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이 무서운 이유
'바보'라는 칼날에 베이다
오늘의 증상 : 하루 종일 무기력. 식욕 없음에 이어 폭식 증상 발생. 간헐적 이명 현상 지속.
이틀이나 글을 쉬었습니다.
회사만 그만두면 다 나을 것이라 생각했어요.
하지만 역시 우울증은 그리 간단한 병이 아닌 것 같습니다.
병가 후 산책하고 운동하고 글을 쓰고 햇볕을 쬐는 등
열심히 살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가능한 한 규칙적인 생활을 하고 균형 잡힌 식사도 했지요.
그런데 그럴 때가 있잖아요. 맞는 말인데 자꾸 들으면 그것조차 상처가 될 때.
오랜만에 만난 지인들은 저를 걱정하며 말했습니다.
"회사에서 그런 취급을 받고 일하다니 너는 바보다"
처음에는 그저 위로하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반복되는 '바보'라는 단어는
칼날이 되어 저를 찌르고 있었습니다.
마치 지난날의 모든 노력이, 버텨왔던 시간이
아무 의미 없었다고 말하는 것 같았거든요.
결국 나만 바보같이 살았다는
잔인한 진실을 마주하는 것 같아서 완전히 지쳐버렸습니다.
저도 제가 '바보'인 것을 알지만, 어쩌라고요!
그래서 이틀 동안 세상과 단절했습니다.
전화도 받지 않고 글도 쓰지 않고
그저 침대에 누워 생각하고 잠들고를 반복했죠.
해답은 보이지 않았고,
오히려 점점 심연의 바닥으로 가라앉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더 이상은 안 될 것 같아, 그냥 생각을 그만두기로 했습니다.
침대에서 박차고 일어나 매운 카레를 한 냄비나 만들어 폭식했습니다.
혀가 얼얼해질 정도로 뜨겁고 자극적인 맛이 텅 빈 마음을 채우는 듯했어요.
마지막으로 뜨거운 차를 내려 두 손으로 컵을 감싸 안으니,
그 따뜻한 온기에 죽은 것 같던 마음에 조금씩 온기가 돌았습니다.
우울증에 걸려보지 않은 사람들은 "마음을 편하게 먹으라"라고 위로합니다.
하지만 애당초 마음이 편하게 먹어지지 않는 것이 바로 우울증인 것 같아요.
병원에서는 1년 이상 치료를 권고했습니다.
지난주만 해도 생각했어요
"나는 건강한 사람이니, 그 이상한 사람만 벗어나면 3~6개월이면 충분할 거야."
아무래도 우울증이라는 녀석을 너무 만만하게 봤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지금 깨달은 건, 조급해하지 않고
이 길고 힘든 싸움을 온전히 마주하는 것.
그것만이 제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라는 것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