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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ONDWANA Sep 01. 2019

거대도시의 가장 깊은 그늘

[아메리칸 사이코] 엘리스



소설속 주인공이자 살인마인 베이트먼은 뉴욕 월가의 CEO이다. 사실상 직장에서 하는 일은 거의 없으며 모든 일은 부하직원들이 다 처리한다. 잘생긴 얼굴과 운동으로 다져진 단단한 육체로 여성들에게 인기가 높으며 누가 봐도 멀쩡한 잘나가는 사내다. 입은 옷의 메이커와 재산의 정도로 사람들을 평가하고 자신보다 더 잘 차려입거나 멋진 명함을 들고 다니거나 인기음식점의 좋은 자리를 차지하는 사람에게 적의를 느낀다. 반면 가난하고 불쌍한 거리의 노숙자들을 경멸하며 그들을 인간이하로 취급하면서 쾌감을 느낀다. 마약소굴에서 코카인을 하게되면서 서서히 강박증과 불안을 느끼고 충동적으로 살인을 저지르게 된다. 살인이 주는 쾌감에 강박증과 불안을 해소하게되자 점점 연쇄살인마로 변해간다. 



결국 자신의 친구인 오언마저 죽이게 된 베이트먼의 살인은 더욱 대담해지고 잔혹해진다. 희생자들에게 오랫동안 고통을 주는 것을 즐기게 되고 시신을 엽기적인 방법으로 처리하게 되면서 그의 엽기행각은 정점에 다른다. 오언의 실종사건을 수사하는 형사가 그를 방문하지만 형사는 형식적인 것만 물어보고 그를 다시는 찾지 않는다. 잘나가는 월가의 CEO가 살인범이라고는 누구도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심지어 오언을 죽일때 얻은 집열쇠로 오언의 집으로 콜걸들을 유인해서 죽이는 상상을 초월하는 대담한 짓을 한다. 나중에 베이트먼이 오언의 집을 다시 찾았을때 부동산 업자는 오언의 집을 보러 온 고객의 심기를 거슬리지 않기 위해 뭔가 알고 있는 듯한 베이트먼을 성가신 눈으로 쳐다본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연쇄살인마들을 보면 확실히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으며 강박증과 불안으로 정상적인 사회활동을 하기 힘든 경우가 대부분이다. 강박증과 불안이 찾아오면 자신이 어떻게 되는지를 이미 알고 있기 때문에 미리 치밀한 준비를 하게되며 마약에 빠지거나 살인같은 극단적인 행동을 통해서 그 강박증과 불안을 극복하려고 한다. 희생자는 대체로 어린이나 여성같은 사회적 약자들이며 연쇄살인범은 살인과 더불어 희생자들이 죽어가는 과정과 시체에 대한 변태적 집착을 보이게 된다. 스너프 필름을 촬영하거나, 시체의 일부를 요리해서 먹거나, 시간을 행하기도 한다.



현대물질문명하에서 정신질환을 앓는 사람들의 숫자가 점점 늘어나는 것을 보면 최악의 행동을 일삼는 강박증 환자가 나올법도 하다. 인간소외와 개인주의, 물질만능주의의 가장 깊숙한 썩을대로 썩은 곳에서는 인간의 상상을 초월하는 괴물이 생겨나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그것을 감지하지 못한다. 이웃간의 무관심은 독거노인이 사망한지 몇 달이 지나도록 전혀 알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이고, 나만 무사하면 된다는 생각은 살인범이 그 다음 살인을 어렵지 않게 저지를 수 있는 환경자체를 제공한다. 거대도시에서 벌어지는 마약과 매춘은 그들이 서식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을 아울러 제공한다. 경찰이 있고 공권력이 있지만 연쇄살인마 앞에 속수무책이다. 예방할 수도 없고 언제나 한발 늦으며 그 사이에 다른 희생자는 생겨난다. 깨끗한 수트를 입은 잘나가는 CEO가 흉악한 범죄를 저지를 것이라고 누가 생각하겠나? 꼭 그것이 살인이 아니더라도 불쌍한 사람들의 조그만 범죄에는 가혹한 반면 화이트칼라의 범죄앞에서는 너무도 관대해지는 현실이 분명히 존재한다.



거대도시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거대도시에서 일어날 수 있는 가장 끔찍한 상황을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소설이다. 정신이상자가 생겨나는 것이나, 그 정신이상자가 살인범이 되는 것이나, 살인범이 그 다음 살인을 너무도 쉽게 해치울 수 있는 원인은 누구도 쳐다보지 않으려하지만 분명히 존재하며 겉모습 화려한 거대도시의 가장 깊은 그늘에 존재한다. 그 그늘이 있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지만 애써 모른척하려 한다. 누구나 묻지마 살인을 당할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지만 그것이 내가 아니기만을 바라면서 살아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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