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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병선 Feb 24. 2022

봄 안에서 가을의 마음을 품다

봄을 지나고 있는 요즘 여전히 가을의 마음을 가지고 있다. 쓸쓸함과 고독함의 마음이 눈을 뜨면 나와 함께 시작된다. 하루의 시작이 기쁨과 명랑함으로 가득했었는데 이제 나는 고독함의 깊이를 알아버렸다. 나이 40에 와서. 


이 우울함은 어떤 인연의 깨짐에서 온 크나큰 충격의 결과물이었다. 이렇게 자아가 무너져내리는 경험을 누구나 하는 것일까... 내 언행의 올바르지 못함에서 이런 결과를 스스로 자초했지만, 슬쩍 나만 이런 걸 겪어야 하는 건가 싶은 조금은 억울한 듯한 마음도 든다. 하지만 나는 이미 그 결과로 깊은 구덩이 안에 머물고 있는 지금, 그런 걸 탓한다고 뭐가 달라질까. 혼자만 바보스러울 뿐이다.  


봄의 계절에서 느껴야 하는 가을의 마음을 사람들은 알까. 생명이 자라나는 생기로운 계절에서 고독을 주는 가을의 마음을 품는다는 괴로움을 아는 이가 있을까. 하지만 그런 건 중요한 게 아니다. 지금 내가 실제로 그런 매트릭스 속으로 들어와 있다는 현실이 중요하다.


우울이란 느낌을 평생 모르고 살아온 천방지축이었던 시절보다는 그래도 우울함이란 깊이를 알게 된 현재의 나에 만족하자. 나는 이 깊이 안에서 오래 머물고 싶지가 않다. 이 안에 평생을 머물러야 한다면 차라리 내가 없는 것만 못한 고통일 듯하다.


나는 이 깊이 있는 우울함에서 나가야만 한다. 나갈 수 있다는 희망은 아마 오늘의 일상을 그저 살아낼 때 차츰차츰 찾아오는 것이 아닐까. 우울하지 않은 것처럼 일상은 견디며 평소처럼 살아가다 보면 그날은 결국 온다. 


또 오늘을 살아가자. 우울하지 않은 것처럼. 또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하지만 잊지는 말자. 나 스스로 자초한 이 결과를 곱씹어봄을.

애써 희망을 노래하고 사랑과 꿈의 길로 나아가자. 이제 내가 할 일은 타인에게 공감하며 사랑의 표현을 계속하는 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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