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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수연 Jan 06. 2021

노동자로서의 창작자

<보면 뭐하니>4화 - MBC드라마국 강인PD, 스튜디오드래곤 유종선PD

팟캐스트 <보면 뭐하니> 4화는 드라마PD  분과 함께했습니다. MBC 드라마국의 강인PD, 스튜디오 드래곤 소속의 유종선PD님인데요, 강인PD님은 <나를 사랑한 스파이>, 유종선PD님은 <60 지정생존자> 각각 연출한  (PD님은 공동연출) 지금은 잠시 숨고르는 시간을 가지는 중이셔서 여유롭게 대화를 나눌  있었습니다.

이분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제가 ‘만드는 사람들 만나는 팟캐스트를 만들고 싶다고 생각했을  그리던 그림이 단어로 바뀌어 떠올랐습니다. 그것은 ‘노동자로서의 창작자라는 말입니다.

방송국에서 ‘예술이라는 말은 보통 부정적인 의미로 많이 쓰입니다.  “,  무슨 예술하냐?”라거나, “예술 하고 앉아있네라거나, “우리가 무슨 예술을  것도 아니고등등의 용례가 있습니다. 그러나 프로그램을 만들면서 ‘예술하고 앉아있는순간은 분명히 있습니다. 모든 스탭들에게 있습니다. 저는 사실, 모든 직업인들에게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엑셀 표를 만드는 일에도, 영업사원의 말기술에도, 보고서를 쓰거나 주사를 놓거나 음식을 만들고 설거지를 하는 일에도 분명히 어떤 예술적인 순간이 있을 거라고, 제가  해보지는 않았지만 어렵지 않게 추측할  있습니다. 그런데  그런 ‘예술하는 마음 자조하면서 ‘우리가 무슨 예술가냐?’라고 부정할까요. 저는 그것이 우리 나름의 ‘멘탈 관리라고 생각합니다.

유종선PD님이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드라마를 만드는 일은 서로 이야기를 많이 나눠야 하는 작업이다. 특히  일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직업 특성상 세심하고 예민한 성정인 경우가 많다. 이들과 마음을 열고 소통해야 한다. 자신을 개방해야 한다. 생살을 내밀어 놓고, 스치기만 해도 다칠 정도까지 드러내 놓고, 그러나 상처를 받으면  된다. 직업인이니까. 서운한 말을 주고받아야 하는 상황이 너무 많은데 ‘서운하고 억울하다’, 혹은 ‘ 사람이 나한테  이러지?’ 이러기 시작하면 답이 없다.”

강인PD님은 이렇게 얘기합니다.

드라마를 만들고 있을 때도 생활인으로서의 감각을 잃지 말아야 한다. 전에는 내가 만드는 이야기에  빠져 있으면 ‘작품   있을  알았는데, 균형있게 시야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뒤늦게 든다. 드라마 말고도 내가 살고 있는 사회에 대해, 내가 모르는 것들에 대해 알고 싶어하는 마음을 유지하는 , 그런 밸런스가 필요하다.

김소영 선생님의  <어린이라는 세계> 나오는 문장, ‘나는 아이들을 사랑으로 대하지 않는다 인용한  PD님이었습니다.

아이들을 사랑으로 대하지 않는 이유가 ‘마음의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하더라. 그래서 이성으로 대한다고.
드라마PD 그런  같다. 내가 만드는 이야기, 함께 일하는 사람들을 사랑하려고 노력한다. 사랑하지 않으면 동력이 생기지 않기 때문에, 어떻게든 사랑하는 상태까지  마음을 끌어올린다. 그래서 사랑하게 됐는데, 사랑해야 하는 사람이 너무 많은 거다. 그러다 마음이 ‘달리게된다.

아이를 이성으로 대한다 말하는 마음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PD님들은 ‘어른스러운 태도’, ‘멘탈 관리라고 표현했습니다. 저는 ‘내가 무슨 예술가도 아니고라고 자조하면서도 예술을 하던 많은 직업인들이 떠올랐습니다. 그것은 창작자가 가진 노동자로서의 면모였습니다. 사랑하되 이성으로 대하고, 생살이 드러나도록 오픈하되 상처받으면  되고, 하루 16시간을 이야기 속에 머무르면서도 바깥 세상에 대한 관심을 놓지 않는, 이런 말도  되는 균형감이 필요한 이유는 우리가 노동자인 창작자이기 때문이었습니다. 노동자이기만  노동자가 아니라 예술가이고 싶은 노동자이기 때문입니다. 예술의 속성  하나가 순수한 몰두 아니던가요. 우리 모두에게는 지금 하고 있는 일에 몰입하고 싶은 마음, 아름답고 완성도 잎게 일을 해내고 싶은 마음, 상품보다 작품을 만들고 싶은 마음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어디 세상이 우리를 그리 하도록 내버려 두던가요. 우리는 노예에게 생업을 맡길  있는 그리스 귀족이 아닌걸요. 그러니 멘탈 관리가 필요할 수밖에요.  안의 예술가를 깨웠다가 잠재웠다가, 적절하게 다독여 가며 일을 하느라 괴로운  내가 아직 창작자/예술가로서의 존엄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증거가 아닐까 합니다

 드라마PD들에게 멘탈 관리의 괴로움과 나름의 노하우를 들었습니다. 재미있으면서도 눈물겨운 이야기였습니다. 노동자로서의 창작자, 월급받는 예술가들을 많이 알고 있습니다. 팟캐스트 <보면 뭐하니>에서 앞으로  명씩 차근히 소개해 드리고 싶습니다.


덧.

4화에서는 드라마 <나의 아저씨>에 관한 조금은 묵직한 질문도 던져보았습니다. 흐름상 갑자기 훅~ 딥해지는 느낌이 있어서 끝부분에 따로 빼 놓았으니, 궁금하신 분들은 마지막까지 들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 팟캐스트 <보면 뭐하니>는 MBC 라디오국 장PD와 예능국 항PD가 진행하는 컨텐츠 리뷰&제작진 인터뷰 방송입니다.

 팟빵과 팟캐스트, MBC 인터넷 라디오 mini에서 들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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