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민님 믿고 가는거죠 뭐"
얼마 전 퇴사한 곳에서 팀리더가 나에게 말했다. 회의 전 내가 담당한 작업물에 대해 검토하는 중요한 자리였다. 팀리더는 크로스체킹없이 그대로 논의해도 좋다고 했다. 고작 한달 남짓한 시간 밖에 본 적이 없는데, 믿고 간다니?
결과는 나쁘지 않았지만 좋지도 않았다. 다른 동료들의 추가 의견들을 반영하여 작업물을 재정비하게 되었으니 말이다.
며칠이 지나서 팀리더에게 따로 물어볼 기회가 생겼다.
"회사 들어오고 보여준 모습 덕분에 신뢰가 생겼죠."
내가 보여준 모습은 기획에 대한 전문성과 더불어 지속적으로 아티클을 공유하고 스터디에 참여하는 성실함이라고 했다. 추가로 다른 동료들과 빠르게 어우러지는 모습 또한 친밀감을 가지게 했단다.
이렇게 믿어주는 동료가 있다고 생각하니 *신뢰 자산이 쌓이는 것 같았고 업무에 대한 자신감과 회사 적응은 더욱 빨라졌다. 물론 막대한 책임감이 따르지만 그것마저 나는 즐기고 있었다. 회사에서 벌어야할 건 돈 많이 아닌 것이다.
* PM(Product Manager) 업무를 하다보면 '신뢰 자산'이라는 용어를 많이 쓴다.개발자, 디자이너, 마케터, 세일즈 등 여러 직군과의 협업 시 '신뢰 자산'이 잘 형성되어 있으면 동료와의 유대감이 생겨 업무하기에 수월하다.
퇴사를 한 후,
다양한 환경에서 여러 사람들을 만나면서 '신뢰'라는 가치에 관심이 생겼다.
위의 이야기처럼 상대방을 통해 내가 느끼게 되는 감정일까?
신뢰라는 용어를 사전에서 찾아보니 '굳게 믿고 의지하는 것'이라고 한다.
신뢰는 삶을 살아가면서 다양한 생각을 하게 해준다.
신뢰를 할 수 있는 근거와 판단력, 그리고 스스로에 대한 평가도 포함된다.
또한 신뢰를 하게 되면 상대방에 대한 설득도 쉽다.
보통 인간의 행동을 이끌어 내려면 세 가지 요소가 필요하다고 한다.
에토스(신뢰)
파토스(감정)
로고스(논리)
아리스토텔레스가 주장한 '설득의 3요소'인데 신기하게도 그리스 시대부터 지금까지 인간의 본질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증거이기도 하다. 에토스가 우선 기반이 되어야 파토스와 로고스도 작동을 하고 세 가지가 조화를 이루었을 때 비로소 상대방을 움직일 수 있다.
예시로 운동매니아들이 좋아하는 유튜브채널인 '짐종국'을 보자
가수지만 헬스인으로 유명한 종국이형이 운동에 대해 알려주는 것이 메인콘텐츠이다.
종국이형은 운동에 대한 자격증도 없다.
다만 오랫동안 꾸준히 운동을 해왔고, 운동을 좋아하고, 운동에 진심임을 구독자는 알고 있다.
이 같이 채널을 구독한 사람들은 김종국이라는 사람에 대한 에토스(신뢰)가 있고, 운동이라는 가치를 공감(파토스)하고 그가 알려주는 내용(로고스)에 설득되는 것이다.
즉, 신뢰는 사람과 사람 사이를 단단히 이어주는 끈이며, 삶 속에서 피어나는 매우 고상한 감정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전문성(결과에 대한 인정)과 일관성, 인간성이 있어야 하며, 내가 신뢰가 부족하다고 생각한다면, 이 3가지를 다시 한 번 점검해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