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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nA Aug 14. 2024

읽자. 익자. 읏짜

프롤로그

팔자에 없는 줄 알았던 '시간'이 생겼다.

방금 내린 커피 한 잔 앞에 놓고, 한국에서 이고 지고 온, 먼지 쌓인 책 털어 읽자꾸나. 얼마나 고대하던 시간인지. 그런데 혼자는 영 재미가 없다. 내 생각은 어쩌네, 니 생각은 저쩌니 툭탁툭탁 거려야 머릿속에 남는 법인데 말이다.  오기 전에, 한국에서 모임에 오랫동안 참여했었다. 그 모임을 만드신 분은 내가 참 좋아하는 분인데, 그분의 스타일을 좀 따라 해보기로 했다. 너무 비장하지 않게, '아니면 말고'의 마음으로 가볍게 책모임을 시작해 보자. 청혼도 아닌데, 거절 좀 당하면 어때.

저랑 책 읽으실 분?

여기 와서 만난 한국인 친구들에게 무작정 물었고, 그 중1명의 친구가 호응했다.

할렐루야!

그렇게 시작된 'Chandler Book Club'.

Mary Ann Shaffer의 'The Guernsey Literary and Potato Peel Pie Society' 처럼 그럴듯한 모임 이름을 지어보고 싶지만, 4년째 계속 아이디어만 공모 중이다. 


처음 2명이, 3명이 되었다가, 5명이 되었다가, 다시 3명이 되었다가, 지금 현재는 4명의 회원이 함께 책을 읽고 있다. 내가 집을 잘 뜨지 않는데 신통방통하게 책 좋아하는 분들과 연이 닿아  이어가고 있다. 처음 책 읽기를 함께 시작해 준 친구는 계획했던 시간을 채우고 한국으로 돌아갔다. 같이 책 읽기를 잘했다 싶었던 때가 언제였냐 하면, 이 친구가 한국에서도 서점이던 도서관이던 책을 보면 내가 생각난다고 했을 때. 책을 볼 때마다 생각나는 사람이라니... 책 모임이 주는 설레는 보너스다.


책은 영어 원서를 읽기로 한다. 이유는 세 가지다. 하나는 미국에 있는 관계로, 여러 인원이 같은 한국어책을 조달하기가 쉽지 않다는 이유이고, 또 다른 하나는 원서읽기가 영어 공부를 하는 가장 좋은 방법 중에 하나라는 점이며, 마지막으로 작가의 문화로 쓰여진 문장을 누군가의 번역 전에 있는 그대로 경험할 수 있어 좋기 때문이다. 종종 영어의 난이도 걱정하시는 분들이 모임에 참여를 주저하시곤 했는데, 우리 모임은 난이도에 연연하지 않는다. 읽고 싶은 책은 그냥 일단 도전한다. 초등권장도서부터 뉴욕타임즈 베스트셀러까지 다 아우른다. 우리에겐 많은 번역 앱이 있고, 또 대화형 AI도 있다! 참고로, 얼마 전엔 '이기적 유전자'도 원서로 완독했다. 우리는 완성형이 아니라, 진행형이고, 고급형이 아니라 보급형이다.


책을 읽는 방법은

일단, 한 권을 골라_순번을 정해서 순서가 된 회원이 책을 골라 온다_일주일에 약 50~100쪽 사이의 분량을 각자 읽고, 매주 금요일 모인다.


이야기를 나누는데 특별한 형식은 없다. 연령대가 다양한 회원들이 각자 다른 삶을 바라보는 창을 통해 해석하고 느낀 것을 나눈다. 옳고 그른 것은 없고, 너와 내가 있고, 위로와 격려가 있다.


이제부터는 여기서도, 

함께,


읽자. 익자. 읏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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