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그림자] 사폰
이 소설은 과거와 현재의 절묘한 배치로 독자에게 끝까지 그 박진감을 유지케하면서도 소설의 주제를 힘있게 밀어붙이는데 성공하고 있다. 작가가 마련한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연결고리는 너무도 촘촘하고 정밀한 것이어서 마치 최고의 장인이 만든 완벽한 공예품을 보는 듯하다. 수 많은 복선과 과거와 현재의 절묘한 결합이 만들어낸 소설적 감동은 '웨더링 하이츠'가 수많은 독자들에게 준 그것에 필적한다.
과거의 인물과 사건이 현재의 인물과 사건과 평행이론을 따르는 긴장감의 중심에 한 권의 소설이 자리하고 있다. 그리고 그 책의 제목은 이 소설의 제목인 '바람의 그림자'와 일치한다. 과거의 주인공인 카락스를 둘러싼 비극적인 과거는 현재에 까지 그 깊은 그림자를 드리우고 현재의 주인공인 다니엘의 인생에 직접 개입하게 된다. 그리고 주인공들을 둘러싼 죽음을 초월하는 우정과 사랑의 이야기가 있다.
이 소설은 책과 독서를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한 선물같은 것이다. 잊혀진 책들의 묘지에서 운명적으로 '바람의 그림자'를 집어들던 어린 시절의 다니엘처럼 독자들은 수많은 책들이 꼿혀있는 도서관이나 서점에서 무언가에 끌려서 '바람의 그림자'를 집어들었을 것이다. 그리고 이 소설을 읽은 독자는 자신도 다니엘이 그랬던 것처럼 용기있게 사랑하고 자신의 인생을 가치있는 것으로 만들기를 바랄 것이다.
또한 이 소설은 이 세상의 수 많은 도서관, 서재, 책장에서 누군가의 손길을 기다리며 있는 무수한 책들을 위한 헌사이다. 모든 책은 그 책을 쓴 저자들의 경험과 노고와 사연이 녹아있다. 그들은 마음에 드는 한 줄을 쓰기 위해 오랫동안을 숙고하거나 불면의 밤을 지새기도 했을 것이다. 우리가 그 책을 집어서 펴드는 순간 과거의 그 노고의 총체는 우리 안에서 다시 재현된다. 독서를 한다는 것은 다니엘이 카락스의 인생을 다시 사는 것이고 비극을 해피엔딩으로 만드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