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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명월 Sep 07. 2020

괴물이 된 억만장자 제프리 엡스타인 다큐멘터리

-미국이란 나라는?-

 대형 75인치 TV가  대형마트에서  가격이 엄청 싸졌다. 컨텐츠가 아직 UHD급은 많이 없어서 고급사양은 말고 보급형UHD로 얼른 하나 샀다.  나의 집 한쪽 벽 전체가 온통 TV 화면으로 가득 찼다. 며칠 지나니 익숙해져 그 크기가 무감각해졌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킹덤 1,2 시리즈를  다시 봤다. 미국 아마존 사이트에서 킹덤을 본 시청자들이 우리나라 갓과 호미를 구매했었다는 뉴스 기사가  TV로 보니  실감 다. 그다음에 선택한 콘텐츠는 넷플리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괴물이 된 억만장자ㅡ제프리 엡스타인 이야기였다. 미국 영화계의 미투 운동을 촉발시킨 영화제작자 하비 와인스타인에 대한 추악한 스캔들을 다룬 <와인스타인>이란 다큐영화를 재밌게 봤던 터라 비슷한 내용이라 하더라도 괴물이 됐다는 금융사기꾼, 제프리 엡스타인에 대한 호기심이 갑자기 발동했기 때문이다.

사실 이 다큐를 보기 전인 1년여 년 전에 언뜻 TV 뉴스에서 억만장자 제프리 엡스타인이  자살했다는 짤막한 소식을 들었었다. 그것도 감옥 안에서. 국제뉴스니까 그런가 보다 하며 봤던 기억뿐이었다.

현재 트럼프가 대통령인 미국, 예전에 빌 클린턴이 대통령이었던 나라이며, 그 부인인 힐러리 클린턴이 민주당 대선후보로 나왔던 바로 그 미국, 모든 정의를 앞세웠던 오바마 정부까지도 이 한 편의 성범죄 다큐멘터리에서 미국에 대한 복잡한 생각에 마음이 착잡했다. 

트럼프와 부인 멜라니아,엡스타인과 그의 여자친구 맥도웰

2019년 감옥에서 자살한 제프리 엡스타인, 그는 돈을 어떻게 벌었는지 잘 알려지지않은 금융사기꾼이며 수십 명의 미성년을 상대로 성도착증적 성적 착취(주로 가난하고 의지할 데가 없는 빈민가 미성년 학생들), 고위 정치관료들에 대한 성매매 알선과 그것을 고위층 협박에 이용한 악덕한 억만장자였다.  돈이면 있는 죄도 없애는 나라, 미국! 엡스타인 시리즈는 총 3편인데 1편을 보면 이렇게 썩은 나라도 없다. 내 몸속에 정의감이 솟구쳐 이런 나라가 미국이구나, 분노와 수치심에 반미감정이 저절로 느껴졌다. 하지만 3편에 가서 엡스타인에 대한 플로리다 지방경찰청 수사가 시작된 지  약 13년 만에   FBI가  엡스타인을  드디어 감옥에 집어넣는다. 

엡스타인변호사들과 형량거래를 했던 플로리다검사

우리나라에서 최대 아동 성착취물  "웰컴 투 비디오" 실형을 살았던 손정우가 미국으로 송환될 것을 두려워했던 이유는 바로 미국은 이런 문제에 대해 끈질기다는 정의감이다. 특히 미성년자를 상대로 한 성범죄에 대해 시간이 흘러도 결코 용서하지 않는다. 엡스타인의 가장 큰 죄는 미성년자들을 유인해서 그들의 처지를 이용하여 돈을 주고 성적 착취를 일삼았다는 게 가장 큰 죄였다. 여기에는 엡스타인의 여자 친구이며 미성년자들을 피라미드식으로 공급했던 길레인 맥스웰이란 여자가 등장한다. 같은 여자로서 엡스타인의 성도착증을 가까이에서 적극적으로  돕고 심지어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의 둘째 아들 앤드류 왕자에게 17살 버지니아 주프레를 소개하는 뚜쟁이 역할도 서슴지 않았다. 그러나 13년 동안 맥스웰은 처벌받지 않았다. 명백한 증거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더군다나 공범인 제프리 엡스타인은 자살했다. 그러면 이 사건이 끝날 법도 한데 미국 FBI는 올해인 2020,7월 3일 호화 별장에 은신 중이던 엡스타인의 성 조력자,맥도웰을 전격 체포했다.

반미감정이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미국은 끝까지 해내는구나! 누가? 어딘가에는 정의로운 경찰이 있고,변호사이든,검사이든,피해자 스스로든 이런 문제를 바로잡고자하는 사람들의 열정과 헌신이 있었다. 이 다큐멘터리에서도 그들의 엄청난 힘을 보여준다.

어쩌면 그들의 헌신뒤에는 엡스타인을 상대로 한 재판에서 이길경우 천문학적으로 떨어질 돈에 초점이 있었다 하더라도 (엡스타인은 자살하기 바로전 변호사를  통해 조세회피처로 유명한 버진아일랜드로 그의 돈을 모두 빼돌림)그들이 엡스타인에 대해 결코 포기하지 않았다는 점이 중요했다.

더군다나 아이러니한게  민주당 정부 하에서는 이루어지지 않았던 엡스타인의 돈과 권력에 대한 협박이 지금의 트럼프에게는 안 통했다.

물론 트럼프도 대통령으로서 순수한 마음이 아니라 자신에게 닥칠 사건의 파장이 컸기 때문이었으리라. 그러나 어쨌든 결론은 제프리 엡스타인을 맨해튼 감옥에  집어 넣은 것은 트럼프 정부였다.


엡스타인 재판중에 시위하는 피해여성들

지금 미국은 코로나19함께 경찰들이 흑인에 대한 무차별적 폭행과 총기사건으로 시끌시끌하다. 특히나 대선을 앞두고 클린턴은 트럼프를 맹비난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빌 클린턴은 엡스타인과 함께 여러 번 전용기를 타고 세계를 돌아다녔으니 그도 엡스타인의 행각을 다 알고 있었다고 본다. 그러니 미국의 다수 국민들은 그들이 말하는 정의가 얼마나 위선적인지 다 안다. 미국도 정치인들은 그놈이 그놈인 것이다. 

다큐  제프리 엡스타인의 1편, 첫장면은 엡스타인이 클로즈업되어 검사실 비디오인터뷰다. 자신의 혐의에 대해 묻는 검사에게 엡스타인은 모든 질문에 헌법에 보장된 묵비권을 행사한다.변호사가 그렇게 하라고했다고. 엡스타인의 표정이 보지않고는 말할수 없는 진짜 압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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