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도시’ 프레임을 걷어내니, 살기 좋은 도시가 보였다
오늘의 증상 : 어제 수면제 없이도 숙면. 한 번 깨긴 했지만 나쁘지 않은 밤. 그러나 낮에는 종일 피곤함.
간헐적 이명은 계속되고, 과민성대장증후군 증상은 더욱 심해짐. 병원 예약을 고민 중.
제가 아프다는 소식을 듣고
일하랴 애 키우랴 정신없이 바빴던 친한 동생이
오랜만에 시간을 내어 우리 동네까지 찾아왔습니다.
우리가 처음 만난 건 전전전 회사.
이젠 만난 지 13년이 넘었으니,
세월이 참 무심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함없는 정을 느낄 수 있다는 건,
살면서 얻는 축복 중 하나겠죠.
우리가 만난 장소는 롯데백화점 동래점.
먼저 와 있던 동생이 둘러보다가 말했습니다.
“언니, 여긴 진짜 어르신들이 많다!”
그전엔 의식하지 못했는데
동생 말에 따라 둘러보니 정말 그렇더군요.
식당에도, 카페에도, 심지어 의류 코너에도
백화점의 대부분 공간을 어르신들이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여긴 오래된 동네니까.”
저는 그렇게 설명했습니다.
생각해 보면, 제가 사는 곳 '동래'는 참 유서 깊은 동네입니다.
이 도시에 ‘부산’이라는 이름이 붙기 전부터 ‘동래부’로 번성했고,
온천이 있어 일제강점기엔 일본인 관광객들의 휴양지였고,
1980년대엔 대형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면서
남천동과 더불어 부산의 '교육 1번지'로 자리 잡기도 했죠.
그 시절을 살아낸 어르신들이 지금도 그대로 이곳에 머물고 있으니,
자연스레 노년 인구 비율이 높아질 수밖에요.
그런데 말입니다.
살아보니 우리 동네는 노인뿐 아니라 누구에게나 살기 좋은 곳이에요.
지하철 1호선이 중심을 가로지르고,
그 아래로는 온천천 산책로가 있어
아침부터 저녁까지 운동하는 사람들로 북적입니다.
주변엔 병원이 넘치고, 백화점과 마트, 영화관까지 다 있고요.
이렇게 살기 좋으니, 어르신들도 당연히 계속 살고 계신 거겠죠.
부산시는 요즘 ‘노인 도시’라는 이미지를 벗고 싶어 안달입니다.
젊은이, 어린이 중심 정책을 더 많이 내놓고
노인 관련 이미지를 좀 희미하게 하려 해요.
하지만 저는 생각이 좀 다릅니다.
노인이 살기 좋은 도시란 결국
모든 세대가 살기 좋은 도시 아닐까요?
『예기(禮記)』 「예운(禮運)」편에는
공자가 그린 이상적인 사회 '대동사회(大同社會)'에 대해
묘사한 구절이 있습니다.
"老有所終,壯有所用,幼有所長。
" 노인은 그 생을 편안히 마치고, 장년은 쓸 곳이 있고, 어린이는 잘 자랄 수 있다.
이 말이 딱 지금의 부산이 지향해야 할 방향 아닐까요?
저처럼 아픈 사람에게도,
아이를 키우는 부모에게도,
노년의 삶을 준비하는 이에게도
편안하고 따뜻한 도시.
단 하나, 일자리만 좀 더 있다면 더 바랄 게 없겠지만요.
(이건 맨날 하는 소리라 이제 지겨울 지경…)
이제 '노인과 바다'의 도시 부산을 볼 때면
다른 모습을 한 번 생각해 봐주세요.
그 말속에는 사실 ‘누구나 살기 좋은 도시’라는
뜻이 숨어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