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치색 신발끈을 묶다가,
참 많이 '갖고 싶었던' 나를 만난다.
갈치색 운동화 한 켤레가 눈에 띄었다.
사이즈를 찾아 옆구리에 끼고, 가만히 서 있으니까 남편이 '얼만데?' 묻는다. 얼마얼마라고 대답하니, '가격 좋네'라고 한다.
몇 번을 생각하고, 몇 날을 고민하고,
담았다 뺐다 하다가, 결국 마지막엔
'그거 없어도 안 죽어~'하는
절제가 소비보다 자연스럽다, 나는.
매일 아침 부어있는 눈만큼이나 자연스럽다.
옆구리에 신발을 끼고,
장화 신은 고양이 같은 눈을 하고,
남편 옆에 서 있을 때도,
'꼭 필요한 거 맞아?'라고 언제부터 내 안에 살았는지 모를 녀석의 목소리가 들린다.
기억해보면, 그래도 한 열한 살까지는
부모님께 이것저것 사달라고 곧잘 했던 것 같은데, 철이 들고, 가세가 기울면서인가,가세가 기울면서 철이 들어서였나...
그 녀석이 내 안에 살기 시작했다.
'엄마는 너 이거 해주시려고 이것도 참고 저것도 참지. 아빠는 너 이거 해주시려고 저것도 참고 이것도 참지. 그러면 넌 어떻게 해야 돼? 진짜 필요한지 아닌지 심사숙고해야지.'
요즘, '갖고 싶어.'라고 곧잘 욕구분출하던 열한 살의 내 목소리가 그 녀석을 이길때가 종종 있다.
요즘, 남편이 내가 열한 살 즈음일 때, 부모님처럼 잘 사준다. 열 한살에 아빠가 사주신 바비인형 끌어안고 잤던 것처럼, 오늘 갈치색 신발 끌어안고 잘까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