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김없이 세워보는 소소한 다짐들
요즘 우울감을 느끼지 않을 사람이 과연 있기나 할까.
2020년은 유독 외부에 휩쓸린 나날들이었다. 천재지변을 호미로 막으려고 하니 막아질 수가 있나.
락다운으로 인해 남의 나라에서 해고를 당하고 2주 만에 정말 힘겹게 한국행을 성공하고(이건 성공이라고 써야 한다, 정말로.), 15일간 격리를 끝낸 뒤 가업에 끌려갔다. 정신 차리고 취성패를 취업을 했고, 8월 15일 광복절 집회를 기점으로 PTSD 상태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산재를 당했다. 치료를 해도 낫지 않는 상황 때문에 병원에서조차 퇴사를 권해 사장과 싸워 병원비라도 받고 퇴사를 했다. 수술한 이모의 병시중을 들었고(이모를 좋아하기에 상관은 없었지만, 왜 돌봄 노동은 그 직계 가족도 아닌, 미혼의 여성인 조카에게 돌아오는가!) 돈을 벌려고 하니 어느새 2단계로, 2.5단계로, 일일 확진자수가 천 명대에 달하게 되었다. 내 힘으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경험을 글로 풀어내 보려고 했지만, 쓰려고 할수록 갑갑해지는 속과 떨려오는 손에 저장만 하고 끄길 수 차례. 살기도 힘든데 굳이 상처를 후벼 파 소금을 뿌릴 이유는 없기에 모든 것을 중단하고 2020년 목표는 '살아남기', 로 정했다. 그리고 목표는 달성되어 이렇게 글을 쓰고 있다.
귀국 후 단 한 번도 만나지 못하게 되어버린 사람과, 서로의 애정의 크기가 달라져버린 사람과, 강퍅해진 마음에 날로 치졸해지는 내가 있다.
너무나도 쓰고 싶은 이야기가 있지만, 외국어는 커녕 모국어로도 책을 읽지 못하게 되어버려 대체 어떻게 써야 할지는 당연히 감이 잡히지 않는다. 아니, 애초에 읽는다는 행위는 어떻게 하던 거더라.
그래서 지난주부터 재활을 하기 위해 아주 느슨한(현재는 온라인으로 모이는) 북클럽에 들어갔다.
무엇을 좋아했는지조차 모르게 되었으니 좋아했던 것들에 대해 써보기로 했다. 펜네임도 정했다. 우주보다 큰 건 없으니 이 우주만큼 큰 마음을 갖고 싶어서 '이우주'로.
남들이 보기엔 티끌 수준이겠지만, 티끌이라도 안 하는 것보단 하는 것이 낫다는 것을 이젠 너무나도 잘 알기에 2021년의 목표는 티끌 같은 습관을 쌓아 태산을 만들자, 가 되었다.
더 이상 사지 않기로 한 다이어리를 주문해버렸다. 휴대의 편의성을 위해 디지털로 작업하려고 하다 보니 결국 아무것도 하지 않게 되었기에. 손으로 무언가를 쓰고 만드는 행위는 의외로 정말 중요하다.
10년 전에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받았던 국가 건강검진을, 올해는 받으러 갈 것이다. 잔뜩 고장 나있을 몸과 마음에 기름칠을 할 것이다.
5월까지 집에 매여있어야 할 동안, 정말 쓰고 싶었던 그 이야기를 써 내려갈 것이다.
겪은 일 중에 좋은 게 뭐 있다고, 상처를 헤집어 자진해서 고통에 몸을 던져왔던 것일까. 올해는 좋아하는 것을 발전시키기 위해 집중할 것이다.
그렇게 2021년을 보내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