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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덕변 Mar 18. 2022

[별별불] 회사에서 MBTI가 왜 필요하세요?

MBTI와 개인정보

"MBTI가 어떻게 되세요?"


언제부턴가 두 명 이상이 모이면 반드시 나오는 질문이 되어버렸다. 필자도 고딩 시절에 진로 선택에 참고할 목적으로 비슷한 테스트를 받아본 것 같기는 한데, 결과가 기억나지 않아 다시 테스트를 해 봤다. 과학적인 방법이 아니라고는 하지만 얼추 맞는 것 같기는 하다. 아무튼 이제 MBTI 테스트 결과가 뭐냐는 질문에 '정상입니다'라는 말을 하지는 않을 수 있게 됐다.


사실 MBTI가 주변 사람들의 성격을 파악하기 위한 대인관계 소품 정도로 사용될 때만 해도 그저 혈액형 놀이(?)같은 유행이 또 생겼구나 하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그런데 최근 입사 지원서에 MBTI 결과를 기재하도록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하니,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다. MBTI도 개인정보일까?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르면 '개인정보'란 살아있는 개인에 관한 정보로서, 이름, 주민등록번호 및 영상 등을 통하여 개인을 알아볼 수 있는 정보를 말한다. 단순히 생각해보면 MBTI 결과만 가지고 누군가를 특정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MBTI는 개인정보에 해당하지 않는 것 같다.


하지만 개인정보보호법은 해당 정보만으로는 특정 개인을 알아볼 수 없더라도 다른 정보와 쉽게 결합하여 알아볼 수 있는 정보도 개인정보에 해당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쉽게'라는 두 글자 때문에 조금 추상적인 기준으로 보일 수 있는데, 이를 보완하기 위하여 '쉽게 결합할 수 있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 다른 정보의 입수 가능성 등 개인을 알아보는 데 소요되는 시간, 비용, 기술 등을 합리적으로 고려하도록 하고 있다.


예를 들어 보자. 'ENFP'만으로는 누군가를 특정할 수는 없다. 총 16가지 유형이므로 대충 평균을 내면 한 가지 유형에 한국인 약 300만 명이 해당하니 당연한 결과다. 하지만 만약 'ENFP이면서 강남에 살고 여의도에 출근하면서 ☆☆증권사에서 일하는 30대 여자'라고 하면 어떨까. 거주지, 직장, 직장주소, 나이, 성별 정보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면 MBTI가 누군가를 특정하는 데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개인정보보호 포털(https://www.privacy.go.kr)을 통해 어떤 정보들이 개인정보에 해당할 수 있는지 안내하고 있다. 아마 많은 사람들이 '이것도 개인정보야?'라며 놀랄 수 있을 정도로 다양한 정보가 나열되어 있다. 사상, 신조, 종교, 가치관, 정치적 성향, 흡연 여부, 음주량, 혈액형, IQ, 취미 등이 모두 개인정보의 구체적인 예로 설명되어 있다.


외적으로 확인할 수 있거나 측정할 수 있는 객관적 정보뿐만 아니라 개인의 선택에 좌우되거나 쉽게 바뀔 수 있고 내적인 정보까지 모두 개인정보에 해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개인의 성격유형 분류를 나타내는 MBTI 결과 역시 경우에 따라 개인정보에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본다.




물론 보통의 사람들이 친구 A의 MBTI 결과를 친구 B에게 알려준다고 해도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이 되지는 않는다. 예외가 있기는 하지만, 개인정보보호법은 대부분 업무를 목적으로 개인정보를 처리하는 법인이나 단체 등에게 개인정보 보호 의무를 부담시키는 법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위에서 살펴본 것처럼 다른 정보와 쉽게 결합하여 개인을 특정할 수 있는지 여부도 판단되어야 한다.


하지만 같은 이유로, 법인이나 단체가 MBTI 정보를 수집하는 경우에는 특별히 주의하여야 한다. 대부분 MBTI가 반드시 필요한 정보는 아닐 것이므로 MBTI 결과를 선택적으로 제출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하고, 개인정보보호법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에 대한 동의를 받아야 할 것이다.


아니, 그냥 되도록이면 수집하지 말자. 성격유형을 활용한 사업을 하는 경우라면 모를까, 직원 채용하는데 MBTI를 왜 본단 말인가. 직장에서는 재기발랄한 활동가도 반복적인 업무를 잘 해낼 수 있고, 엄격한 관리자도 고객의 목소리에 공감할 수 있다. 유행이 한풀 꺾인 혈액형처럼, MBTI도 일상 속에서 사람들이 서로의 성격을 예측하고 서로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보조적 수단 정도로만 활용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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