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담장 넘어 도망친 도시 생활자> 소개
<아파트 담장 넘어 도망친 도시 생활자>는 ‘마당이 있는 집’을 찾다가 우여곡절 끝에 한옥을 지어 살아가는 이야기입니다. 한국은 전 국민의 4분의 3이 아파트와 다세대 주택에 사는 나라입니다. 이곳의 수도인 서울에는 이쑤시개 꽂을 공간도 찾기 어렵고요. 저자는 용케도 두 사람이 살아갈 마당 있는 집을 찾아냈습니다. 공무원에게 책 한 권 분량의 민원을 내고, 이웃집 지붕 위로 크레인을 넘겨가며 기어코 집을 지어내고요. 그렇게 얻은 마당 있는 집은 하룻밤에 40만 원 내는 고급 호텔 부럽지 않습니다.
저자가 지은 ‘마당 있는 집’은 우리가 사는 공간과 대비됩니다. 21세기 한국인의 표준적인 삶은 한 칸 원룸에서 방 두셋의 아파트로 진출하는 여정입니다. 20대 때는 역과 가까운 원룸이 최선입니다. 잠자리 말고는 아무 기능도 없는 방입니다. 홈트는커녕 설거지가 귀찮아 밥도 안 먹는 공간입니다. 여유가 생기면 아파트에 갑니다. 거실 한 편에는 TV, 반대편에는 소파. 냉장고가 아닌 그 어떤 것도 둘 수 없는 공간에 양문 냉장고를 두는 삶입니다.
표준적인 삶이 나쁜 것만은 아닙니다. 한국에서 아파트는 근현대 70년을 거치며 최적화된 주거 형태입니다. 작년에 저는 신도시 아파트로 이사를 왔습니다. 두 명이서 1.5룸 살다가 아파트에 오니 커피를 마실 식탁이 생긴 것만으로 행복합니다. 주변에 아파트밖에 없다 보니 산책도 아파트 단지로만 다녀야 하지만, 아이들을 생각하고 지은 동네라 예쁘고 안전합니다.
어떻게 살아갈지는 스스로 선택할 일입니다. 단독주택에는 단독주택의 장단점이 있고, 아파트의 삶에도 표준이 갖는 장단점이 있으니까요. 문제는 우리 대부분은 삶을 선택할 수 있다는 사실조차 모른 채 살아간다는 것입니다. 책은 우리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던 삶 외의 선택지를 알려줍니다. 표준을 벗어난 삶에서 생기는 온갖 문제와 해결 과정, 책 후반부에 사진으로 실린 멋진 한옥은 이 시대 서울에서도 얼마든지 표준과 다르게 살 수 있다고 말합니다.
'또 다른 선택지'외에 마음에 깊이 남은 점은 집을 얻기까지 저자가 들인 3년 간의 노력이었습니다. 어떤 공간의 삶이든 우열은 없지만, 어떤 마음가짐은 다른 마음보다 더 낫습니다. 저자가 보여준 더 나은 삶은 몇 년이 걸릴지도 모르고 성공 여부조차 확신할 수 없는 일에 돈과 시간을 들여서 꿈을 이루어낸 과정에 있었습니다. 책을 읽으며 집이 완성되는 과정을 좇으며 저자가 어떤 노력을 했는지 느꼈습니다. 사진으로 본 집은 멋있었지만, 집만 보아서는 모든 과정을 느낄 수 없었을 겁니다.
작은 노력으로 확실한 성취를 얻는 것이 유행인 세상입니다. 일일체험이 늘었습니다. 취미를 키트에 담아 팔기도 하고요. 그것도 귀찮으면 돈을 주고 결과물만 사도 됩니다. 소확행이 트렌드인 세상에서 사람들은 노력하는 방법을 잊어버리고, 무언가를 시도하는 일조차 부담스러워합니다. 이런 세상에서 저자는 아무도 사지 않는 집을 덜컥 샀습니다. 지자체와 시공사를 설득해서 공사 허가를 받아내고, 마침내 마당이 있는 삶을 얻어냈습니다. 2020년 서울에 생긴 한옥인데도 다른 세상 성처럼 낯설게 읽혔습니다.
미래가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그렇다고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지루한 시간만 보내게 될 뿐입니다. 성공이 확실하지 않더라도, 예컨대 골목길에 크레인을 대는 데 실패해 눈물을 머금고 헐값에 집을 넘겼을 수도 있었겠지요. 그런 결과라도 마당이 있는 집에 살겠다 결심하지 않은 삶보다 나았을 겁니다. 삶의 가치와 재미는 살아가는 과정에 있기 때문입니다.
책을 읽으며 삶을 살아가는 자세에 대해 다시 생각했습니다. 이루고 싶은 꿈은 모두 다르더라도 누구라도 꿈은 가질 수 있습니다. 한옥에 살고 싶은 사람이 아니라도 읽고 나면 많은 생각이 들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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