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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밍키 Jul 16. 2023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앞으로도 쭈욱 감사드려요




  문명특급의 300회를 맞아 함께해 준 사람들에게 감사 인사를 하려고 카카오톡을 열었다. 2명, 4명, 6명, 연락처를 내릴수록 챙기고 싶은 사람들이 꽤나 늘어갔다. 촬영팀, 동시팀, 프리뷰어 님, 영상팀, 홍보팀, 대행사, 소속사 직원 분들.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른다고 내 주변에 좋은 사람들이 이렇게나 많이 생겨있다니. 조회수와 월급보다 훨씬 값진 일이다. 아주 작은 선물과 메시지로 그들에게 그동안의 감사함을 전했다.

무한감사




  사실 가장 감사한 사람은 나의 첫 사수다. 인턴 면접을 보는데 은갈치 양복을 입은 사람과 정글에 법칙에 다녀온 듯한 야상을 입은 사람이 앉아있었다. 그중에서도 은갈치 양복 입은 사람이 유독 나를 갈구(?)더라. 덕분에 제대로 답변도 못하고 면접을 망쳤다. 킹받는 은빛 아우라에 기가 눌려버린 게 분명하다. 그런데 면접 결과는 의외로 합격이었다. 저 양반들이 나를 대체 왜 합격시켰을까?

자막 잘 쓴다




첫 출근 날. 은갈치 양복을 입었던 사람이 나의 사수라며 인사를 했다. 그의 패션 스타일과는 다르게 업무 스타일은 잘 맞았다. 그가 나에게 자신의 기획안이 어떠냐고 물어봐서 혼날까 봐 좋다고 했다. 그랬더니 이렇게 이야기했다. "새로운 의견을 말해줄 역할로 인턴을 채용했는데 내 의견에 말대답하지 않으면 우리는 토론할 수 없어." 그래서 나도 솔직하게 말했다. "그 기획안 진짜 구려요.". 그는 대답했다. "좋아, 어떻게 수정할까?"


MBTI가 유행하기 전이라서 몰랐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둘 다 T성향의 사람이었던 거 같다. 2-3년 동안 함께 일하면서 거침없이 서로를 비판했고, 기존의 것을 파괴해서라도 더 효율적인 워크플로우를 고민했다. 그러다 실패하면 위로해 주기보다, 눈물을 말리는 방법을 찾아주었는데 그 점도 잘 통했다.

따스한 한 마디




그가 말하는 방식은 누군가에게는 상처가 되기도 했지만, 다행히 나에게는 합리적인 소리로 들렸다. 회식을 할 때 내 사수는 나를 뽑은 이유를 동기들 앞에서 이야기했다. "밍키는 꼴찌 중에 제일 잘해서 뽑았어.". 내 옆에 앉아있던 동기가 나 대신 울 것 같은 표정을 하면서 저 팀장은 어떻게 너한테 그렇게 말할 수 있냐며 나를 달래주었다. ”꼴찌 중에 최고면 좋은 거 아니야?!!“. 내가 듣기엔 특급 칭찬이었는데 사람의 성향에 따라 이렇게 받아들이는 게 다를 수 있다.


인턴 면접을 볼 때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냐고 물었었다. 지금은 제가 제일 못 할 수도 있는데 나중에는 가장 잘하는 사람이 되겠다고 말하고 싶었다. 그 말조차 하지 못하고 면접장을 나왔는데, 은빛 아우라를 내뿜던 그는 역시나 나를 간파하고 있던 거다.

여러모로 감사하다는 뜻




  그는 내 생각을 존중했다. 싫은 소리를 들어줬다. 잠재력을 믿어줬다. 이 세 가지 덕분에 회사를 그만두지 않고 다닐 수 있었다. 지금은 같이 일하고 있지 않지만 여전히 내가 가는 방향을 지지해 주는 선배이고, 필요할 때 도움을 주는 조력자이다. 나도 누군가에게 그런 사람이 되어줄 수 있을까. 첫 사수가 했던 것처럼 내 동료들의 생각을 존중하고, 싫은 소리를 들어주고, 능력을 온전히 신뢰하기로 다짐한다. 패션 스타일은 제외하고.

우리 400회까지 가볼래?




Side note: 300회를 위해 특급 손님 모셨습니다

출처 문명특급 EP.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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