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큰 침대에서 혼자 자면 외롭지 않아?”

초딩 H, 9세

by Eugene

‘나의 가장 어린 남사친, 예준’


가끔 내 마음속에 들어왔다 나왔나 싶을 정도로 정곡을 찌르는 말을 하는 나의 어린 베스트 프렌드, 가끔은 엄마의 아이패드로 늦은 밤, 외롭고 나이 많은 친구를 위해 영상통화도 해 주는 녀석, 그러다가 한 번은 그 친구의 나이를 알고 소스라치게 놀라기도 하는 순수한 초딩, 딴딴하고 탱탱한 살을 자랑하며 스스로가 좀 귀여운 걸 아는 남자아이.


이 친구가 나의 가장 어린 베스트 프렌드, 첫째 조카 예준이다. 예준이는 내가 미국에서 공부를 마치고 들어온 해인 2012년 봄에 태어났다. 출생의 순간은 함께하지 못했지만, 한국에 돌아온 후부턴 쭉 많은 시간을 함께했다. 아기를 좋아하고 잘 놀아주는 탓에 오빠와 새언니는 주말이나 여행을 갈 때면 자주 나를 불렀다. 그래서일까, 아님 첫정이라 그런지 둘째 조카보단 이 녀석에게 더 애착이 간다.


예술가라는 직업을 가져서인지 몰라도 순수하게 살고 싶은 의지가 강한 나는 예준이와 대화하는 것이 즐거웠고, 지금도 (아직은) 즐겁다. 예준이는 덩치와 살결에 맞지 않게 행동은 소심하지만, 말로 꽤 귀여운 말썽을 일으키는 꾸러기이다.


예준이가 다섯 살 때 즈음, 혼자 사는 내 집에 놀러 온 적이 있다. 대뜸 침대에 누워보더니,


“와, 고모 침대 엄청나게 크다~ 이 침대에서 혼자 자는 거지?”

“응. 근데 그건 왜?”

“이렇게 큰 침대에서 혼자 자면 외롭지 않아?”

“…(어린놈이 별 감정을 다 아네)”


도저히 다섯 살이 내뱉을 거라 예상할 수 있는 질문이 아니었다. 적잖이 당황한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멍하니 있을 수밖에 없었다. 늘 혼자인 모습만 보여줘서 그런지 아직 내가 어리다고 생각했던 예준이는 또 언젠가,


“고모는 근데 나이가 몇 살이야?”

“그건 왜?”

“몇 살인데 결혼을 안 했어?”

“몇 살이게? 맞춰봐 예준이가~”

“음....... 28살?”

“고마워^^”


고맙다고 대화를 정리하려 했지만, 질문을 들추어내어 파고드는 치밀함을 보이던 녀석은 결국 내 나이를 듣고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와... 그렇게 나이가 많은데 왜 아직도 결혼을 안 했어?”

“음....글쎄^^ 예준이가 고모 짝꿍 좀 찾아줄래?”


가족들이 모두 모여 있는 자리에서 굳이 이런 질문을 하여 웃음과 동시에 문젯거리를 일으키는 장본인, 나의 가장 어린 남사친. 순수하기 때문에 가능한 그의 말썽이 아직은 사랑스럽기만 하다.


몇 년 안에 사춘기가 올 것이고, 그 탱탱한 살 위로 털도 자라면 볼 꼬집기와 뽀뽀도 불가능해지겠지. 그러기 전에 예준이가 말로 피워내는 말썽을 더 즐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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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턱 괴고 꽤 진지한 질문을 하던 어느 날, 예준이와의 영상 통화장면. 중: 나의 개인전에서 꾸러기 표정. 오: 라바 표정 따라잡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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