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를 결심하고 가장 먼저 떠올랐던건 함께했던 동료들이었다. 하루의 절반 이상을 함께 보내며, 집보다도 더 많은 시간을 함께한 그들은 단순한 직장동료 그 이상의 존재였다. 때로는 힘든 순간을 함께 버텨냈고, 좋은일의 기쁨을 나누며, 품평이나 기평기간의 끝없는 야근 속에서도 같은 목표를 향해 함께 나아갔다.
내 퇴사 소식이 전해졌을 때, 동료들은 이미 짐작을 했음에도 많이 아쉬워했다. 그럼에도 나의 결정을 존중해주고, 또 진심으로 응원해준 나의 동료들. 따뜻하고 고맙다. 인수인계 보고서를 작성하느라 정신없던 내게 옆자리에 앉은 동료가 "너는 결국 네 꿈을 이루려 떠나는 거니까, 아쉽지만 잘 해낼 거야"라고 말했을 때, 순간 마음 한구석이 울컥했다.
그동안 함께했던 친한 동료들과 우리팀, 퇴사 전까지 크고 작은 송별회를 가졌다. 그저 평소처럼 모여 이야기를 나누며 우리가 좋아했던 음식을 기분좋게 먹던 순간들이 그 자체만으로도 특별하고 소중하게 느껴졌다. 동료들과 나눈 대화 속에는 지난 시간에 대한 추억과 앞으로의 응원이 가득했고, 그들의 말은 나에게 큰 힘이 되었다. 누군가는 나의 결정을 기꺼이 이해해주었고, 또 누군가는 아쉬움을 담아 나를 붙잡기도 했다.
디자인실에서의 순간들을 어찌 잊을수 있을까. 단순히 업무 그 이상의 각개전투를 벌였던 우리의 작업실. 각자가 맡은 브랜드를 전개해 나가며 각자의 고민과 성장을 함께 했던 수많은 대화들.
"한 달이 지났을 땐 결국 혼자 다 해냈을겨~ 괜찮아."를 주문처럼 외우며 서로 의지하고 열심히 달려왔던 시간들. 가끔은 욕도 버무려가면서 껄껄껄 웃으며 그 힘든 시간을 잘 견뎌왔던 모든 순간들이 정말 하나하나 다 기억난다. 퇴사를 앞두니 어쩔 수 없이 또 좋은것들만 더 많이 기억나는구나...
역시, 퇴사의 마법.. 크하하
“여기서 배운 모든 게 너에게 큰 도움이 될 거야. 어디서든 네가 빛날 거라고 믿어.”
워딩 그대로 실장님이 내게 하신 말씀이다. 이 말이 지금도 내 마음에 깊이 남아 있다. 그동안의 시간이 헛되지 않았다는, 내가 어떤 길을 걷더라도 내 동료들과 함께했던 추억과 많은 배움과 결실이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들어줄 것이라는 따뜻한 응원이 한가득 베어있는 진심. 이곳에서 그동안 수많은 업무와 새로운 도전을 하고, 그 과정에서 좋은 방향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나와 함께한 동료들과 멋진 선임의 지지와 성원 덕분이라는 생각이 든다.
퇴사 후에도 우리는 서로를 응원하는 친구이자 동료로 남을 것이다. 사회에서 만난 좋은 사람들. 나와 결이 같은 친구들 덕분에 이 삭막할뻔 했던 사회생활에 소소하게 많은 기쁨이 있었다. 그들에게 나역시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좋은 사람. 그것은 내게 나의 일 만큼이나 의미 있고, 중요한 가치이다.
퇴사는 나에게 큰 변화의 시작이지만, 그 변화 속에서도 함께했던 사람들은 여전히 내 기억 속에 오래 남아 있을 것이다. 그들의 응원과 지지를 받으며 나는 앞으로도 자신감 있게 새로운 나의 길을 걸어가고자 한다.
끝과 시작의 경계에서, 그들과 나눈 마지막 인사는 나에게 큰 선물이었다.
너는 모든 일들에서 네 자신을 선한 행위의 본으로 보여라.
가르침 안에서 부패하지 않음과, 진지함과, 성실함을 보여라.
비난 받을 수 없는 건전한 말을 하라.
그렇게 해서 반대편에 속한 자가,
너희에 대하여 나쁘게 말할 것이 없으므로,
부끄러워하게 하라.
<디도서 2: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