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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석태문 Aug 03. 2019

모터 없이 일하는 사람들

내 힘으로 하는 작은 비즈니스

아침 출근길에 몇 장의 사진을 담았다. 한국에서는 이미 사라진 중간 정도 크기의 달구지였다. 한국에도 과거에 이런 달구지가 있었다. 사람이 아니라 소가 끌었다. 사람이 달구지를 끄는 모습이 특이했다.


다낭 시내 한 복판에서 사람이 끄는 달구지는 다낭을 촌동네로 만들었다. 동시에 다낭에 더 관심을 갖게 하였다. 달구지에는 마대 자루, 뒤집혀진 의자, 알 수 없는 보따리들도 널브러져 있었다.  

사람이 끄는 달구지 모양의 수레


길거리를 청소하는 중년 여성이 나타났다. 한 사람이 끌고 가기에 적합한 크기의 작은 수레였다. 청소하는 여인은 도로 주변의 낙엽과 흙, 쓰레기를 쓸고 수레에 담는다. 대형 청소차가 다닐 수 없는 한국의 달동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다.


베트남에도 한국과 같은 대형 청소차가 운행한다. 차량 뒤편에 2명의 미화원이 따르며 쓰레기를 싣는다. 현대식과 수레식이 공존하는 것이다. 청소차가 주택가를 다닐때는 딸랑딸랑 종을 친다고 한다. 청소차가 왔으니, 쓰레기를 가져 오라는 신호다. 아파트촌에 살아서 직접 들어보진 못했다. 운치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이 끄는 청소용 수레


또 한 장의 사진을 담았다. 길거리에 임시로 설치한 작은 식당이다. 바퀴가 달린 식품 대, 그 위에 유리 찬장이 놓여 있다. 식품 대 아래에 음식이 놓여 있어서 사진에는 보이지 않는다. 오른쪽으로는 이미 아침식사를 마친 남자가 휴대폰을 보고 있다.


식품 대 좌・우측에 작은 테이블이 2개 있다. 우측 테이블에는 여성 두 명이 아침을 먹는다. 식사하는 사람들 앞에 주인으로 보이는 여성이 안에 있다. 길거리 가게는 특별히 많은 돈은 벌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여성 1인의 노력으로 가족의 생계를 보태기에는 좋은 생계수단이다. 베트남 여성들은 작은 가게를 통해 경제활동을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 

여성들이 많이 운영하는 길거리 작은 식당

 

대만에서 본 1인 가게도 마찬가지였다. 우리 딸이 머물렀던 건물의 1층 공간에 오전에만 여는 작은 가게가 있었다. 아주머니 한 분이 운영했는데 딸이 이모라고 불렀던 사람이다. 새벽에 식사 준비를 해서 오후가 되기 전에 준비한 음식을 모두 팔았다. 식탁 테이블 옆에 옷가지도 몇 개 걸쳐놓고 팔곤 했다.  


미국 하와이에서 유학을 하고 대만으로 귀국한 청년 부부도 만났다. 남편은 대만인, 아내는 한국인이었다. 부부는 아침에 은행 옆에서, 출근하는 사람들에게 김밥을 판다. 이들이 손수레 식의 식품 대를 만드는데 든 총비용은 150만 원이었다. 대형 건물에서 이런 손수레 형의 작은 가게에 대한 규제는 없다. 작은 비즈니스를 하는데 특별한 법의 저촉 없으니 대만이나 베트남에서 이런 가게들이 성업하는 것이다. 

청년부부가 차린 대만의 길거리 가게


1인 창업은 한국에서도 화두이다. 간단한 식품 대와 테이블, 의자 몇 개면 길거리 가게를 열 수 있다. 큰 돈 들이지 않은 1인 창업으로 생계가 보장되는 비즈니스라면 쉽게 도전할 수 있다. 정부에서 충분히 권장 가능한 작은 비즈니스 정책이다.


푸드 트럭이 서민들의 호구지책을 위한 작은 비즈니스 정책으로 시행되었다. 트럭이 아닌 오토바이라면 더 작은 창업이 가능할 것이다. 작은 비즈니스 활동이 생계 수단이 된다면 정부의 복지비 지원보다 효과적일 것이다. 


일할 능력이 있는 사람에게 일할 기회를 제공하는 복지가 생산적 복지정책이다. 정부는 생산적 복지를 제공하고, 개인은 스스로 돈을 벌어 독립된 삶을 누린다. 사업하는 개인도 좋고 정부 복지비 지출과 시민 세금 부담도 줄어드니 일거삼득이다. 


우리는 노동이 기계로 빠르게 대체되는 시대에 살고있다. 사람보다 기계가, 기계보다 진화된 AI가 사람의 일자리를 더 빨리 바꿔 나간다. 경쟁은 갈수록 더 치열해진다. 미래에는 AI를 운영하는 소수의 뛰어난 인재만 필요한 사회가 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와중에도 모터 없이 사람의 힘으로 일할 수 있는 곳은 여전히 존재한다. 약간의 관심만 기울인다면 1인 창업 비즈니스를 꾸릴 수 있는 그런 공간이 될 것이다. 기계가 일을 하지 못하는 공간에서 사람의 힘으로 일할 수 있는 일자리가 필요하다. 


일할 의지를 가진 선량한 사람들이 자신의 노력으로 스스로의 생계, 복지를 책임질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이 주어지면 좋겠다. 이 아침, 모터 없이 일하는 사람들을 보고 느낀 상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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