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을 소재로 한 사진놀이를 개시하고 나니 전에 비해서는 사진에 좀 더 친숙해졌다. 여전히 찍는 것보다는 보는 게 좋긴 하지만 그건 아내가 사진을 잘 찍어서 볼 사진들이 많기 때문이기도 하다. 지난 글에서도 칭송했던 구글 포토에 '파트너 설정'이라는 기능이 있는데, 한 계정과 서로 파트너 관계를 설정하면 서로의 구글 포토 사진첩을 공유해서 볼 수 있다. 별도로 업로드하거나 그럴 필요 없이 내 사진첩을 보듯 파트너의 사진첩을 볼 수 있고 당연히 내 계정에 저장도 가능하다. 가끔 회사에서 아내가 뭘 하고 있나 궁금하면 아내 사진첩을 보곤 한다. 아들이랑 노는 사진도 있고 점심이나 간식을 먹은 사진, 잠시 외출을 다녀온 사진, 인터넷 짤방이나 정보를 캡처해 둔 것도 가끔 있다. 이렇게 사진첩을 들여다보면 문자나 전화와는 다른 방식으로 아내의 시간을 알아가는 재미가 있다. 심지어는 싸우고 연락 안 할 때도 사진첩 보고 어디서 뭘 했구나 하고 일종의 염탐(?)을 하기도.
아내는 사진에 관심이 있어서 작은 디지털카메라도 사용하고 어디에서나 사진을 잘 찍는다. 그리고 스튜디오 촬영이나 스냅 촬영도 좋아한다. 아마 아내가 아니었다면 파리, 바르셀로나, 두브로브니크 이런 곳에서 사진기사를 데리고 다닐 일은 없었을 거다. 이런 식의 돈 들이는 촬영에는 영 관심 없고 거부감마저 있었는데 신기하게도 아내랑 같이 하니까 재밌었다. 덕분에 전문가의 손을 빌린 사진 찍는 재미도 알게 되고.
짠짠이가 커가니 자연스럽게 촬영도 생각하게 되었다. 나는 남들 다 하는 거라면 괜히 무작정 하기 싫어하는 피곤한 성격인데 처자식과 함께 살다 보니 그런 꼴통 기질이 좀 옅어진다. 무작정 따라 할 생각이야 아직도 없지만 그래도 이유가 있구나 하게 된다. 이런 것도 남들 다 한다는 결혼과 육아를 하면서 조금씩 배우게 되는 점이다.
서론이 길었는데, 50일 기념으로 집에서 간단히 셀프 촬영을 하고 스튜디오에서도 촬영을 했다. 조리원에서 영업 목적으로 신생아 사진을 찍어준 곳이 있었는데 집에서도 가깝고 결과물도 나쁘지 않아서 바로 진행. 병원 외에는 집 밖을 나가는 일이 거의 없던 시기라 나름 용기를 낸 외출이다. 우리를 도와주러 올라와 계신 장모님과 우리 세 가족이 같이 찍었다.
아기 사진을 찍는 거는 이전의 촬영과는 완전히 다른 세계. 사진 기사 분과 스태프 분들이 현란한 기술로 짠짠이를 진정시키고, 옷을 갈아입히고, 표정도 만들고, 시끌벅적하지만 나름의 재미가 있었다. 사진 촬영은 사진을 남기는 게 목적이긴 하지만 찍는 시간도 꽤 즐겁다. 아내와 아들이 아니면 몰랐을 재미.
100일을 어떻게 치를까 고민하다가 집에다가 간단히 백일상을 차리고 가족들이 모여서 같이 사진 찍고 근처에서 외식을 하기로 했다. 요새는 백일상, 돌상 세트를 대여해주는 곳이 많아서 떡만 조금 하고 간편하게 준비할 수 있었다. 번잡스러운 행사를 싫어하는 나로서는 최적의 방식.
처음으로 우리 집에 양가 온 가족이 모였다. 짠짠이 백일을 축하하러. 양가의 첫 손주라서 그렇긴 하지만 짠짠이 덕분에 가족들 웃음이 끊이지 않는다. 자주 보지 못하는 할머니 할아버지 이모 삼촌들은 짠짠이가 어찌나 신기한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보고 있더라. 아기가 있으니 집 안의 풍경이 다르다. 집 안의 시간과 공간이 빈 틈이 없도록 채워준다. 앞으로도 우리 아들이 가족들의 행복에 많이 기여하게 될 것 같다.
스튜디오에서 한 50일 촬영이 만족스러워서 추가 촬영까지 계약했다. 스튜디오 촬영을 하고 나니 양가 부모님이랑 촬영을 하면 아주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부모님까지 포함하는 대신 액자, 앨범 등등은 다 제외하고 사진 원본 파일만 받는 것으로 딜. 보통은 돌 사진 촬영을 하는데 우리는 200일 즈음에 사진을 찍었다. 많이 크기 전 모습을 남겨두고 싶기도 했고 이 핑계로 가족이 모이는 것도 좋고. 아기가 생기면 생활에 여러 가지 제약이 생기기도 하지만 이전에 생각하지 못했던 기회들도 생긴다. 주로 가족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만들어지는 것들이다. 손주랑 사진 찍는다는 핑계로 옷도 차려 입고 다 같이 스튜디오에서 사진작가 앞에서 사진도 찍고 맛있는 것도 같이 먹고. 어떻게 보면 고만고만하고 뻔하지만 짠짠이가 생기기 전에는 몰랐던 재미고 행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