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대통령실이 만든 논란의 이미지들
이미지 정치의 딜레마
렌즈가 드러낸 권력의 균열
2022년부터 이어진 윤석열 전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의 사진 논란은 단순한 개인적 취향의 문제를 넘어선다. 이는 공적 권력과 사적 이미지 관리가 어떻게 얽혀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이기 때문이다.
사진을 '기록'이다. 하지만 일련의 논란을 통해 사진이 단순한 기록이 아니라 '연출'의 산물이며, 때로는 정치적 '도구'가 될 수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논란이 된 사진들 상당수가 전 대통령실 직원에 의해 촬영된 것이라고 한다. 이는 공적 자원이 사적 이미지 관리에 활용되었음을 의미한다.
청와대 전속 사진사 제도는 노태우 정부 중반부터 공식적으로 시작되었다. 그 이전까지는 공보처 소속 공무원이 파견 근무 형태로 대통령의 공식 행사를 기록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문민정부 부터 MB정부까지 청와대 직원들이 밝힌 역대 대통령의 공통점은 "사진 한 장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김영삼 대통령의 경우 사진기자가 현장에 도착할 때까지 행사 시작을 미루는 일도 있었다고 전해진다. 이는 대통령이 언론을 통해 전달되는 이미지의 파급력을 이해하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김대중 대통령은 민주화 투쟁, 망명 생활, 노벨평화상 수상 등 상징적 서사가 풍부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미지 연출에는 비교적 절제된 모습을 보인 것으로 평가된다.
전속 사진사를 활용했지만, 대통령 개인의 이미지를 과도하게 부각하기보다는 외교적 장면, 정상회담, 민생 현장 방문 등을 중심으로 한 기록 위주의 전략을 구사했다. IMF 외환위기라는 시대적 배경 속에서 개인적 카리스마보다는 국가 지도자로서의 책임감을 강조하는 메시지 전달에 주력했던 것으로 보인다.
노무현 정부에서는 대통령의 일상적 모습과 솔직한 감정 표현을 자연스럽게 담아내는 방식을 추구했으며, 이는 당시 대중들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데 효과적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명박 정부는 공식 행사 기록에 중점을 둔 측면이 있는 반면, 경제 관련 현장 방문이나 정책 홍보 과정에서 상징적 이미지를 활용한 사례들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몇 차례 사진 관련 논란이 발생했다. 세월호 참사 당시 합동분향소에서의 위로 장면에 대해 연출 의혹이 제기되었으나, 당사자 할머니와 그 가족은 우연한 만남이었다고 해명했고 청와대 측도 연출을 부인했다. 또한 연합뉴스가 박근혜-오바마 정상회담 사진을 합성 처리해 국제적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하지만 이 논란은 언론사의 편집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청와대가 직접 주도한 연출과는 구분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문재인 정부는 기존의 전속 사진사 시스템과 함께 의전비서관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체제를 구축했다. 사진 한 장의 연출보다는 전체적인 무대 설정과 메시지 전달을 종합적으로 기획하는 전략적 접근을 택했다.
대통령이 여민관 직원 식당에서 식권을 사용해 참모들과 함께 식사하는 모습 등은 기존 대통령들과는 다른 소탈함을 연출했다. 의전비서관은 대통령을 무대의 절대적 중심이 아닌 상징적 구성 요소의 하나로 배치하면서, 정치적 메시지를 시각적 이미지로 효과적으로 번역하는 역할을 수행했다. 연출 자체는 분명 존재했지만, 그것이 국민적 공감대 형성을 목표로 설계되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윤석열 정부에 들어서면서 대통령 사진 관련 시스템은 또 다른 국면을 맞게 되었다. 윤석열 전 대통령 본인과 관련된 사진 연출은 상대적으로 소극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나토 정상회의에서 빈 모니터를 보며 업무 하는 듯한 모습이나 빈 종이를 넘기는 연출 등이 화제가 되기도 했지만 과도한 수준은 아니었다는 의견이 많다.
하지만 영부인과 관련된 사진 촬영 시스템에서는 기존과 다른 양상을 띤다. 대통령실 소속 직원이 영부인의 공식, 비공식 일정을 상당 부분 촬영하며 관리해 온 것으로 보도되었다. 이 직원을 통해 김건희의 마포대교 사진을 비롯해 순천만, 캄보디아 심장병 아동 관련 사진 등 논란이 된 사진들이 촬영된 것이라고 밝혀진 것이다.
캄보디아의 소년을 안고
2022년 10월 김건희가 캄보디아에서 선천성 심장질환을 앓는 소년을 안고 찍은 사진이 첫 번째 논란의 중심이 되었다. 한 아이를 안고 미소 짓는 모습이 담긴 이 사진은 일부에서 과도한 연출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온라인에서는 "빈곤 포르노", "이미지 착취"라는 표현까지 등장했다.
순천만의 화보
2023년 순천만 국제정원박람회 방문 시 공개된 22장의 사진도 논란이 되었다. 전체 22장 중에 김건희의 관람차 안의 사진만 5장이었기 때문이다. 이 사진들은 "순천만 국제정원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배경을 흐릿하게 처리하고 김건희에 초점을 맞춘 사진이 다수"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마포대교 순찰 사진
2024년 9월 세계 자살 예방의 날을 맞아 김건희가 마포대교에서 마포경찰서 용강지구대 근무자와 함께 순찰하며 지시하는 듯한 사진이 공개되어 가장 큰 논란을 일으켰다. 경찰들과 함께 순찰하는 사진에서 마치 지휘관처럼 손을 허리에 올린 자세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제기되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대통령이 아닌 영부인이 단독으로 경찰들과 함께 순찰하는 모습이 권력 남용 등 부적절하게 보일 수 있어 내부에서 사진 공개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많았는데 결국 공개됐다"라고 전했다.
사진 정치는 한국만의 현상이 아니다. 권력자들이 이미지를 통해 정치적 메시지를 전달하려다 오히려 역풍을 맞는 사례는 전 세계에서 반복되고 있다.
연출된 신앙심의 파산, 트럼프의 성경 사진
2020년 6월, 조지 플로이드 시위가 절정에 달했을 때 도널드 트럼프는 백악관 근처 라파예트 공원에서 평화시위를 벌이던 시민들을 최루탄과 고무탄으로 강제 해산시킨 후, 세인트 존스 교회 앞에서 성경을 들고 포즈를 취했다.
이 사진은 김건희의 캄보디아 사진과 유사한 구조를 보인다. 둘 다 '선한 의도'를 어필하려 했지만, 그 과정에서 본질을 놓쳤다. 트럼프는 종교적 신념을 과시하려 했으나 시위대를 폭력으로 해산시킨 직후라는 맥락이 놓쳤다. 김건희 역시 자선 활동을 보여주려 했으나, 아픈 아이를 소품화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었다.
실제로 기업 홍보실에서도 사회공헌 관련 사진을 촬영할 때는 도움을 받는 사회적 약자들의 모습은 가급적 공개하지 않는다. 간혹 뒷모습을 활용하기도 했지만, 최근에는 그마저도 촬영이나 사용을 하지 않는 경향을 보인다. 이는 사회적 약자를 홍보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 자체가 윤리적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었기 때문이다. 김건희의 캄보디아 사진은 이런 최근의 사회적 감수성과도 정면으로 충돌하는 사례로 볼 수 있다.
성공한 권위의 연출, 대처의 전차 사진
반대로 성공 사례도 있다. 1986년 마거릿 대처는 서독 방문 중 챌린저 전차에 올라 헬멧을 쓰고 망원경을 들여다보는 모습을 연출했다. 이 사진이 성공한 이유는 일관성, 맥락의 적절성, 진정성이 모두 갖춰졌기 때문이다.
김건희의 마포대교 사진과 비교하면 차이가 극명하다. 대처는 자신의 권한 범위 내에서 국방정책을 다루는 총리였지만, 김건희는 공식적인 정책 권한이 없는 상황에서 경찰 업무에 개입하는 모습을 연출했다. 대처의 사진이 '강인함'을 보여줬다면, 김건희의 사진은 '월권'으로 해석된 것이다.
엘리트의 오만함, 마크롱 부부의 궁전 화보
에마뉘엘 마크롱은 2017년 대선 승리 직후 베르사유 궁전에서 첫 대통령 인터뷰를 진행해 '공화국 대통령답지 않은 권위주의를 연출'했다는 비아냥을 낳았다. 그의 부인 브리지트 마크롱도 엘리제 궁전에서 패션 매거진 화보 같은 사진들을 찍어 "서민과 동떨어진 엘리트 부부"라는 이미지만 강화했다. 이는 김건희의 순천만 화보 사진과 구조적으로 동일하다.
진정성의 위기, 케이트 미들턴의 편집 논란
2024년 3월, 케이트 미들턴이 어머니의 날에 공개한 가족사진이 편집되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AP, 로이터 등 주요 통신사들이 사진을 삭제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케이트는 "아마추어 사진사처럼 편집을 시도했다"며 사과했지만, AFP는 "켄싱턴궁을 더 이상 신뢰할 수 있는 정보원으로 보지 않는다"라고 선언했다. 이는 디지털 시대 이미지 정치의 새로운 함정을 보여준다. 과거에는 연출의 문제였다면, 이제는 편집과 조작의 문제가 추가된 것이다.
트럼프, 대처, 마크롱, 케이트 미들턴. 이들의 사진이 보여주는 공통점은 명확하다. 이미지 정치는 양날의 검이라는 것이다. 성공하면 정치적 자산이 되지만, 실패하면 돌이킬 수 없는 타격을 입는다. 특히 세 가지 함정을 피하지 못하면 반드시 실패한다.
첫째, 진정성의 부재다. 실제 행동과 이미지가 일치하지 않을 때 대중은 즉시 알아차린다. 트럼프는 시위대를 진압한 직후 종교적 신념을 과시했다. 케이트 미들턴은 자연스러운 가족사진이라고 했지만 편집 흔적이 발견되었다. 김건희는 자선 활동을 어필했지만 아픈 아이를 소품화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둘째, 맥락의 무시다. 상황과 시기를 고려하지 않은 연출은 반드시 화를 부른다. 마크롱 부부는 경제 위기 상황에서 베르사유 궁전이라는 배경을 선택해 '현대의 태양왕'이라는 조롱을 받았다. 김건희의 순천만 화보는 국민들이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공개되어 더욱 큰 반발을 샀다.
셋째, 권한의 남용 논란이다. 자신의 지위를 넘어서는 이미지 연출은 가장 위험하다. 대처는 총리로서 국방정책 범위 내에서 행동했기에 성공했다. 반면 김건희는 공식 권한이 없음에도 마포대교에서 경찰 업무에 개입하는 모습을 연출해 '영부인이 대통령 역할을 하는 듯한 모습'으로 비판을 받았다.
김건희의 논란 사진들은 이 세 가지 함정을 모두 밟았다. 세계적인 이미지 정치 실패 사례들과 유사한 패턴을 보인다는 지적도 나온다. 진정성 없는 연출,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기획, 권한 경계를 넘나드는 듯한 연출. 이 세 가지는 언제나 대중의 날카로운 시선을 피할 수 없다. 현대 정치에서 '사진 한 장'이 갖는 파괴력을 보여주는 생생한 교훈이다.
이미지 정치의 역설은 여기에 있다. 좋은 이미지를 만들려는 노력이 오히려 더 큰 신뢰 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이다. 개별 사진들은 작은 실수일 수 있지만, 누적되면 전체적인 이미지를 좌우하는 거대한 서사가 된다.
진정성 없는 연출, 상황을 무시한 기획, 권한을 넘나드는 월권행위. 이 세 가지는 언제나 대중의 날카로운 시선을 피할 수 없다. 현대 정치에서 '사진 한 장'이 갖는 파괴력을 보여주는 생생한 교훈이다.
전통의 파괴와 역사의 아이러니
역대 전속 사진사들은 대통령의 역사적 순간을 기록하는 증인이자 기록자였다. 김영삼 대통령이 김덕룡 민자당 사무총장을 질책하는 모습, 노무현 대통령의 일상적 순간들, 역대 대통령들의 진솔한 모습이 그들의 카메라에 담겨 있었다. 이들의 렌즈에는 권력의 진짜 모습이 담겨 있었다.
하지만 김건희의 전속 사진사가 남긴 것은 무엇인가? 연출된 선행, 과시된 권위, 그리고 수많은 논란이었다. 사진은 늘 기록인 동시에 연출이기도 하다. 결국 권력이 무엇을 보여주고 싶어 했는지를 드러낸다. 전속 사진사의 렌즈는 이제 더 이상 기록자가 아니라 연출자의 것이 되었고, 그것이 말해주는 진실은 단 하나다.
김건희의 사진 PR은 의도와 정반대의 결과를 낳았다. 선한 이미지를 만들려던 시도들이 오히려 권력 남용, 과시욕, 진정성 부족이라는 비판을 받게 된 것이다. 각각의 사진들이 개별적으로는 작은 논란에 불과했을지 모르지만, 누적되면서 거대한 신뢰 위기로 발전했다.
최근 출범한 이재명 정부는 흥미로운 대조를 보여주고 있다. 특히 취임 직후 공개된 몇몇 사진들은 대통령 본인의 뒤통수를 보여주거나 아웃포커싱하고, 배경 속에 작게 배치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예컨대 첫 국무회의 사진에서도 이재명 대통령은 다소 흐릿한 포커스로 잡히거나 회의실 뒤편에서 서류를 살펴보는 모습이 강조되었고, 카메라는 오히려 긴장된 표정의 참모들이나 책상 위에 어지럽게 쌓인 자료들을 중심으로 초점을 맞췄다.
이는 윤석열 정부가 영부인의 존재를 과도하게 클로즈업해 논란을 자초했던 방식과는 확연히 다르다. 권위적 리더십을 강조하기보다는, 대통령을 하나의 프레임 안에 놓인 여러 요소 중 하나로 처리함으로써 무대 중심에서 살짝 비켜선 태도를 보이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연출도 결국은 이미지 정치의 일환이라는 점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못하지만, 적어도 진정성에 대한 최소한의 감각과 공감의 전략을 읽을 수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의 PR 행보를 주의 깊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
이미지가 권력을 흔드는 시대. 우리는 무엇을 믿고, 무엇을 의심해야 하는가? 진정한 소통은 연출된 이미지가 아닌 진정성 있는 행동에서 나온다. 렌즈 뒤의 권력이 만든 이미지들이 결국 권력 자체를 흔드는 역설적 상황을 우리는 목격하고 있다.
PR이 'Public Relations'라는 본래 의미를 되찾으려면, 연출이 아닌 관계, 과시가 아닌 공감, 통제가 아닌 소통에 집중해야 한다. 누구를 위한 이미지인가? 무엇을 위한 연출인가? 그리고 우리는 진심을 얼마나 알아보는 눈을 가지고 있는가? 이 질문들에 대한 답을 찾는 것이 이미지 정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