뱅글뱅글 돌아가는 호빵찜기,
시선을 살짝 내리면 목욕탕 앉은뱅이 의자를 앞에 놓은 작은 게임기들,
안으로 들어서면, 종이 냄새, 방금 막 뜯은 지우개 상자에서 풍겨 나오는 향내,
딱딱한 플라스틱 지우개들은 잘 지워지진 않았지만 이뻤고, 물컹한 미술용 지우개들은 투박하지만 참말로 잘 지워졌지.
내 필통 안에는 언제나 이 두 가지 지우개가 함께 있었어. 여름날에 플라스틱 지우개들은 플라스틱 필통 안에 딱 들러붙기도 했지.
아차. 다시 호빵으로 돌아오자.
문방구에서 호빵을 파냐고? 호빵만 파나, 떡볶이도 팔고, 달고나도 팔지. 지금도 그런 문방구 있을 거야.
학교 앞 문방구만의 Spirit.
잇몸을 괴롭히는 염증 때문에 항생제를 먹으려는데 빈속에 먹으면 안 되는다는 처방에 따라 냉장고를 열었어. 1열에 보이는 호빵을 꺼내 데우는 동안 빙글빙글 돌아가는 레인지 선반을 보다가 호빵찜기가 떠올랐네.
얼른 방전되고 잊히는 이 생각을 신선할 때 적어두고 싶어 냅다 휘날려 쓰는 중이야.
묵직한 사건들 사이에 꼬깃꼬깃 접혀서 보이지 않는 작은 쪽지처럼 끼어있는 장면들이 참 사랑스러워.
달고나 연탄불 옆에 둔 신발주머니 손잡이가 다 녹아 두 손잡이가 하나로 붙어버렸던 날 엄마에게 이걸 어찌 말하나 고민하며 땅만 보고 가던 장면같은 것처럼.
그런 사랑스러운 기억들이 불현듯 떠오르면 적어. 꼬깃꼬깃 접은 쪽지를 펼쳐서 찬찬히 읽으면서 받아 적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