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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마요 Feb 19. 2020

[도서] Se l’amore, 이런 게 사랑이라면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Call Me by Your Name

                                                                                                                                                                                                                                                                                                                                                                                                                                                                    


Call Me by Your Name. I Call You by My Name
네 이름으로 나를 불러 줘. 내 이름으로 널 부를게 
                                        

      


이 책을 다 읽는 동안 영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의 OST “Mystery Of Love”를 나지막하게 계속해서 틀어놓았다. 나는 영화를 먼저 보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소설을 읽는 동안 설레며 보았던 영화 일부분과 오버랩 되어 연상되는 장면들이 많았지만, 소설 자체만으로 상상할 수 있는 그들의 다양한 장면들이 꽤 인상 깊게 떠올라 한 줄 한 줄 읽고 또 읽었다. 마치 번역되지 않은 원서를 읽는 것처럼.


이미 많은 이들이 알고 있다시피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은 엘리오라는 소년과 올리버라는 청년의 1980년대, 이탈리아의 끝나지 않을 것 같은 한여름을 배경으로 아련한 첫사랑의 기억을 엘리오의 입장에서 써내려간 이야기이다. 첫 몽정 같은 사랑 얘기이다. 동성애라는 코드에서 예전에 보았던 연극 ‘레라미 프로젝트’가 떠오르기도 했지만, 그와는 별개로 이 소설은 동성애의 사랑보다는 인간 대 인간이 느끼는 사랑에 대한 감정을 솔직하게 써 내려간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누군가는 정상적인 사랑일 리 없다고 말할 것이다. 영화보다도 더 적나라했던 엘리오의 올리버에 관한 사랑이야기에 나 역시 적잖이 놀라기도 했지만, 한 편으론 엘리오의 눈부시도록 순수하고 맹목적인 사랑에 대해 박수를 보내고 싶었다. 사랑의 형태를 떠나서 한 인간을 이렇게도 열렬히 사랑할 수 있다는 것에 부럽다는 생각과 그 형태로 말미암아 굉장히 설레는 감정이었다.


처음의 시작은 단순한 호기심이었을지라도 그것이 육체적인 사랑의 형태로 변모하게 되었건, 더 없이 내 영혼을 나눌 정신적인 그것의 채워짐에 결국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 탐닉하고 어루만진다. 정해진 시간 안에서 그들이 할 수 있는 건 우리들의 사랑을 어떠한 형태로 받아들이고 살아갈 것인지에 대한 정해지지 않은 해답을 입 밖으로 내지 않은 채 각자 생각할 뿐이다.


절제하려 해도 더는 절제할 수 없는 서로에 대한 사랑을 끊임없이 확인하며 그들은 평생 잊히지 않을 기억의 단편을 이루어간다. 나는 이러한 사랑을 지금껏 보지 못했다. 그래서 그것이 동성임에도 이해할 수 없으리만치 내 마음을 내주었다. 이토록 찬란한 기억을 너무나도 눈부시게 표현한 작가의 문체에 반하여 다른 책보다도 유독 오랫동안 되뇌어 읽은 이유이기도 하다.



                                                                                                                                          

그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첫 번째 기억이 바로 이 한마디다. 

그렇게 말하던 목소리가 아직도 귓가에 생생히 울려 퍼지는 듯하다. 

"나중에!"  P.10 


나는 여러가지를 부정할 수 있었다. 독특하게도 햇살을 받아 끈적이는 광택으로 빛나는 그의 무릎과 손목을 만지고 싶었다. 매일 더 진한 금색으로 변하는 그의 머리카락이 아침 해가 완전히 뜨기전의 황금빛이었다는 것. 이를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나를 달아오르게 만들었다는 것. 이 모든 것을 나는 부정할 수 있었다. 그리고 부정을 사실로 믿었다.

P.29


그가 빨간색 반바지를 입고 작은 사다리에 올라가 세월아 네월아 하면서 잘 익은 살구를 따는 모습을 내 방 책상 앞에 앉아 바라보던 일을 절대로 잊지 못할 것이다. 에스파듀와 펄럭이는 셔츠 차림에 선탠오일을 바른 그는 바구니를 들고 부엌으로 가면서 "네 거야."라며 가장 큰 살구를 나에게 던졌다. P.50


오전에 동그란 테이블에 앉아 편곡 작업을 할 때 나를 만족시키는 것은 그의 우정도 그 무엇도 아니었다. 그저 고개를 들었을  때 그가 거기에 있는 것이었다. 선크림, 밀짚모자, 빨간색 수영복, 레모네이드. 고개 들었을 때 당신이 거기 있는 거예요, 올리버. 머지않아 고개를 들었을 때 당신이 더 이상 그 자리에 없는 날이 올 테니까. P.44


당신은 내게 귀향이에요. 당신과 함께 있으면 더이상 원할 게 없어요. 당신은 나를 있는 그대로의 나로 만들어요. 세상에 진실이 존재한다면 내가 당신과 함께 하는 순간에 존재할 거예요. 언젠가 용기를 내어 내 진실을 당신에게 전한다면 감사의 의미로 로마의 모든 제단에 촛불을 밝히라고 해 주세요. P.68


그의 한마디에 행복해질 수 있다면 쉽게 절망에 빠질 수도 있다는 것을 그때는 몰랐다. 불행해지고 싶지 않으면 그런 작은 행복을 조심해야 한다는 것을.  P.68


내 눈의 빛, 내 눈의 빛, 당신은 세상의 빛, 내 인생의 빛 같은 사람이에요. 내 눈의 빛 같은 사람이라는 말의 의미를 몰랐고 대체 어디서 튀어나왔는지 의아했지만 말도 안되는 그런 표현에도 눈물이 나왔다. 그의 베개와 수영복에 눈물을 흘리고 싶었다. P.111


"네 이름으로 나를 불러 줘. 내 이름으로 너를 부를게." 

태어나 처음 해 본 일이었다. 그를 내 이름으로 부르는 순간 나는 그 전에, 어쩌면 그 후에도 타인과 공유한 적이 없는 영역으로 들어갔다. P.173


어깨. 확인. 내가 한때 숭배했던 팔꿈치 안쪽과 팔꿈치 바깥쪽 사이. 확인. 

사타구니. 확인. 아랫도리의 곡선. 확인. 발. 아, 저 발도. 확인.

'전부 다 괜찮은 거야?'라고 물을 때 짓는 미소. 그것도 확인했다. 모두 다 확인했다.

P.180


"이러지 않아도 돼요. 당신에게 집착한 건 나예요."

"말도 안 되는 소리. 난 처음 보자마자 널 원했어. 너보다 감정을 잘 숨긴 것뿐이야."

P.191


그에게 다가가 그의 어깨에 기대어 숨죽여 울었다. 지금까지 살면서 타인이 이토록 나에게 친절하거나 이만큼 나를 위해 준적이 없기에 울었다. 평생 느껴 본 적 없는 그렇게 큰 감사를 표현할 길이 없어서 울었다. 아침에 그에게 나쁜 생각을 가졌기에 울었다. 좋든 싫든 절대로 되돌릴 수 없는 일이 벌어졌고 그의 말대로 쉬운 상황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울었다. P.192


"언제쯤 내 마음을 눈치챘어요?"

"네가 얼굴을 붉혔을 때." 

P.202-203                                                






짙은 녹음이 가득했던 한여름의 그곳에서 그들이 늘 함께 했던 이른 아침의 수영, 나른한 아침 식사, 정원에서의 작업, 광장으로의 나들이, 해안의 바위에 걸터앉아 나누는 대화, 모네의 언덕, 함께 달렸던 자전거 길, 해 질 녘의 프렌치 창 밖 발코니로 보았던 선셋. 모든 게 마치 존재하는 것처럼 사실적으로 다가온다.


올리버 그가 천국이라 불리었던 수영장 가, 그의 에스파듀, 선글라스, 파란 셔츠, 빨간 수영복, 반바지. 늘 그를 그리며 피아노를 편곡하고 일기를 끼적였던 엘리오의 노트, 캐모마일향이 가득 베인 새하얀 침구. 이탈리아의 작은 바다마을 어딘가에 그들의 흔적을 찾을 수만 있을 것 같다.





영화에서는 엘리오가 올리버와 잠시라도 떨어져 있게 되면 피아노 배경음악이 나지막하게 계속해서 흘러나온다. 올리버의 마음을 모른 채 그를 향한 엘리오의 혼자만의 사랑과 그를 그리워하는 마음을 피아노 선율로 그려낸 것이라는 어느 유투버의 설명을 읽은 적이 있다.


“당신이 알았으면 해요.”라는 직접적이지 않은 그의 사랑 고백과 배경음악의 적절한 조화로 잊히지 않는 장면으로 두고두고 기억에 남는다. 영화에서는 생략됐을법한 엘리오의 절절한 마음이 더 생경하게 표현되어 많은 장면을 상상케 한다. 




특별한 시간처럼 느껴졌다. 나만의 예배실이나 비밀 장소, 모네의 언덕처럼 타인을 꿈꾸기 위해 혼자 찾는 장소를 상대방에게 보여 주는 기분이었다. 당신이 내 인생에 들어오기 전에 내가 당신을 꿈꾸던 곳이라고.


"침묵 속에서 당신에게. 1980년대 중반 이탈리아 어딘가에서." 세월이 흘러 그가 여전히 이 책을 가지고 있다면 보고 가슴아프기를 바랐다. 그보다는 언젠가 그의 책을 살펴보던 누군가가 이 작은 <아르망스>를 발견하고 1980년대 이탈리아 어딘가에서 누가 침묵속에서 쓴 글인지 물어본다면 더 좋을 것 같았다. 그때 그가 울컥 슬픔을 느끼거나 후회보다는 더 강렬한 감정을 느꼈으면 했다. 어쩌면 나에 대한 연민이라도. 그날 서점에서 나라도 연민을 느꼈을 테니까. 그가 줄 수 있는 게 연민뿐이라면, 연민으로 그가 나를 한 팔로 감싸게 만들 수 있다면, 밀려드는 연민과 애석함 속에 오래전부터 시작된 모호하고 에로틱한 암류가 맴돌고 있다면. P.136-137




올리버가 미국으로 돌아가기 전 그들이 마지막으로 함께 떠났던 사흘간의 로마여행에 관한 얘기들 또한, 영화의 표현과는 달리 더 상세하고 빛나는 기억들로 서술하고 있다. 로마의 밤거리에서 알지 못했던 만인들과 격의 없이 친구가 되어 술잔을 기울인다.


내일의 걱정 없이 오늘을 즐기는 ‘산클레멘테의 신드롬’이라는 시를 쓴 작가의 북파티는 평소 기쁠 것 없이 섬세하고 예민하기만 한 엘리오를 많이 웃게 한다. 산타마리아델아니마의 골목길에서 그들의 마지막이었을지도 모를 짙은 입맞춤을 나누며 엘리오는 곁에 함께 하는 올리버의 존재를 각인한다.


결국, 그들은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 올리버는 자신의 선택이 맞는지 아닌지를 여전히 고민하다 결혼을 하고 평범한 가정을 이룬다. 엘리오는 처음 올리버와의 관계에서 어쩌면 영원히 변질되어 이전과는 달라질 수밖에 없는 삶이 시작되리라 짐작했던 것처럼 여전히 혼자인 채 살아간다. 자신과의 추억을 잊어버린 듯 말하는 올리버에게 엘리오는 그것 또한 상관없다 말하며 자신은 잊지 않고 있노라 되뇐다.


20년이라는 세월이 흐른 뒤, 다시 그들이 마주했을 때, 올리버는 엘리오에게 고백한다. 그 둘의 순수했던 사랑을 외면하지 않았던 엘리오의 다감한 아버지의 그늘에서 너를 잊지 않았노라고 올리버는 늦은 고백을 한다.




20년 전은 어제이고 어제는 좀 더 이른 오늘 아침일 뿐이다. 아침이 오려면 까마득했다. ”나도 너와 같아. 나도 전부 다 기억해.” P.315




엘리오보다 조금 더 어른이었던 올리버가 오히려 훨씬 더 혼란스러웠을 수 있었겠다는 생각을 한다. 정체성의 모호함을 제대로 잡아가길 바랐던 올리버의 걱정과 그 이면에 더 앞섰던 엘리오에 대한 감정을 세세하게 알게 된 것 또한 영화와는 다른 소설이 주는 재미였던 것 같다. 그리고 소설을 다 읽었을 때, 엘리오를 연기했던 티모시 샬라메는 소설 속의 그와도 너무도 잘 어울리는 배우라는 생각이 들었다. 티모시 샬라메 이외의 엘리오는 달리 상상이 되지 않았다.


삶을 살아가는 데 중요하지 않은 시기가 없지만, 특히나 성인이 되기 위한 청소년기는 더욱 특별한 시기라고 생각한다. 남보다 외로움을 더 많이 탔던 엘리오에게는 다행히 그를 위로하는 저녁노을이 있고, 피아노와 언제든 뛰어들 수 있는 여름 바다, 자전거로 가로지를 올리브나무숲, 모네의 언덕이 있고, 그를 둘러싼 가족의 사랑이 존재했다.




두 사람은 함께 우리집 정원 문을 지나 매우 조심스럽게 계단을 내려가서 커다란 바위로 향했다. 그 바위에 앉아서 아침 먹을 시간이 될 때까지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렇게 아름답고 강렬한 우정은 처음 보았다. 나는 조금도 질투하지 않았고, 나는 물론 그 누구도 감히 그들을 따라가 대화를 엿듣지 못했다. 바위로 향하는 계단으로 이어지는 문을 열면 으레 올리버에게 한 손을 내밀던 비미니의 모습을 절대 잊지 못할 것이다. P.77


"네가 네 삶을 어떤 식으로 사는지는 네 마음이다. 하지만 기억해. 우리의 가슴과 육체는 평생 한 번만 주어지는 거야. 대부분의 사람은 두 개의 삶을 살 수 있는 것처럼 살아가지. 하지만 삶은 하나뿐이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가슴이 닳아 버리지. 육체의 경우에는 아무도 바라봐 주지 않고 가까이 오려고는 더더욱 하지 않는 때가 온다. 그러면 슬픔뿐이지. 나는 고통이 부럽지 않아. 네 고통이 부러운거야." P.284




평범치 않은 그를 나무라지 않고 우정이라 감싸주었던 훌륭한 부모가 존재하였고, 자신의 방식으로 그를 돌보았던 안킨세스와 마팔다, 어쩌면 엘리오와 결혼했을지도 모를 마르지아. 올리버와 엘리오의 진심을 이어준 비미니. 그리고 무엇보다도 불완전했던 그의 존재에 영혼을 불어넣고 살아가게 한 올리버. 그를 만나고 엘리오는 삶에 관한 시선을 바꾸고 살아갈 수 있었던 것 같다.





후회하고 두려웠지만, 자신에게 잠재하는 모호함을 시험하여 결론을 내고 싶어했고, 그 끝을 확인했다. 그에게 매달렸고 평생을 기억할 사랑을 얻었다. 이전 같지 않으리라는 자기혐오에 가까운 두려움의 시작이었지만, 그는 결국 후회하지 않는 삶을, 기억하며 살아가는 삶을 선택한다. 그 과정이 결코 순탄치 않음에도 감정의 거짓 없이 써내려가는 엘리오의 구구절절한 마음들이 너무 애잔했다.


성인이 되어 올리버에 전화를 건 그가 그들만이 기억할 언어로 올리버를 부른다. “엘리오.” 자신의 이름으로 그를 불렀지만, 그들만의 놀이를 잊어버린 듯 올리버는 자신의 이름으로 엘리오를 부르지 않는다. 사실은 다 기억하고 있었다는 올리버의 마지막 말이 엘리오에 대한 그의 마음을 대신한다.


300페이지에 가까운 이 소설 속에는 그들의 이야기만큼이나 이탈리아 외곽의 아름다운 소도시의 풍경이 섬세하게 묘사되어 있다. 눈을 감으면 글에 쓰여진대로 그 잔상들이 자연스레 떠오른다. 언젠가 꼭 한 번쯤 이탈리아 외곽의 그곳을 둘러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그해 여름을 돌아보면 '불'과 '까무러칠 정도의 황홀함'을 감수하려고 무던히 애써야 했지만 여전히 삶은 행복한 순간을 가져다 주었다. 이탈리아. 여름. 한낮의 매미 소리. 내 방. 그의 방. 온 세상을 차단해 버린 우리의 발코니. 정원에서 계단을 지나 내 방까지 부드럽게 나부끼며 올라오는 바람. 낚시가 좋아진 여름. 그가 좋아하니까. 조깅이 좋아진 여름. 그가 좋아하니까. 문어와 헤라클레이토스, 트리스탄이 좋아지고 새 울음소리를 듣고 식물의 향기를 맡고 화창한 날 발아래부터 올라오는 옅은 안개를 느낀 여름. P.28-29


나는 8월의 날씨가 좋았다. 늦여름이면 마을이 보통 때보다 더 고요했다. 다들 휴가를 떠났고 이따금 찾아오는 관광객도 저녁 7시가 되면 다 돌아가고 없었다. 나는 오후가 가장 좋았다. 로즈메리 향기, 열기, 새 소리, 매미 소리, 흔들리는 야자수 이파리, 소름끼치도록 화창한 하루에 가벼운 리넨 숄처럼 내려앉은 침묵. 해안까지 걸어갔다가 샤워하러 계단을 올라오는 동안 이 모든 것이 더욱 두드러졌다. 햇살이 내리쬐는 텅 빈 발코니가 눈에 들어오면 누구든 저기에서 끝없이 펼쳐진 바다를 볼 수 있겠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있는 곳에서 주변을 둘러보면 우리 테니스장과 정원, 과수원, 우리 그늘, 우리 집이 보이고 저 아래에는 우리 부두가 있다. 내가 좋아하는 모든 것이 다 여기 있었다. 가족, 악기, 책, 마팔다, 마르지아, 올리버. P.158-159


창 너머 보이는 언덕까지 이어지는 계곡의 구릉지가 올리브색으로 피어오르는 옅은 안개 속에 자리 잡은 듯 보였다. 해바라기와 포도나무, 라벤더밭, 울퉁불퉁하고 오래된 허수아비처럼 우리 창문을 멍하니 바라보는 땅딸막하고 소박한 올리브나무가 보였다. P.206




나 또한, 그들과 함께 이탈리아의 한여름을 마음껏 만끽한 듯하다. 영화와는 또 다른 매력으로 그들이 좋아했던 늦여름의 오후와 흔들리는 야자수 이파리와 로즈메리 향기, 프렌치 창을 활짝 열어두고 세상과의 사이에 커튼 한 장만 남겨두길 좋아했던 장면들을 기분 좋게 상상할 수 있었다. Se l’amore, 이런 게 사랑이라면 올리버의 말처럼 <나중에!>가 아닌 지금 당장 지독한 사랑에 이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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