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차 - 사직서를 꺼내기 전, 인사담당자에게 털어놓다

by 강호연정

오늘의 증상 : 여전히 잠을 잘 못잠. 속 쓰림이 생김. 신경성 위염이 도진 듯. 얼굴은 울긋불긋. 못생겨 죽겠네요. ㅠ


의사선생님의 조언대로 일을 망치고 싶었지만,,,,

역시 이것도 타고난 기질인지라

오늘도 있는 힘 없는 힘 다 짜모아 열심히 일하고 말았습니다.

속은 쓰리고, 정신은 아득하고, 사무실은 답답하고....

점심시간에는 밥도 안먹고 근처 공원에서 멍을 때렸죠.

아마도 어디 아픈 사람으로 보였겠지요.


오늘도 내 사고로는 이해안되는 팀장의 여러 지적질에 분노에 이르렀다가

그래도 일이 되기는 해야 한다며, 미친듯이 처리하고

상냥한 지인의 조언대로(이대로 그만두면 너만 성격이상자로 보인다!며)

인사담당자와 상담을 했습니다.


뭐, 예상은 했지만

권고사직은 거의 불가.

권고사직이 되려면 방송에 나올 정도로 뭔가 큰 비리를 저지르거나

어마무시하게 일을 망치거나 등등이 되어야 하는데

은근 소심한 저에게는 은행강도가 되는 것 만큼이나 난이도가 있습니다.


그래도 상냥한 인사담당자는

제 일이 비정상적으로 많으며,

일을 매우 잘 처리하고 있지만 조력자가 필요하며

요즘 매우 위험해 보인다는 것(아파보인다는)을 알고 있었고, 이해도 해주었습니다.


'내가 정신병자나 성격파탄자라서 그런게 아니라고!!!"

사실, 저처럼 우울증이나 스트레스성 질환을 앓고 있는 많은 분이 그런 생각을 하실 것 같습니다.

우리 탓이 아닙니다!!!!

대체로 너무 열심히 살았고,

감기 걸린게 죄가 아니듯 죄가 아닙니다!!!

그렇게 믿고 싶네요.


일단 윗분들은 저의 업무 성과에 만족하고 있다고 하니, 회사에 잘리는 것은 불가할 것 같고

대안은

1. 정말 힘들어 보이니 일단, 병가를 1~2달 써본다.

2. 업무조정을 요청한다. (1인이 하기에는 너무 많아 보인다고. 더불어 제가 완벽주의자라며, 좀 내려놓으라고.......난 할 일을 했을뿐인데 언제 완벽주의자가 된 거냐고!!!!)

3. 무급 휴직을 해본다(회복할때까지. 그동안 팀장도 다른 곳을 발령날 수 있음).

4. 그래도 무조건 사직을 한다(단, 실업급여는 안 됨).


머리가 복잡하고, 숨 쉬기가 힘드네요. 도망만 가고 싶습니다.

이 나이에 그랬다간 나중에 후회할 것 같고, 그대로 있어도 후회할 것 같고.

선택이란 늘 어려워요.


오늘은 잠이나 푹 잤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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