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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마레 Mar 15. 2022

가수 이무진 아빠 찾기

감성 듬뿍 청년 가수를 응원하는 일

지난해 이맘때, 소파에 누워서 뭔가를 읽고 있던 나는 텔레비전에서 들러온 독특한 음색의 “여보세요~”를 듣고서 깜짝놀라 고개를 들었다.


JTBC 싱어게인 무명가수전에서 63번 번호표를 달고 통기타를 맨 곱슬곱슬 장발을 한 청년이 무심한 표정과 허스키한 음성으로 ‘누구없소’를 부르고 있었다. 그리고 순간 나는 과거 어디론가로 이동한 것 같았다.


그날 이후 나는 왠지 정감가는 이 무명가수 청년을 응원하기 시작했다. 그는 어떤 노래든 ‘이무진화’ 시켜버리는 강력한 개성으로 부르는 곡마다 이슈를 만들어 갔고, 소위 요즘식 옛날 감성 보컬 이무진이 부른 노래들은 내가 그림을 그리는 내내 그 공간을 가득 채워주었다.


그러던 중 인상적인 일이 생겼다. 싱어게인 최종회 Top6를 선발하는 대회에서 최종 우승을 하게 되는 이승윤과의 대결에서 지고 패자부활전을 준비하던 이무진이 대기실에서 응원을 받고 싶다며 불현듯 아버지에게 전화를 건 것이다.


아들이 탈락 후보가 되었다는 소식을 전하자 그의 아버지는 “조금 더 힘내서 잘 됐으면 좋겠지만 안된다고 해도 그 누구도 너의 부족함을 탓할 사람은 전혀 없을 것”이라고 위로했다. 또 “네가 이만큼 올라온 것은 정말 대단하고, 후회하지 않게 마음껏 질러버리고 오는 게 좋을 것 같다”며 응원했다.


이무진은 아버지와 전화통화 후 “올라가야 될 이유가 생겼다”며 더욱 열심히 하겠다고 다짐했고 탈락 위기에서 벗어나 패자부활전을 거쳐 싱어게인 최종 3위라는 놀라운 성적을 거두었다.

강민아. 가수 이무진1. 2022. 디지털드로잉.

그런데 말이다. 방송에서 아들을 응원하러 목소리로만 잠깐 출연한 이무진의 아버지, 그의 목소리가 어딘가 너무 익숙했다. 분명히 아는 목소리인데, 누구인지 도무지 생각이 나지 않았다.


그날부터 나는 첫사랑을 찾는 ‘김종욱 찾기’가 무색할 만큼, 나홀로 이무진의 아버지 찾기를 계속했다. 배우 공유는커녕 누구에게도 의뢰하지 못한 채 말이다. 그 방송을 본 몇몇 지인들은 이무진과 아버지의 전화 통화를 기억하고 있었다. 그 상황에서 아버지에게 연락하는 아들과 그런 응원을 하는 아버지라니, 멋지지 않은가. 그런데 말이다. 이무진도 무명가수전에 출연한 마당에 그의 아버지를 찾다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집요한 팬심으로 나는 이무진이 일산에 위치한 백마고를 졸업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일산사업장에서 근무하는 회사 동료의 아들인가 싶어 몇몇 동료들에게도  수소문했지만 소득이 없었다. 경진 프로그램이 진행되던 기간 내내 회사는 너무 조용했으니 회사 동료는 아닌 모양이었다.


그 사이 이무진이라는 무명가수는 아이유와 거미와 듀엣으로 노래도 부르고, CF에도 출연하는 등 그야말로 핫한 유명가수가 되어가고 있었다. 심지어 신호등이라는 곡은 초딩들의 최애곡이라고 하니, 국진이 빵에 이은 무진이 빵이 나올지도 모를 일이었다.


여전히 나는 그의 아버지를 찾지 못했지만. 그래도 언젠가 그가 더 유명가수가 되면 가족이 방송에 출연하기도 할 테지 생각하며 마음을 접었다.


시간이 흘러, 이무진의 아버지를 찾게 된 것은 전혀 예상치 못했던 모임에서였다. 지난해 9월 은퇴하신 대학교수님과 선배, 동기 몇몇을 전원 백신 2차 접종 완료를 기념해 만났다. 그곳에서 선후배들의 근황을 전해 듣다가 92학번 이모 선배가 소위 가수 아빠, 즉 이무진의 이버지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강민아. 가수 이무진2. 2022. 디지털드로잉.

내 기억 속의 이모 선배는 유튜브에서 큰 화제를 모았던 이무진의 서울예대 복도남 영상처럼, 아니 그 복도 끝에 있을 법한 과방에서 기타를 치며 김광석 노래를 부르던 이십 대 청년이었다. 물론 이십 년도 더 전에.


그러고 보니, 이무진의 곱슬머리도, 친근하고 정겨운 면모도 ,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는 실력도, 목소리도 아버지를 많이 닮아 있었다. 아는 이십대는 지인들의 자녀들 뿐이라는 자조적인 이야기가 또 한 번 현실이 되어 내게 와닿았다.


아버지를 닮은 곱슬머리 청년이 노래를 부른다. 가을 타나 봐, 신호등, 그리고 과제곡 까지. 나는 팬심을 더해서, 그가 아버지와의 통화 후 힘을 낸 것처럼 새로운 방식으로 그림을 그려보기로 했다.


이번에 소개하는 그림들은 뭔가를 해보겠다고 마련한 아이패드로 프로크리에이터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처음 그려본 디지털 드로잉이다. 좀 어색하고 수줍지만 디지털 그림도 계속 그려나가 볼 생각이다. 응원을 부탁한다. 가수 이무진처럼 나도 힘을 낼 수 있도록. 충분히 즐길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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