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티드 #글쓰기챌린지 #면접후기
세일러 머큐리를 아세요?
세일러 머큐리는 <달의 전사 세일러문>에서 세일러 문과 함께 싸우는 동료 전사로 물과 지성이라는 특성을 가지고 있어요. 그래서 대부분의 상황에서 침착하고 차분한 태도로 상황을 정리하고 전략을 수립하며 타인을 이해하고는 하던데 제가 가장 첫 번째로 면접을 봤던 A사는 세일러 머큐리 같은 이미지였어요.
문자로 먼저 연락을 받았어요. 어디 소속의 누가, 어디에서 제 정보를 보고, 왜 연락하는지, 어떻게 하면 다시 소통할 수 있을지를 정리한 문자를 받고 짧은 통화로 면접 일정을 잡고 면접 당일 방문하였습니다. 출입구도 엘리베이터도 하나인데다 사무실 문이 열려 있어서 찾아가는 길은 어렵지 않았어요. 찾아가 몇 시 면접 예정인 누구라고 밝히자 탕비실 테이블로 안내 되었습니다.
회사의 공간이 어떻게 구성되어 있느냐가 외부인에게는 많은 걸 보여주더군요.
세일러 머큐리 기업은 차분하게 할 일을 ‘잘’하는 걸 중요시하고 일을 ‘잘’하려면 팀으로 함께 일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게 아닐까 싶었어요.
4개에서 6개 정도로 나누어져 있는 방으로 된 공간은 모두 회의실 혹은 작업 공간이었어요. 경영진은 작업 공간에 함께 나와있었고 테이블은 별도의 리더십 테이블 없이 모두 마주보고 있었습니다. 아래 처럼요.
복 (책상)(책상)(책상) 창
도 (책상)(책상)(책상) 문
책상과 책상 사이, 책상과 사람들이 돌아다니는 복도와 같은 여유공간 사이는 모두 칸막이로 가려져 사용자가 집중하고 몰입할 수 있는 공간이 되기를 의도하고 있었어요. 탕비실은 회의실 혹은 그보다 조금 더 큰 공간으로 싱크대, 마케팅에 사용되는 일부 물품 보관공간, 냉장고, 간식장 등이 여유롭게 배치되어 있었고 냉장고에는 다른 직원이 나눈 간식, 서로에 대한 감사 인사 등이 여러 개 붙어있었어요. 창이 커서 밝은 공간이었지만 건물들 사이에 위치해 해가 부숴지듯 떨어지지 않아 가만히 창밖을 보기도 좋았습니다.
짧은 시간을 대기한 뒤 빈 회의실로 안내 되었어요. 바로 직전까지 회의를 하다 들어오신 대표이사와 기술이사, 인사담당자와 면접이 시작되었어요. 1분 자기소개 없이, 지원동기와 제품 경험에 대한 이야기로 대화가 열리며 분위기는 비교적 부드럽게 풀어졌어요. 퇴사 사유, 이전 회사에 대한 소개, 그리고 면접관 별로 키워드를 이미 나누어 둔 상태였어요. 과거의 성공경험이나 역경 등에 대한 질문도 있었지만 현재 기업에서 고민 중인 문제, 앞으로 대응이 필요한 문제에 대한 질문이 많았어요.
현재 상황이 이런데,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지?
당장 답을 내릴 수 없다는 건 알지만, 빠르게 생각해본다면 어떻게 해결할지?
그렇게 해결하는 경우 이런 문제가 발생할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는지?
인사와 관련하여 긴 시간 고민하며 계속 공부를 하신 것 같았어요. 그리고 굉장히 똑똑한 분들이라고 느끼고 감탄했죠. 부드럽고 강하고 지식이 많으신 분들, 지혜에 계속 가까워지고 있는 그런 분들이라는 느낌이었어요. 게다가 면접을 진행하는 동안 저는 바로 대답하지 못한 질문이 많았고 생각할 시간을 요청하기도 하였어요. 그때마다 면접관들은 하나같이 답이 없는 질문이니 괜찮다, 고민해달라, 생각해보라고 기다리고 격려해주셨죠.
지금도 여전히 무척 감사하고 있어요.
이직 경험과 면접 경험이 적은 제게 인사 담당자로서의 첫 면접이 세일러 머큐리와의 만남이라는데 감사하고 있습니다. 제가 요모조모 많이 부족하다는 걸 확실히 체감했지만 지나칠 정도로 상처 입지는 않았어요. 제 능력을 쌓은 다음에 이 회사에 합류할 기회가 생긴다면 다시 지원하고 싶어졌고 채용 브랜딩은 역시 한두가지 요소로 해결되지 않는다는 배움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