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유하는 과정
나는 요즘 세 살배기 딸아이를 키우면서 부모에게 받았던 상처 등을 조금씩 치유하고 있다. 나는 누구보다 엄격하고 강압적이고 보수적인 부모 밑에서 자랐다. 공감능력이 떨이 지는 분들이었다. 그래서 내가 아프고 힘들어도, 항상 나를 강하게 몰아쳤다. 엄살이라고 생각하고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준 적이 없었다. 특히 엄마가 그런 게 너무 심했다. 나는 힘든 사회생활을 겪었고, 자라면서도 마음이 약해 상처를 많이 받았으나, 이 상처를 보듬어 준 게 아니라 더욱더 옆에서 잔소리 또는 야단치는 말투로 다그쳤다.
요새 공황장애를 겪는 사람이 많다고 하는데, 나도 이런 느낌을 자주 받았다. 누가 따뜻한 말 한마디 보듬어줄 사람이 없으니, 누우면 가슴이 답답하고, 불면증이 심해지면서 이러다 꼭 죽어버릴 것만 같은 느낌. 호흡곤란이 동반되었고, 실신 직전까지 갔다. 그러나 나에게는 어느 누구도 손을 잡아준 사람이 없었다.
공부를 안 하면, 왜 공부를 안 하냐고 다그치고, 일을 잠시 쉬면, 왜 직장을 빨리 안 잡냐고 다그치고, 이 모든 말이 나에게는 상처로 남았다. 직장 상사보다 더 무서운 사람은 나에게는 엄마였다. 사실..
집에 돌아오면 편안한 느낌을 못 받았고, 대화를 나누고 싶어도 화부터 내니 대화를 이어갈 수가 없었다.
나는 아이를 3년 전에 낳았고, 이 아이와 아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가끔 나도 화가 나거나 짜증이 나면 화풀이를 아이에게 하는 모습을 보고 놀라긴 하지만, 다행이건, 이 아이가 나보다 성숙했다. 엄마 "화내지 마세요." "예쁜 말로 해주세요." "크게 말하지 마세요." 이렇게 말해준다.
정말 감사한다. 나에게 이런 아이가 찾아와서, 트라우마처럼 남아 있던 딸과 엄마의 관계가 조금씩 치유되는 느낌을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