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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희진 Heejin Choi Mar 18. 2022

Shrinking but Livable!?

지방 소멸과 마을 만들기 <마을의 진화>를 읽고

일본 가미야마, 마을의 미래를 만나다


익히 알고 있듯이, 일본은 우리나라보다 앞서 고령화 사회로 진입했다. '소멸가능도시(일본창성회의 보고서, 2014)'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일본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절반이 사라진다는 전망도 나왔다. 그러나 이러한 위기와 달리, 다양한 이주자와 IT벤처 기업이 새롭게 진입하는 '산속에 이상한 시골 마을'이 있다.


가미야마의 인구 추이 (164쪽)


바로, '도쿠시마현 가미야마(神山町)'라는 5천 여 명이 사는 작은 규모의 마을이다. 지방자치분권 및 지방재생 등을 취재해 온 아사히 신문기자 간다 세이지는 2016년 가미야마에 직접 가서 100여 명이 넘는 사람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그가 취재를 준비하면서 이 마을의 성공 전략에 대해 몇몇 가설을 세우고 이에 합당한지를 탐색했다. 그 가설은 다음과 같다(285-291쪽).


첫 번째 가설: NPO 대표의 강렬한 리더십으로 지금의 가미야마가 있다

두 번째 가설: 치밀한 계산을 했기 때문에 성공했다

세 번째 가설: 가미야마의 마을 만들기도 철이 지났다


이주자와 IT기업 유치를 담당하는 NPO법인 그린밸리의 대표가 강렬한 리더십으로 마을 만들기를 추진한 것일까? 이주자와 IT기업 유치를 위한 치밀한 계획이 있었을까? 이 마을의 성공은 이미 매스컴에 자주 등장했으며 주요 멤버도 60대로, 이곳 상황이 한물 간 모델은 아닐까?


가미야마 취재에서는 미리 세웠던 가설이 모조리 뒤집혔다. (중략) 가설을 뒤집는 쾌감을 제일 강하게 느꼈던 것은 이 세 번째 가설이었다. 마을 만들기로 알려진 다른 지역과 가미야마가 가장 다른 점이 바로 이것이다. (285-289쪽)

<마을의 진화(간다 세이지 지음, 류석진, 윤정구, 조희정 옮김, 반디, 2020)>
구글 지도에서 일본 도쿠시마현 가미야마의 '카페 오니바(Café on y va)'를 검색했다.
가미야마 지도


1. 그린밸리(NPO)의 강력한 리더십이 작용했나?


가미야마의 마을 만들기에 앞장섰다고 알려진 비영리단체(NPO) 그린밸리는 이주 촉진과 IT기업 유치를 담당하고 있었다. 당시 그린밸리의 이사장이었던 오오미나미 신야는 2004년 설립 초기에 "미국 실리콘밸리가 IT산업의 발상지가 된 것처럼 뭔가 새로 생겨나는 창조적 마을로 만들고 싶다고 지인들과 이야기"하면서 반도체 원료인 실리콘은 없지만 "그 대신 사람 사이의 인연"이 많기에 이름을 "그린밸리"라고 지었다고 한다. 간다 세이지가 지적한 대로, '그린밸리는 오오미나미 이사장과 누구누구'식의 조직이 아닌, 각자가 가진 재능을 살려서 활동하는 자유롭고 수평적인 조직이었다.


게다가 가미야마에 위성 사무실을 개설한 기업들(2018년 기준 16개의 기업)의 새로운 일하는 방식을 보여줌으로써 전국적으로 각광받았다. 이들은 일과 삶의 균형을 맞추는 삶의 방식을 택했고 가미야마의 쾌적한 자연환경에서 창조적이고 생산적인 일자리 환경 만들기를 지향했다. 또한 가미야마에서는 외지인을 개방적으로 받아들이고 다양성을 인정하는 문화가 중요하게 작동했다.


도쿄에 본사를 두고 있는 소프트웨어 개발 회사(단쿠소호토)가 가미야마에 위성 사무실을 열고 그 직원이 아쿠이강에 발을 담그고 업무를 보는 모습


만나는 사람마다 개성이 넘쳤고, 어설픈 도쿄보다 자극을 주어 이런 시골이 있다는 사실에 깜짝 놀랐습니다. (중략) '우리 마을로 와주세요'라고 말하지 않는 것도 신선했습니다. 다른 곳에는 이주 희망자에 대해 '정착하실 거죠?'라는 무언의 압력이 있잖아요. 그러나 가미야마는 출입이 자유로운 분위기였고 그런 압력도 없었어요. 자신의 생각을 강요하지도 않고 사람과 거리감도 없고 그 따뜻한 배려가 느껴져서 최고라고 생각했습니다. (78-79쪽)
                

2. 치밀한 계획/계산 덕분에 이렇게 된 것일까?

'우연적으로, 그리고 결과적으로' 마을에서 일어나는 다양하고 재밌는 활동


초기에 이 마을에 이주자가 오게 된 계기는 '아티스트 인 레지던스'를 통해서이다. 국내외 다양한 장르의 예술 활동을 하는 예술인을 초대했으며, 제작 과정에서 예술인과 마을 사람이 함께하기도 하며 한층 더 개방적인 마을로 진화하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마을에 일이 없으니 일감을 가진 사람이 와서 창업을 할 수 있도록 맞이한다. 2010년부터 그랜밸리는 6개월 체류형 직업훈련을 하는 '가미야마 주쿠'를 열어 도시에서 이주한 청년이 새로운 일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이때 가미야마 마을과 관계 맺은 사람들은 마을에서 창업을 시도하거나 나중에 이주를 해오기도 한다. 이러한 마을 만들기 전략은 어떤 치밀한 계획이라기보다 이 마을과 관계 맺는 다양한 사람들과의 교류와 활동 속에서 자연스레 이어지며, "땅을 일구니 풀이 났다는 느낌"에 더 어울린다고 볼 수 있다.

실험 이주에 관한 설명(124-125쪽)


3. 가미야마의 마을 만들기는 한물 간 이야기일까?


가미야마의 기존 전략을 획기적으로 바꾼 계기는 지방재생으로 눈을 돌린 면사무소의 종합 전략 수립이었다. (146쪽)

2014년 일본에서 대두된 소멸가능도시의 위기로 인해 면사무소는 '리전웍스(RegionWorks)'라는 지속가능한 개발을 위한 디자인 회사와 함께 지방재생 전략을 수립하게 되었다. 먼저 전략 수립 프로세스를 결정하는 방식에서는 행정인 면사무소 중심이 아닌 핵심 팀을 두고, 핵심 팀과 주민들, 면사무소 직원 대표 등과의 실무 집단을 결성했다. 이들은 여러 차례 회의를 통해 인구 감소와 함께 폐교, 세수 감소, 병원/상점/회사 폐업 등 다가올 미래를 분석하며 매력 있는 마을을 만들기 위한 과제와 아이디어를 도출했다. '멋진 마을 만들기', '교육, 학습', '먹거리', '에너지', '주거', '연결', '일자리 만들기' 일곱 개의 영역을 구분해 프로젝트별로 팀을 나눠 개별 시책 만들기를 시도했다. 특히 여기서 이러한 과제를 시행할 공사, 즉 공공 기업을 발족하기로 정했다. 이를 통해, 2016년 면이 1000만 엔을 출자해 일반 사단법인 '가미야마 연대공사'가 설립되었다. 지역주민들이 중심이 되고 면사무소가 중개자가 되어 지원하는 방식이다. 현재 가미야마 마을에서는 '마을을 미래 세대에 이어주는 프로젝트'인 연결 프로젝트를 다양하게 시도하고 있다.

주민 면내 버스 투어

푸드 허브 프로젝트

공동주택 건설고 민가 개조를 합친 주거 프로젝트, 오노지 공동주택과 아쿠이강 컴온

농업학교, 가미야마 창조학


가미야마의 프로젝트가 잘 굴러가는 이유(276-278쪽)

1) 지방 재생 전략 수립, 오노지 공동주택 프로젝트 등 주민과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해가는 과정의 신중함
2) 연결을 키워드로 면사무소와 주민, 민과 관, 학교와 지역, 주민과 이주자, 현재와 미래 등 마을 만들기는 연결 짓는 일
3) 가미야마 연대 공사의 역할의 중요성
4) 면사무소를 변화시킬 수 있는 의지


오노지 집합주택(大埜地の集合住宅)

출처: https://www.in-kamiyama.jp/living/monthy/50142/


더 찾아보기~

가미야마에 살고 있는 어느 나이든 미용사의 삶을 중심으로 다룬 다큐멘터리

예고편 https://youtu.be/fm9gImQUYXE 





우리나라의 마을 만들기, 관계인구, 고향납세 제도 등을 생각해보기


0) 행정안전부 '인구감소지수' 발표

출처: 연합뉴스

*(8개 지표) 연평균인구증감률, 인구밀도, 청년순이동률, 주간인구, 고령화비율, 유소년비율, 조출생률, 재정자립도(행정안전부, 2021.10.18)


1) 읍면동 단위 주민자치회

동 지역사회 주민대표 기구로써 자치계획 수립 및 실행, 주민참여예산의 제안과 편성, 자치회관 운영 등을 실질적으로 수행하는 주민자치 조직

2) 중간지원조직 형태: 전국 광역-기초(시군구)마을만들기지원센터

광역 단위: 서울시마을공동체종합지원센터, 경기도마을공동체지원센터, 경남마을공동체지원센터 등

공모사업 지원(3인 이상 모임), 공동체지원활동가/마을협력가/마을코디네이터 등 지원(마을사업 예산 및 계획 수립, 활동에 도움)

3) 비영리민간단체, 사회적/협동조합 등의 형태: 지리산권역 작은변화지원센터, 협동조합 젊은협업농장 

작은변화베이스캠프 들썩(남원 산내면, 2021.10.28. 필자 촬영)
2022 달력 + 남원시 산내면 그림지도(작은변화지원센터 제작)

4) 행정안전부 청년마을, 2021년 전국 12개 시군 선정(거제 아웃도어아일랜드, 괴산 뭐하농, 상주 이인삼각, 영덕 뚜벅이 등)

아웃도어 아일랜드(거제 장승포, 2021.11.13. 필자촬영)

5) 그 외 마을학회, 마을미디어 등: 마을학회 일소공도, 달성토성마을방송국, 고사리(지리산권역)

6) 관계인구/응원인구: 실제로 이 지역에 거주하지 않지만 다양하게 참여하는 사람(휴양/체험형, 체류형, 비지니스 협업 등)

 출처: 희망제작소(2021.08.10.) [카드뉴스] 인구 개념으로 살펴보는 지방소멸

7) 고향납세제도(일본 2008년부터 시행)/고향사랑기부제(한국 내년 1월부터 시행): 소득세 납세의 의무가 있는 납세자가 거주지 외의 지방자치단체에 해당 금액을 기부하고 세액 공제 및 답례품을 받는 형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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