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포스팅에서 말씀드렸다시피 저는 내향적인데다 엄청난 집순이라 소수의 사람들과 오랫동안 깊은 관계를 쌓아가는 편인데요.
곰곰이 생각해보니까 저도 일이 아닌 사적인 자리에서 충분히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면서 살더라고요. 주로 제가 좋아하는 것들을 같이 경험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모임에서 만나요. '취향' 기반 모임인데요. 처음으로 그런 모임을 자연스럽게 가게 된 건 한국일보에서 인턴기자를 할 때예요.
<미세먼지 잡기 위한 공대생들의 덕질 '스타워즈 방독면'>이라는기사를 쓰고 나서 페이스북에 공유를 했는데 어떤 분이 메시지로 자기가 일하는 펍에 #스타워즈 #다스베이더 헬멧을 쓰고 맥주를 마시는 분이 있다는 거예요. 삼성전자에서 일하는 분이라고 하더라구요. 보수적인 직장에서 일하는 자유로운 영혼인 것 같아서 실제로 어떤 사람일까 궁금했고 제 #대학 동문이라고도 하니까 친구를 할 수도 있겠다 싶어서 만나보고 싶다고 했어요.
그분을 만났는데 여러 사람들이 같이 와서 저는 생전 처음 보는 신기한 맥주들을 마시는 거예요. #수입 #크래프트 맥주들이었어요. 저는 그날 '사우어'라는 종류의 신맛이 나는 맥주에 빠졌더니 그 다음부터 그 펍에서 사우어를 좋아하는 사람들과 어울려 가끔 술을 마시게 됐어요. 펍에서 친해진 사람들과 #핫핑크 드레스코드로 입고 사진을 찍은 적도 있고 이후로도 재밌는 일들이 많았어요. 2년 전인데 그분들과는 지금도 연락하고 지내요.
#맥주 모임은 제가 한국일보에서 기사를 내고 엉뚱한 호기심이 생겨서 우연히 참여하게 됐는데요. 그이후로는 취향 기반 모임 플랫폼을 통해서 모임에 참여했어요. '담화관'이라는 영화 모임 플랫폼에서 영화 <기생충> 감상 토론을 진행하는 '모더레이터'를 하기도 했고, 최근에는 '폴인'에서 <스페셜티 커피로 배우는 #비즈니스 전략>이라는 스터디 모임에 참여하고 있어요.
저 같이 내향적이고 집순이인 사람도 사람들을 만나서 취향을 공유하고 싶은 욕구가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실제로 경험해보니 같은 취향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면 공통 관심사가 있어서 그런지 관계가 더 쉽게 끈끈해지더라구요. '남의집'이나 '폴인 스터디' 등 취향 기반 모임 플랫폼들에 사람들이 몰리는 걸 보면 이런 모임들에 대한 수요도 분명 존재하는 것 같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