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팔트 위에서 계란이 익겠다던 사람들의 푸념이 얼마 지나지 않은 것 같은데, 실내에서도 목이 시리다. 한국에서 챙겨 온 방한옷들은 여기 와서 고작 한두 번 입은 채로 옷걸이에 걸려 있지만, 두 해 전, 아래층 사시던 바바라 할머니가 떠주신 목도리는 자주 손이 간다. 12월이 오면.
모든 게 다 잘 될 거라고, 허스키한 목소리로 암투병의 시작을 씩씩하게 알리던 그녀가 떠나갔다.
올해,
1월에 간호공부를 하네 마네하며 학원에 전화해서 상담도 받아보고, 간호학으로 석사였나 박사였나 과정을 하고 있는 지인에게 전화해서 조언도 구했다. 하지만 나는 오늘도 내가 전화 걸어 정보를 얻었던 학원으로부터 오는 마케팅 문자를 받는 위치에 있다.
올해,
작년 이맘때 만나 부둥켜안으며 내년엔 좀 더 자주 만나보자꾸나 했던 친구랑은 전화 통화 한 번이 전부였다.
올해,
그래도 매주 한 번씩은 책을 읽고 그녀들을 만났고, 지난주까지 마흔다섯 번째 책을 함께 읽었다.
올해,
4년 전에 얼떨결에 시작했던 모기지 프로세서일, 어느 날은 즐겁고 어느 날은 괴로움을 반복하며, 목이 간질간질 건조해지면 목 축일만큼 들어오는 급여에서 오는 소소한 행복에 여전히 끌려가는 중이다.
올해,
한국에 계신 부모님을 만나러 갔던 날보다, 내년 다시 뵈러 갈 날이 더 가까워졌고, 대학생 아들은 2학년 1학기를 무사히 잘 마쳤다. 남편도 올 한 해는 심장 쿵쾅거리게 하는 병진단 없이 잘 버텨주었다. 내 몸은 내가 챙긴다며 꾸준히 운동하고 약도 챙겨 먹었다. "나는 문제없어~~~."
올해,
브런치 작가도 합격해서, 이렇게 문득문득 생각나면 자판을 친다. 내가 가장 사랑하는 일.
지난 몇 주, 일상을 잠식하는 국가적 이벤트에 정신이 홀딱 팔리고, 우뇌가 내내 화가 나있느라 도무지 그 이야기 말고는 다른 얘기를 할 수 없었다. 잠시 눈을 떼면, 끓어 넘쳐버리는 국수삶는 냄비 같은 내 나라, 민주주의에 대해서 또 진지해지는 그런 연말이다. 간밤에 허리가 여기저기 아파서 정형외과도 다녀오고, 내일은 내과도 가보실 거라는 엄마의 톡이 도착했다. 잠시 잊었던 일상에 집중해 본다. 나라의 허리만큼이나 엄마의 허리도 중요하니까.
내년엔,
환갑에 도달하여도 여전히 서른 즈음 같은 가수 이승환처럼 주름 없는 목을 유지 관리하는 것을 소박한 목표로 삼았음을 끄적이며 2024년 총정리. 아직 몇 주 남았는데, 별일 없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