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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마요 Feb 19. 2020

[도서] DA CAPO, 그들의 처음과 끝-파인드 미

"나를 찾아요. 나를 찾아줘요."

    




<파인드 미> FIND ME.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나를 찾아줘”. 엘리오가 올리버에게 하는 얘기일 거라는 생각이 번뜩인다. 이 책은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의 후속작이고, 작가 안드레 애치먼이 오랜 사랑을 받아온 보답으로 우리에게 선물하는 책이기도 하다. 


이미 나 역시 전작인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에 온 마음을 빼앗기고 한동안 헤어나지 못한 열렬한 팬이기도 했고, 이 책에 대한 기대가 높았다. 안타깝게도 <파인드 미>를 읽기 전 서치를 통해 알게 된 건 “전작만 한 후작은 없다”는 속설이 이 책 역시 빗겨가지 못한 양 혹평이 많았다는 것이다.


읽기도 전에 나는 혹평을 먼저 보게 되었고, 왜 그럴까라는 의문이 많았다. 그리고 내가 이 책을 다 읽어본 결론은, 역시 각 개인의 주관적인 견해라는 생각을 한다. 나는 <파인드 미>에 혹평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아쉬운 건 완벽했던 엘리오의 부모님이 이혼을 했다는 사실과 첫사랑의 시절을 지나 좀 더 성숙한 성인이 되어 다시 만나게 된 두 사람에 관한 얘기가 생각보다 너무 짧다고 느껴진 점. 그뿐이다.


그런데 또 생각해 보면 그들의 이야기를 이토록 짧게 표현한 것이 더 애틋하게 뒤의 두 단락을 아껴가며 읽게 하려던 작가의 의도는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처음은 엘리오의 아버지 새뮤얼 펄먼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그의 부인이 아닌 다른 여자, 미란다를 만나며 그들만의 아이를 만든다는 설정이 이해가 잘 되지 않았다.


그러나 책의 마지막 장을 덮었을 때, 엘리오와 올리버의 또 다른 삶의 연속 선상을 이어가게 하는 인물을 만들기 위한 아버지의 선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새뮤얼 펄먼은 새로운 감정을 느끼게 하는 미란다라는 인물을 만나면서도 그의 엘리오에 대한 사랑은 변함이 없다. 나이가 들면 어쩔 수 없이 자식의 눈치를 본다지만, 성숙하게도 엘리오는 새로운 사랑에 자식 눈치를 보는 아버지에게 아무렇지 않은 듯 그만의 방식으로 위로하고 응원한다. 지난날, 아버지가 자신에게 그랬듯.


엘리오와 올리버의 사랑을 있는 그대로 응원했었다. 어른이 되고 난 후, 여전히 혼자인 채 살아가는 엘리오지만, 그 역시 혼란 속에서 올리버만을 그리워 하는 동안 헷갈리는 연애를 하며 곁에 있는 누군가를 또 다른 사랑의 도구로 삼게 된다. 자신보다 두 배 정도 가까운 나이의 노신사인 미셸에게서 올리버와 비슷한 마음을 발견했을 때, 사실 이게 가능할까라는 생각은 들었다.


나이가 되었건, 환경이 되었건 비슷한 상황도 아닐뿐더러 자신의 아버지 같은 상대에게서 이성적인 사랑의 감정을 느꼈다는 것이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처럼 마냥 응원할 수는 없는 대목이었다. 아마 이러한 부분에서 공감을 얻지 못한 채 대다수의 혹평을 얻지 않았겠느냐는 짐작을 할 뿐이다.


그렇지만 이 모든 과정. 엘리오 아버지 새뮤얼 펄먼의 사랑, 엘리오의 두 번째 사랑일지도 모를 미셸과의 만남은 모두 그를 만나기 위한 여정일 뿐이다. 엘리오의 처음과 끝일 그만의 올리버. 올리버를 다시 만나고 다시 살아가기 위한 엘리오 그만의 다 카포 DA CAPO.



“Visions Of Gideon”,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의 OST 중 하나이다. <파인드 미>에 가장 잘 어울리는 곡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의 선택으로 죽을 때까지 줄곧 행복하지 않을 거라는 걸 알면서도 올리버는 평범한 삶을 택한다. 평범한 삶에는 소중한 두 아들과 자신의 부인이 존재하지만, 그 안에 자신의 영혼은 깃들지 않은 삶이 되어버렸다. 


엘리오의 환영 같은 목소리가 곁에 존재할 뿐이다. 부인과 함께 자신들의 오랜 삶의 영역으로 돌아가기 전, 지인들을 초대한 파티에서 자신과는 다른 선택으로 이미 행복해하는 폴과 그의 남자친구를 보며 엘리오를 떠올린다. 늘 잊지 않는 마음속의 존재지만, 폴이 연주한 "아리오소"를 들으며 그는 그제야 확신한다.


늘 환영 속에서 마주했던 엘리오와 이제는 함께 하겠노라고. 충실하지 못했던 자신의 삶을 더이상은 비틀고 싶지 않으며 나를 향하는 엘리오를 더이상 외면하지 않겠노라고. 보름달만이 그를 비추는 창가에서 사랑과 우정의 중간 즈음이었을 부인에게 드러나지 않는 용서를 구하며 엘리오를 향해 떠날 채비를 한다. 그동안의 삶을 뒤로한 채, 그렇지만 여전히 두 아들의 아버지인 채로.



<파인드 미>의 마지막 장은 엘리오와 올리버가 드디어 다시 재회하고, 그들의 앞날을 기약하며 아버지가 남기고 간 그들을 위한 선물과도 같은 존재와 함께 미래를 꿈꾸며 일단락된다. 많은 시간이 지나고 만난 엘리오와 올리버는 서두르지 않고, 서로를 기억하고 받아들인다. 


그들이 젊은 청년이었을 때와는 대조적으로 차분하고 진중하다. 그동안의 시간이 안타깝고 그리운 엘리오는 올리버에게 지난 얘기들을 계속해서 꺼내놓는다. 말하지 않아도 이미 다 알고 있을 올리버에게 엘리오는 입 밖으로 꺼내놓으며 확인하려 한다. 그런 그에게 20여 년 전의 그때와 같이 올리버는 엘리오를 가만히 달랜다.


여전히 너와 같은걸 기억하고 있고, 그동안의 시간을 후회하지 않으며, 더 이상은 돌아보지 않을 것이라고. 하지만 앞으로의 남은 시간 동안은 엘리오 너와 함께 하겠노라고. 언제가 될지 모를 시간 동안 분명 그가 돌아오리라는 걸 알고 있던 엘리오 역시 그런 올리버를 바라보며 미소 짓는다.


헤어진 적 없지만, 오랜시간 마주하지 못했던 그들. 사랑하는 아버지 새뮤얼 펄먼의 그늘아래서 결국은 서로를 찾아내어 마주하고 있다는 기쁨을 만끽하며. 그들의 또 다른 올리버와 함께.




"오늘 속속 들여다보니 역시나 너에게는 한 사람뿐이라는 걸 난 알아. 그게 내가 아니란 것도."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가 애석하게 웃었다. - p245


과거, 과거 같은 것, 기억 같은 것, 단순히 기억이 아니라 아직도 나에게 보이지 않는 삶의 워터마크 같은 깊은 층과 겹을. 그때 다시 그의 목소리가 들렸다. 나잖아요. 맞잖아요. 당신이 찾고 있는 건 오늘 밤 음악이 불러낸 바로 나잖아요. - p266


나 돌아가야 해. 내 삶은 거기에서 멈췄으니까. 사실 난 떠난 적이 없었으니까. 이곳의 나는 후려쳐서 잘린 도마뱀의 꼬리 같아. 몸뚱이는 대서양 너머 바닷가의 그 아름다운 집에 있는데. 나 너무 오래 떠나 있었어. - p276


모든 것이 가림막이었다. 인생 자체가 우회로였다. 지금 나에게 중요한 삶은 살지 않았다. - p277


단 한 사람, 단 하나의 이름. 그는 알 거야. 이 순간에도 그는 알 것이다. 그는 여전히 알 것이다. 나를 찾아요. 그가 말한다. 그럴거야, 올리버. 찾을 거야. 나는 말한다. 나를 위해, 나만을 위해 연주하기를. 그의 연주를 생각할수록 두 눈에 계속 눈물이 차올랐다. - p279


기나긴 시간, 기나긴 세월, 우리를 스치고 떠나보낸 모든 삶이 결코 쉽게 일어날 수 없었던 것처럼, 설령 그렇더라도 시간은, 우리가  껴안고 늦게 잠들기 전에 그가 한 말처럼 시간은 언제나 아직 살지 않은 삶에 치르는 대가다. - p292


지나간 나날의 유혹이  끝까지 떠나지 않았고 아무것도 잊지 않았으며 잊고 싶지도 않다는 것을, 애초에 헤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며, 어디에 있든 누구와 있든 무엇이 가로막든 때가 되었을 때 그저 나를 찾아오면 된다는 것을. "그래서 찾았네요." "그래서 찾았지." - p299




마지막 두 단락은 사실 분량이 얼마 되지 않는다. 그래서 많이 아쉬워했던 부분이기도 하고. 그렇지만 짧은 이 몇 장이 그들의 어려운 여정을 간결하지만 묵직하게 잘 써내려간 듯해서 좀 애틋하다. 어렵지만 돌고 돌아 결국은 다시 만나게 된 그들이다. 영원할 것만 같던 그들의 젊음도 이제는 빛바랜 추억이 되어 어쩔 수 없이 애석하게도 그들을 옭아맨다.


자신을 멋없다 생각하는 올리버는 찬란했던 지난날의 자신감과 당당함을 잃어버린 중년이 되어버린 채, 과거엔 하지 않았을 걱정들을 한다. 오히려 이젠 그런 올리버를 위로하는 엘리오 역시 더는 어린 소년 시절의 그가 아니게 되었다. 그동안 그들이 살아오며 겪었을 겉과 안의 힘든 과오들이 문체들을 통해서 전달된다.


나의 삶이지만 내 삶이 아닌 것 같은 세상은 어떠한 모습일지, 짐작하기 어렵다. 모든 걸 다 떠나서 현실이 아닌 그들만의 이야기 이기에 나는 그들의 삶을 다시금 응원한다. 가장 순수하고 찬란한 여름을 보낸 그들만의 집에서 이제는 평온하고 안락한 삶, 따뜻한 삶을 지속하였음 좋겠다. 어렵게 서로를 찾은 그들이니까. 누가 뭐라던 그들은 평생 단 한 번뿐일 서로의 사랑을 찾았으니까. 그들만의 다 카포 DA CAPO! 그들만의 세상으로 남겨놓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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