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일에 호기롭게 결제를 해놓곤 정작 도장에 나간 건 다다음날인 목요일이었다. 연말부터 연이은 스트레스와 며칠 쉬다 출근을 하니 밀린 업무가 어마어마하여 겨우 급급하게 쳐내다 보니 몸이 버티질 못했던 탓이다. 그래도 목요일까지 빠지면 굳게 먹은 결심이 흐지부지될 듯하여 무거운 몸을 이끌고 도장으로 향했다.
결국 맞지 않았던 도복은 새로 맞추기로 하고 바지만 검도복을 입고 목검을 휘둘러 보았다. 일단 어디까지 기억하는지 보려고 하셨는지, 관장님은 진도를 쭉쭉 나가기 시작하셨다. 겨울철이라 가장 걱정했던 맨발은 추우니 양말을 신고 해도 된다고 하셔서 좀 안심이 되었다. 3동작, 2동작, 1동작으로 동작의 단계를 줄여나가며 목검을 휘두르며 구령을 외치고 있노라니 회사에서 들들 볶이느라 받았던 스트레스는 점차 머릿속에서 사라지고 가쁜 호흡과 땀만이 남았다.
살면서 스트레스받을 일은 너무나도 많다. 하지만 제대로, 건강하게 푸는 방법을 택하기에 우리는 너무나도 나약하다. 때로는 음식으로, 때로는 술로, 때로는 타인에게 화풀이를 하는 경우도 있다. 요 1년간, 화풀이의 대상이 되며 괴로워하고 있던지라 나도 똑같은 사람이 되긴 싫었다.
그래서 택한 게 검도였다. 검을 휘두르며 타격을 하지만 남을 해치지 않고, 마음껏 도장에서 크게 소리를 지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선택은 정말 옳은 선택이었다고 자신한다. 복식으로 큰 소리로 구령을 넣다 보면 내 안에 소용돌이치던 화가 그 소리에 섞여 스르륵 빠져나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오늘도 열심히 도장에서 소리를 지르다 보니 회사에서 난 짜증이 점점 사라지는 걸 느꼈다. 다정함은 체력에서 나온다는 말처럼, 체력이 길러지기 시작하고 스트레스를 건강하게 발산하다 보면 나의 회복탄력성도 조금은 좋아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며 첫 수련과 이번주의 첫 수련을 마치며 이 글을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