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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안녕 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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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마요 Jul 22. 2024

[안녕 회사] #2 퇴사, 소중한 순간을 기록하다.


퇴사 날짜가 정해지고 지난주부터 그동안 함께한 이들과 점심, 저녁 약속계획을 짜고 있다.

지난 금요일에는 생산과 영업, 함께 일했던 동료들과 점심을 함께 먹었다. 

원래 퇴사준비의 시작은 함께 일한 사람들과의 끝없이 꽉 찬 점심, 저녁 약속들! 

좋아하는 사람들을 추리고 추려서 계획을 짜고 있지만 시간도 짧고 좀 복잡하긴하네. ㅎㅎㅎ

부장님께서 스케줄러에 빼곡히 약속을 메모하고 있는 날 보시곤 찡긋 웃으시며 그것도 복받은거라고 하셨다.


맞다. 내 퇴사를 응원하고, 축하해주고 고생했다 말해주는 고마운 나의 동료들이다. 

국밥과 함께한 맥주 반 잔에 기분이 좋다. 함께한 사람들에 대한 아쉬움과 마무리.

이제 스타트다. 내 퇴사의 축포 시이-작!!



일찍이 본작업을 마무리해 놓고 남은 시간에 짐을 정리했다. 

며칠에 걸려 정리한 내 짐은 겨우 택배박스 2상자. 

이곳에서 보냈던 내 5년여의 시간이 고작 택배박스 2개로 정리된걸 보니 또 한편으론 그 길었던 시간이 참 간단하다 싶네.



무얼하든 끝은 오기 마련이다.

그 끝을 잘 마무리하고, 오래토록 좋은 디자이너였다라는 발자취를 이곳에 남기고 싶다.

나는 정말 이곳에서 열심히 했고, 내 브랜드를 두번이나 성공적으로 런칭을 시켰고, 그 치열했지만 진심으로 즐겼던 과정과 결과로 자부심을 챙겼다. 얼마나 내가 이 일에 진심인지를 알았던 과정이기도 했고, 유관부서와 다함께 하나의 브랜드를 잘되게 하기위해 애썼던 그 모든 순간들이 참 고마운 기억들이다.


최대한 담백하게, 고마웠던 사람들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마지막 인사를 건네고 싶다.

5년여의 나의 시간. 잘 마무리하자. 기쁘게! 아쉬움 없이!!


퇴사를 앞두고나니, 그동안 눈에만 담았던 아침출근길의 풍경과 퇴근길이 새삼 다르게 느껴진다.

그래서 요즘, 사진을 찍어두고 있다.

먼 훗날, 이 시기를 잘 기억해놓고 싶어서. 



아침의 출근길, 어지럽지만 소중한 내자리(동료들이 부러워하는 내자리는 상석), 수많은 내 샘플들, 아침에 지나칠 수 없던 스벅, 진짜 커피가 맛있었던 회사근처 카페, 점심시간 신나게 탔던 놀이터의 시소(진짜 멀미나게 탓던), 회의실, 복잡한 도로와 해질녘의 퇴근길, 출근카드, 동료들과 함께 찍은 사진들, 공원, 발 디딜틈 없는 출퇴근길의 지하철. 등등등



퇴근 후, 집에와서 찍은 사진들을 보다보면, 조금은 아득하기도 하고 뭔가 벅찬 감정과 홀가분함이 느껴지기도 한다. 기쁜마음과 뿌듯함 등의 여러가지 감정이 들기도 하고.

내 오랜 선배가 내게 말했다. 지나고나면 지금 이 시간이 잘 기억나지 않을거라고. 그러니 이 모든 순간들을 진심을 담아 사진으로, 글로 잘 기록해두라고 말이다.

평소에 SNS나 다른 곳에 무언갈 꾸준히 기록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지만, 잘 기록해보려 한다.



출근시간이 빨라서 나의 아침은 남들보다 빨리 시작된다.

역에 내려서 회사로 걸어가는 출근길, 카메라를 켜는 마음이 뭉클하다. 

이 기분과 지금의 마음, 모두 다 꽉차게 만끽해야지.




보이는 삶이 아니라, 살아가는 삶이 되기를 바란다.
자신이 느끼기에 행복하게 그리고 열정적이게 부유하게.
그렇게 내가 살아가는 것에 대한 만족에 집중하면,
굳이 내가 티내지 않아도 새어 나오게 되어 있다.
타인에게도 나의 삶이 이해가 되며,
그 이해는 감동적인 이해가 될 것이다.

                                                    

                                                    도서<나를 사랑하는 연습>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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