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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려 8할이라고라고라?

by MoonA
하나님이 너를 절벽에서 미는 이유는 너에게 날개가 있음을 알려주기 위해서야.


교회를 다니는 친구가, 교회를 다니지 않는 나에게 보내준 문자였어. 이혼으로 가정 법원과 변호사 사무실을 동동거리며 다니던 시절.


지금도 어려운 일이 생기면 등짝이 근질 근질 날개가 솟아나오는 상상을 하지.


'모든 종교는 구라다'의 저자 송상호 목사님이 말했듯이, 나도 반종교인 혹은 무종교인일 수는 있지만 비종교인은 아닌 것이지.




현재 대한민국 개신교의 8할 정도가 극우화되어-김다모네 목사님이 MBC 뉴스 하이킥에 나오셔서 한 말씀- 불법계엄을 선포한 내란수괴 대통령을 지지하고, 헌법을 무시하고, 헌법기관에 침입점거하고, 기물을 파손하고, 판사를 협박하려고 했던 폭도단을 선동하는 집단이 되었어.


나는 아주 어릴 적부터 기독교, 사실은 여러 종교를 기웃거리다 결국엔 어느 하나에도 안착하지 못했지. 이유는 간단해. 좋은 사람이 되는 방법을 찾고자 했던 건데, 성경이 얼마나 진실에 기반한 건지-"물로 포도주를 만든 게 얼마나 대단하니" 이러면서-, 천국이나 지옥이 실제 존재함을 우긴다던지-지금을 어떻게 잘 살지가 궁금한 나에게-, 각자의 신들의 탄생설화가 실제 있었던 일이라고 한다던지 하는 사람들 덕에 마음을 붙일 수 없었어. 좋은 사람이 되는 방법이 잔뜩 쓰여있는 몇 페이지 몇째 줄 이런 거였음 나 정말 전도되었을 텐데 말이야- 어릴 땐 성향상 (TJ) 논리 혹은 증거가 없는 것을 잘 믿지 못하는 애여서 그런 건데, 나이가 들면서 더더욱 종교를 멀리 하게 된 건, 교회를 우연한 기회에 갈 때마다 혹은 그 밖에서라도 그들끼리 모여있을 때면, 어김없이 자기들끼리 세운 왕국에서 권력서열을 정하고 군림하고 굽실거리는 모습을 본 거였지.

종교라는 것에 기대가 컸는지 몰라도 나는 서로 존경하고 존경받는 모습을 기대했거든. 신호등의 빨간불도 권력이라면, 좋은 사람이 되고 싶은 순수동기를 돕는 정도를 해주는 권력에는 내가 열려있었는데 말이지.


오늘 등록한 새 신자가 다음 주에 모습이 보이지 않는 것이 속상한 건 그 신자가 믿음을 잃고 길을 잃은 양이 될까 봐서가 아니라 옆동네 교회로 가서 헌금이 줄어서라던가 하는 것 같은, 그런 잔잔한 정 떨어지는 일들이 쌓이고 쌓여서 결국 포기. 나도 나름 종교를 향한 구애를 꾸준히 시도했어. 멋모르고 친구따라 갔던 교회에서, 목사가 등에 피가 날때까지 신도들 등짝을 때리며 할렐루야를 외치는 그 기괴한 광경에 혼비백산한 후로도 꽤 오랫동안 시도했어.


와중에도 언제나 성경은 서랍에 있었어. 울림이 있는 잠언 같은 것들은 좋았거든. 결국 나는 그냥 나 스스로를 믿기로 했어-동학에서는 사람이 곧 하늘이라고 했다며? 불교에서도 부처가 곧 나라고 했다며? 예수님도 이웃(사람) 을 살피는게 하늘을 살피는거라고 했다며?-앞과 뒤가 같고, 정의롭고, 욕심이 좀 덜 드글거리고, 자주 남을 생각하는 사람이 되고 싶은 내 의지를 믿는게 낫겠다 싶었지. 명심보감, 탈무드, 잠언들을 읽으면서 좋은 사람이 되려 애썼지.


증명불가능한 걸 덮어놓고 무조건 믿으라고만 하지 않는다면 종교가 불안과 두려움을 해소하고 마음의 평화를 찾는데 도움이 된다는 것에는 동감해. 최재천 교수님이 말씀하셨듯이, 신-절대적 내 편-이 있다고 믿을 때, 우리의 숨겨진 능력이 더 잘 발휘되는 것에도 동감해. 다만 그 위안을 얻기 위해 맘 편히 출석할 수 있는 곳이 좀 남아있기를 바랄 뿐이지.


자, 여기까지는 종교를 향한 나의 사고를 형성하는 과정이었어. 그것이 나의 영역을 침범하지만 않는다면 우리는 평화를 유지할 수 있었어. 내가 그들에게 안 가면 쉽게 해결이 되었지.


그런데 말이야, 사회구성원들의 일상을 흔들 만큼 위협적인 태도와 규모가 되어버린 현재 대한민국 8할의 기독교 세력들이 교회 밖을 나와 이제는 광장에서 이웃을 죽이자고 고래고래 외치고 있잖아, 지금.


그들 또한 권력에 눈먼, 인간이 만들고 속한 다른 사회 시스템들과 다르지 않다는 말 맞는 말이야. 종교도 결국 미숙하고 나약하고 우매한 인간이 만들고 소속된거지.

그런데 말이야... 인간들이 만든 시스템안에 있는 것들, 예를 들면, 기업은 대놓고 이윤추구를 목표로 이윤을 창출하는데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지. 정치는 대놓고 권력추구를 목표로 권력을 창출하는데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지. 종교집단은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창출해야하는 목표가 뭐야? 참된 인간이 되는 방법을 실천하고 방법을 전파하는거지? 그래서 그 비영리성과 공익성과 청빈성을 근거로 세금도 면제해주고 하는거지?

그런데 말이야...기업보다 정치보다 더 돈과 권력에 집착하는 집단이라는게 나는 토나온다는거야. 종교인들도 굶을 수는 없지 않냐고?지금 그들이 겨우 굶지 않고자 하는 짓들로 보이지는 않잖아?적어도 예전엔 인류애를 추구하는 척이라도 좀 하더니 요즘엔 나가도 너무 나갔잖아.

게다가 이젠 그들이 우리의 일상을 흔들고 있잖아. 헌법 재판관들을 밟자고 노래를 하는 목사를 보고 있자면, 저게 인간인가 싶어. 한쪽에서는 그들이 그냥 사이비라서 그렇단다. 그들이 사이비라고 말하면 좀 나아? 사이비면 종교가 아니야? 교세를 확장하고 권력을 쥐는 것에 매몰하느라, 자기 스스로를 무오류라 주장하는 건 사이비만의 행태일까?

이젠 광화문과 여의도라는 활짝 열린 공간이, 그날 내가 혼비백산해서 탈출했던, 신도의 등짝을 후려치는 간증집회의 공간으로 바뀌었어.


왜 가만히 있는 내 일상을 건드리냐고. 확 마.


어제도 길에서 마주친 한 분,

"예수믿고 구원받으세요."

정중히 거절했는데 연거푸 따라오며 내 손에 예수님의 말씀이 적힌 손부채를 쥐어주려고 했어. 정중히 거절하고 걸어가는데, 몇번이고 몇번이고 따라오면서 그러시더라. 몇번이고 몇번이고 정중히 손부채를 거절했지. 미국인 남편이 그녀의 그 행위가 참 폭력적이라고 하더라.

'No means No'인데 왜 그 사람들은 그게 이해가 안되나라고 묻더라.


나는 한국에서 예수를 믿어야 구원받는다는 이 약팔이같은 말을 평생 들었지. 길에서 책에서 TV에서 지하철에서. 저런 폭력에 시도때도 없이 노출되어 살았고, 그래서 무뎌졌나봐. 그게 폭력이라고 생각한 적이 없었어. 나도 어쩔 수 없는 그 사회 구성원.


세상에서 자식을 제일 사랑하는 부모의 가장 큰 프로젝트는 그 자식이 연결된 끈을 끊고 세상 밖에서 성공적으로 홀로서기를 하도록 돕는 것이잖아.


신이 인간을 그렇게 사랑한다고 주장하려면,

신의 가장 큰 프로젝트도 인간이 신과 연결된 끈이 끊어져도 스스로 구원이 가능한 존재가 되도록 돕는 일이어야 한다고 믿어.

"너 나 아니면 큰일나"라는 가스라이팅 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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