에 신기엔 더운지, 발목의 길이감이 어느 정도 오는지, 사이즈가 맞을지에 대한 물음을 가진 적이 없었다. 그런데 매장에서 일하다 보니 위에 나열한 질문들을 종종 받곤 하는데 그럴 때마다 내가 생각지 못하고 지나치던 것들을 궁금해하는 것에 대해 놀라곤 하였다. 같은 질문이 반복되니 이제는 먼저 사이즈를 물어보고 양말을 추천하기도 하고 손님이 좋아할 만한 양말의 재질이나 평소 좋아하는 스타일에 맞춰 추천을 하기도 한다.


 이전에 생활용품 편집샵에서 일할 때는 손님이 들어올 때 저마다의 분위기가 느껴지곤 했는데 양말 편집샵에서 일할때에는 손님이 들어오면 나도 모르게 손님의 발에 시선이 가곤 한다. 내가 좋아하는 브랜드의 양말을 신고 오는 손님이면 취향이 금방 파악되어 추천하기도 쉽고 또 손님의 동선을 가만히 지켜보다 내가 조금 더 애정하는 양말을 집어들 때면 묘한 쾌감이 들기도 한다.


 누군가는 신발을 신으면 어차피 보이지 않는 양말인데 뭣하러 신경을 쓰는지 이해가 잘 가지 않는다고도 하지만 나처럼 보이지 않기에 더 공들이는 사람들도 있다. 이제 겨우 두 달 차 신입이지만 앞으로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진 더 많은 손님을 만나고 싶다. 보이든 보이지 않든 자기만족을 위해 공들이는 더 많은 사람을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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