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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ONDWANA Aug 28. 2019

고양이 스스로 방울달기

[경쟁의 한계] 리스본 그룹



콜롬부스가 신대륙을 발견한 500주년 기념식이 있던 해에 리스본에 19명의 세계적인 학자들이 모였다. 그리고 그들은 공동의 연구를 통하여 21세기를 준비하는 보고서를 내게 되는데 그것을 모은 것이 이 책이다. 어떻게 하면 날로 심각해져가는 지구상의 남북문제-선진국, 후진국의 격차-를 해소하고 지구촌단위의 평화와 번영을 모색할 수 있을까에 대한 제안이 담겨져있다.  



무한경쟁논리는 극도의 효율성을 추구한듯 보이지만 실상은 소수 기득권을 옹호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을 패배자로 만드는 논리이다. 그리고 무한경쟁으로 인해 야기되는 전쟁, 환경파괴, 빈부격차, 비인간화 등등 수많은 문제점은 인류의 미래를 어둡게 전망하는 가장 큰 이유이다. 공산권 붕괴이후에 각국의 내셔널리즘은 더욱 강화되었으며 일부 경제적 블록이 형성되기도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경쟁'을 위한 자구책이었다. 19세기 열강들의 제국주의 경쟁의 끝은 두번의 세계대전이었듯이. 현재의 끝간데 없는 경쟁도 세계적인 전란이 될 수 있을것이고 그렇게 된다면 인류의 멸망도 가능한 일이 된다. 누구나 그런 비극이 일어나지는 않길 바라지만 그것을 제어할 브레이크는 없어보인다. 당장 한 국가의 경제성장률이 떨어지거나 다른 국가와의 경쟁에서 밀리게 되면 국민들의 원성이 자자해지는 현실에서 먼저 양보하는 것이란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국제적인 협약이 필요한 것이겠지만 그 국제적인 협약이 일부 강대국이나 파시즘적인 정권에 의해서 무시되는 일은 다반사이다. 그래서 글로벌 거버넌스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되지만 아직 그 활동이 미미하거나 논의중인 단계이고, 단순한 경제블럭을 형성하는데 있어서도 각국의 이해관계를 규정하는데 상당한 신경전이 오고가는 마당에 지구적 거버넌스를 과연 구성하고 실효성을 가지게 될 수 있을까에 대한 의문은 여전하다. 글로벌 거버넌스만으로도 풀리지 않는 지구적 문제는 또 존재할 것이고 좀 더 강력한 형태인 글로벌 거버먼트, 즉 지구가 하나의 단일국가로 재편되는 정도가 되어야 리스본 그룹이 제기한 문제들에 대한 실질적인 해결방안이 마련되기 시작할 것이다.  



낙천주의자들은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인류의 소통의 장벽, 지리적 장벽이 무너지게 되면 지구정부도 곧 닥치게 될 것이라고 이야기하지만 그것은 아직 손에 잡히지 않는 먼 미래의 일이다. 인류의 문명이 시작된 이후 지금까지 줄곧 있어왔던 압제와 지배의 논리가 인간의 이성으로써 그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지 개인적으로는 매우 회의적이기 때문이다. 리스본 그룹이 모두에게 재앙을 가져올 무한경쟁의 논리에 경고를 하고 나섰고 많은 지식인들과 학자들, 일부 정치가들 마저 거기에 동의를 하고 특히 선진국들의 책임이 무겁지만 어느 국가도 거기에 선뜻나서지 않는다.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다는건 오히려 쉽다. 고양이 스스로 방울을 달기를 기대하는 것에 비해서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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