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름만 대면 알만한 유명 브랜드의 속옷디자이너다.
일에 대한 만족도가 높고, 일을 즐기며 열정을 쏟아온 지 벌써 십여 년이 훌쩍 넘었다.
지금의 회사에서는 나의 노력과 실력이 완벽히 융합되어, 맡은 브랜드마다 뛰어난 성과를 거두었고, 회사의 매출에도 크게 기여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퇴사를 결심했다.
이미 실장님께 퇴사 의사를 전달했고, 몇 차례의 면담을 통해 나의 의지를 확고히 했다.
이제 퇴사의 결정을 내리고 나니, 아쉬움보다 후련함이 더 크다. 이는 내가 이 회사에서 진심을 다해 열심히 일했기 때문일것이다.
아직도 나는 내 입사일을 잊을수가 없다. 4월 20일.
속옷회사중에서도 특히 이 곳 디자인실이 악명높았었기에 초긍정 성격의 경력직임에도 완전 신입사원모드의 각잡힌 자세로 촉각을 곤두세우며 3개월여를 조심스레 다녔다. 지인의 추천으로 들어온 덕에 주변에 아는 지인들이 꽤 있었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이곳에서의 적응기는 꽤나 힘들었다.
이곳에서 여러해를 보내는동안 내 지인들은 모두 이 회사를 떠났고, 친한 멤버들 중 이제 이곳에 남은 사람은 나뿐이다. 다른 디자인회사도 거의 그러하듯 모두가 대개 비슷한 이유로 퇴사를 했다. 나역시 여러번의 고비가 있었지만, 너무 힘들게 적응을 했고, 아직 난 이곳에서 좀 더 나의 업무력을 성장시키고 싶었고, 더 많은 가능성을 실현하고 싶었다.
그래서 다양한 취미생활을 통해서 회사의 힘듦을 툭툭 털어내고자 했고, 또 힘든만큼 함께 지내는 동료들과의 두터운 동지애와 시트콤같은 깔깔거리는 일상 덕에 지금껏 스트레스도 잘 조절하면서 즐겁게 내 일을 잘 해왔던 듯하다.
그랬던 내가 드디어 퇴사를 하고자한다.
그동안 좋았던 일도 많았고, 힘들었던 일도 많았던 시끌벅적했던 이곳에서의 내 회사 생활을 이제 마무리하려한다. 쉼의 시간을 가진 후, 내가 다시 다른 회사로 이직을 하든, 개인 브랜드를 시작하든, 아직 정해진 건 아무것도 없지만, 뭣보다도 지금의 퇴사 과정과 이 시간도 나의 인생의 굉장히 중요한 챕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이 시간을 소중히 기록하고자 한다.
이 시간 동안 내가 해왔던 일들, 겪었던 일들, 그리고 앞으로의 계획을 차근차근 정리하고 기록해 나갈 것이다. 내 경험을 글로 남기며, 이 특별한 순간들을 되새기고자 한다. 퇴사라는 큰 전환점을 맞이하여, 앞으로의 새로운 여정을 준비하는 과정이 더욱 소중하고 의미 있게 다가오리라 믿는다.
-코린토2서 8,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