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지난 주 로또 하셨나요?
요즘 누가 로또 하냐구요? 맞아요.. 이런 정도라면 엘지엔솔 공모주 1주라도 받으려 도전하는 게 나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올해 검은호랑이 기운이라 참 많이도 구매했나봅니다. 새해들어 첫 주 동행복권 996회 1등 당첨자가 18명, 997회 당첨자는 무려 19명. 당첨된 사람이 많다보니 세금 뚝 떼고 한 사람씩 나눠 받은 당첨금은 9억 6천만 원.
작년 말 서울 아파트 평균 가격이 11억 5천만 원이니까.. 이것보단 조금 모자란 금액이고, 동행복권 홈페이지 통계에서 밝힌 1등 평균 당첨금이 20억원이란 걸 감안하면 더욱 아쉬워보입니다.
그런데 로또복권 당첨금이 원래부터 이렇게 적었던 건 아닙니다. 초창기엔 무려 한 사람이 407억원의 당첨금을 받아가기도 했죠. 세금을 떼고도 310억 원 가량을 받아 30억원을 기부하고 사업가로 변신했다하니 이게 바로 인생역전이란 말에 어울립니다.
물론 로또 당첨자가 다 대박의 기운을 끌고 가는 건 아니더라구요. 형제들끼리 다툼이나 사망하거나 파산했다는 뉴스 보셨잖아요. 실제 당첨자 가운데 30%는 불행에 빠지고, 거대한 금액이 들어온 만족감(고작 6개월만 지속된다는 심리학 연구도 있을 정도)이 사라진 뒤 주체하기 힘든 경험을 한다고 해요.
그런데... 그런데 말이죠. 그래도 로또는 로또 잖아요. 456억.. 아니 45억 6천만원이라도 말이죠.
그때나 지금이나 당첨확률은 814만 분의 1 확률이란 건 변함없는데 왜 당첨금은 확 줄어든 걸까요? 매번 당첨금도 제각각인 로또 복권, 그래도 구매할 가치가 있을까요? 그보다... 혹시나 싶어 손에 쥐고 있는 복권은 정말 우리의 '인생역전'을 위해 발행하고 있는 것 맞을까요?
신이 허락한 한탕..성서에서 카사노바까지
드라마 '오징어게임'에서 달고나처럼 놀이이자 한탕을 노리는 기회를 주는 행위가 바로 '뽑기', '추첨'입니다. 이렇게 동전으로 긁거나 공을 굴려 당첨자를 가리는 추첨은 아주 오래된 역사를 갖고 있습니다. 인간이 수를 다루기 시작한 고대 이집트 기록에도 남아있고, 성서 속 일화에도 남아있을 정도죠.
혹시 여러분은 카사노바를 어떤 인물로 기억하시나요? 전 세계에서 복권으로 가장 성공한 인물 중에 하나가 바로 이탈리아 태생으로 프랑스 사교계를 섭렵한 카사노바입니다. 그는 박학다식, 수려한 언변에 사업감각으로 왕궁에까지 진출할 정도가 되죠.
카사노바는 1757년 마침 유럽 동쪽의 패권을 다투는 '7년 전쟁'에 휘말려 재정난에 빠진 프랑스 루이 15세에게 달콤한 제안을 합니다. 복권을 팔아 재원을 충당하는 계획은 대성공을 거둬 첫 발행에 200만 프랑을 벌어들입니다.
정확한 추산은 어렵지만 18세기 당시 1프랑은 오늘날 2유로 정도 가치였다고 하니.. 여기에 현재 1유로당 1,300원 정도의 환율을 적용하면 52억원 정도 재원을 모은 셈입니다. 게다가 복권 1등 당첨 문구로 '신이 당신을 선택했다'고 적혀있어 더 인기를 모았다고도 합니다.
시간을 조금 더 거슬러 올라가면 중세 로마의 아우구스투스 황제는 연회 참가권을 추첨해 땅, 노예를 나눠주는 식으로 재정을 마련했고, 중국 진나라의 시 황제도 지금의 '키노'라는 복권과 유사한 추첨제로 만리장성 축조 자금을 모은 것으로 알려져있습니다.
'준비하시고~ 쏘세요'에서 토요일밤 생방송까지
우리나라 복권 판매는 얼마나 이뤄질까요? 1주일에 판매되는 것만 약 1천억 원 어치에 달하고 이 가운데 절반을 당첨금으로 씁니다. 연간 발행량으로 보면 2천년대 초 연간 3조원 규모 발행하던 것이 코로나로 뒤숭숭하던 작년에 6조로 늘었고, 올해는 10% 증액해 6조 6천억원이나 찍을 예정이랍니다.
크...정부 입장에선 앉아서 따박따박 6조원씩 버는 겁니다. 어마어마한 사업 수완이군요.
(연금복권은 홍남기 부총리가 복권 사무처장으로 실무자일 때 제안해 만들었다고 알려져있죠)
지금이야 다들 로또를 즐기지만, 90년대 이전까지 가장 성공한 복권은 '준비하시고, 쏘세요'로 유명한 주택복권입니다. 최초의 추첨식 복권으로 당시에 100원에 판매돼서 1등에게 300만원 정도를 지급했다고 해요. 당시 서울 집값 200만원이던 시절이니 '주택' 구입 목적만큼은 실현한 셈이죠. 나중에 1988년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1억원까지 물가에 맞춰 지급했다니 인기가 상당했을만하죠.
90년대엔 또 꿈돌이 대전 엑스포 준비를 돕는 목적으로 발행된 즉석복권이 상당한 유행이었다가 2002년 드디어 '인생역전' 광고로 유명한 로또 복권이 등장해 복권 시장을 뒤집어 놓게 되죠.
로또 4그램 당첨볼을 프랑스 아카니스테크놀로지스에서 만든 비너스 드로잉 추첨기에 돌려 6자리를 뽑는 과정을 지켜보는 건 사람들의 토요일 저녁 주요 일과가 됩니다.
로또 1등 최대금액을 받은 분은 19회차에 407억원을 수령했다는데...이월제도가 없어지는 바람에 2013년엔 한 게임에 30명이나 당첨돼서 1인당 고작(?) 4억 원씩 받아든 가장 운 없는 회차도 탄생합니다.
물론 한국의 로또 금액은 복권 축에도 끼지 못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미국, 유럽 복권에 비하면 말이죠.
극악의 낮은 확률, 이에 맞먹는 전 국민 인싸로 만들어 주는 미국의 파워볼은 약 3억분의 1확률인데 이게 이월을 거듭하다 작년 1월 이월 당첨금은 1조7천억원을 기록했다고 합니다. 유럽 6개 나라가 공동 발행하는 유로밀리언은 7천627만 분의 1 확률에 1등은 1억 9천만 유로, 약 3천억 원을 받습니다.
그럼 해외에서 복권을 사도 될까요? 일본은 일단 세금은 없지만 신고를 해야하고, 미국과 유럽은 세율은 한국보다 낮지만 현지에서 1번, 한국에 다시 들여올 때 또 세금을 내야하니 피차일반입니다.
게다가 극악의 확률 탓에 미국인 3억명이 다 구매해도 될까말까 한다고 해요. 파워볼의 확률을 비유한 것 중에 인상적인 것은 '너비 12미터, 길이 36미터, 깊이 152센티미터 수영장에 풀어둔 엠앤엠 초콜릿 중 초록색알 하나를 집어드는 수준'으로 어렵다고도 합니다.
당첨 패턴보다 명당 믿는 게 낫다?!
그럼 로또 잘 되는 법은 혹시 있을까요? 사실 '패턴' '명당' 이런 건 믿을 근거가 부족합니다. 그래봐야 814만 분의 1 확률에 변화가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죠.
물론.. 방법이 있긴 합니다. 많이 사면 살 수록 가능성은 높아지죠. 20장 혹은 100만장씩 사서 814만분의 1이 아니라 814만 분의 20, 814만 분의 100만 쯤으로 높이는 겁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1인당 10만원어치, 즉 20게임만 구할 수 있으니 그 확률이 그 확률입니다. 구매자는 이를 체감하기 힘들지만 로또 구매자가 몰리는 특정 판매점에서 이런 확률을 크게 높이는 효과가 나타날 수 있죠.
덕분에 로또 명당으로 알려진 서울 노원은 1등 당첨자가 43명, 2등만 115명이 나올 만큼 유명세를 타고 있고, 부산 범일동, 대구 달서 등도 유명하죠. 물론 확률로 다를 게 없다는 걸 알지만 밑져야 본전이란 심리에 '명당'에 사람들이 몰리는 건 어쩔 수가 없긴 합니다.
소득 적은 사람의 인생역전?...손쉽게 걷는 세금, 역진세 비판도
복권은 구매하는 즉시 성실납세한다는 거 알고 계시죠? 1게임에 1천원, 소액이라 '에~이'하고 말기 십상이지만.. 사실상 반절씩 손해보는 투자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티나지 않게 돈을 뜯어가다보니 미국 3대 대통령 토머스 제퍼슨은 복권을 두고 “고통 없는 세금, 이상적인 재정 수단”이라고 표현한 바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1천원짜리 로또 복권의 42%는 세금으로 쓰이고, 50%만 1등~3등 당첨금 분배에 사용됩니다. 세금 올린다고 의회 설득하고 여론 눈치볼 것없이 팍팍 발행해서 당첨금 주니까 불만이 상대적으로 적은 겁니다.
그럼 이 돈은 어디에 쓸까요? 매년 6조의 절반이니까 대략 3조원 정도를 기금으로 조성하는데 아파트 분양금액을 낮춰주는 주택도시기금, 연구개발, 과학기술개발, 취약계층 지원에 쓰입니다. 우리가 청약 열심히 넣은 것도 우리 세금을 보태서 집값 줄여주는 것에 쓴다니 이걸 딱히 불만이라고 하긴 힘들어 보입니다.
하지만 역진세라는 비판은 여전해요. 소득이 많은 사람은 로또 따위(?)를 정작 구매할 이유가 없지만 소득이 적은 사람들이 많이 구매하고 자발적으로 세금을 더 내는 방식은 분명하죠. 기금을 조성한 자금이 그렇지 않아도 코로나로 어려워진 가구에 얼마나 더 잘 지원이 될지 독려하고 감시하는 것도 우리가 할 일이라 보여집니다.
어쨌거나 잘 쓰인다는 전제라면 그 당첨 행운이 찾아오길 바라야 할텐데 이게 참 어렵죠. 그런데 로또 당첨이 힘들다면 실망하지 않아도 돼요. 물론.. 미미하지만 확률이 조금 더 높은 즉석복권(500만 분의 1), 연금복권도 있기 때문이죠.
게다가 둘 다 로또보다 비교적 세금을 더 떼이고 당첨금을 받을 수 있어요. 복권은 기타소득으로 3억 이하는 22%, 3억 초과는 33%의 세금을 떼어가는데 연금복권은 22% 세금만 떼고 20년간 월급처럼 700만원을 받으니 여러모로 이득이긴 합니다.
소액으로 당장은 손해볼 수 있지만 어쨌든 '혹시 모르니'라는 심리가 훨씬 크게 작용하는게 로또 구매입니다. 1만원도 안 되는데.. 하는 말 앞에서 매주 한탕의 유혹을 뿌리치긴 힘들어 보입니다.
여러분이라면 어떻게 하시겠어요? 이번 주에... 같이...로또 하시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