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 이중섭거리 Maybe로 가자
“그림이 마치 사진 같아요!”
“그림이 너무 사실적인데, 마시고 싶어요!”
“네. 저도 마시고 싶어서 그리는 거예요”
코로나가 극성이던 2021년 어느 휴일 아침, 전날 밤늦게 페이스북에 올라온 친구의 사진을 확인하곤 빈 캔버스를 꺼내 쓱싹쓱싹 스케치를 시작했다. 그리고 꼬박 8시간 동안 초벌 색칠을 했다.
서귀포를 사랑하는 내가 흰 눈이 나리는 것도 아닌데, 그곳에 가질 못한다는 사실이 속상해서 그저 이 카페의 한 켠에 앉아 친구들과 화이트 와인 한 잔 기울이는 그 느낌 그대로 빠져들었다.
특히, 이 그림은 A4사이즈로 주제가 된 와인병의 실제 크기와 같아서 마치 눈앞에 와인병과 잔이 놓인 것 같은 느낌을 준다.
하지만 유난히 묘사가 많은 유리병과 유리잔의 특징 때문에 그림을 그리는 내내 토끼눈을 해야 했다. 정물을 그리기 위해 주변 배경을 단순하게 하고 주제가 돋보이도록 설정을 한 정돈된 정물이 아니라 실사 그대로를 살린 정물이다 보니, 표현해야 할 내용이 많고 복잡하다.
특히, 이런 상황에서는 대비 효과를 줘서 배경은 확실하게 다운시키고 주제의 색을 살려줘야 한다. 또 세밀하게 쪼갠 색은 ‘정확’하게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데, 내겐 어려웠다.
또 아무리 작은 표현이라고 해서 느낌만 살려 휘리릭 지나가버리는 것이 아니라, 꽃의 이름을 불러 정확하게 명명하듯이, 명확하고 분명하게 그려주어야 한다는 것도 이 그림을 그리면서 다시 배웠다.
또 유리병이나 유리잔은 원통형인 만큼 단면적인 느낌을 주지 않기 위해 끝선을 조금은 흐리게 잡아줘야만 곡선처럼 보이게 된다. 이 부분은 앞서 기린을 그렸던 경험이 많은 도움이 되었다.
언젠가 그림 산책에서 제주 풍경을 그린 그림을 소개하면서 언급했던 이중섭 거리에 있는 카페 maybe는 나의 1년 남짓한 서귀포 생활에서 빠질 수 없는 참새방앗간이었다.
지금도 서귀포에 들르면 매일 저녁은 이곳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게다. 이곳은 내게 언제나 친구들을 만날 수 아지트이면서 동시에 내 친구가 되어준 공간이니까.
이번 그림의 주제가 된 벨스타 프로세코 브뤼(Belstar Prosecco Brut)는 이탈리아 스파클링 화이트 와인이다. maybe의 대표인 혜연이 추천해줘서 즐겨먹는 와인이 되었다.
벨스타는 맑은 볏짚 색, 정교하고 생동감 넘치는 버블. 신선한 사과, 배 , 은은한 살구와 감귤, 흰 꽃 향이 느껴지며 부드러운 버블과 적절한 산도가 조화를 이룬다. 과실의 향을 최대한 잘 살려내기 위해 부드럽게 압착하며, 저온침용과 긴 발효를 거친다고 한다.
프로세코는 두 가지 이상의 화이트 와인 품종을 소량 섞어서 생산하는 와인으로, 벨스타는 과실과 꽃 향이 풍부하고 우아하면서도 트렌디한 스타일의 프로세코로 손꼽힌다.
벨스타는 전통적으로 프로세코를 생산하던 지역의 문턱에 위치했던 포도원의 이름이자, 지역 방언으로 '살기 좋은 장소'란 의미로 BE WELL, ENJOY YOUR LIFE의 의미를 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