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끼리 딱 좋은 시간
한동안은 날씨가 좋지 않았다. 태풍이 휘몰아쳤고 제주의 바다는 넘쳐나듯 불어났다. 쉬는 날 창 너머 밖을 보고 있노라면 흩날리는 나뭇잎은 바람에 회오리를 만들었다. 며칠이 지나고 적당한 날씨에 우리는 휴무를 맞이했다. 처음으로 룸메이트들과 휴무가 맞춰진 날이었다. 아직 제주 바다를 한 번도 가보지 못한 나를 위해 룸메이트 언니와 동생은 바다를 가자고 했고, 우리의 첫 번째 목적지는 협재해수욕장이 되었다.
바캉스 분위기를 내기 위해 집에서 챙겨 온 챙이 큰 라탄 모자를 쓰고, 새하얀 티에 도트 무늬 치마를 입었다. 언니는 위, 아래가 리넨(Linen) 소재로 된 빨간 옷을 입었는데 내가 ‘케첩 언니’라고 놀린 기억이 난다.
숙소에서 한 시간 남짓 버스를 타고 드디어 협재해수욕장에 도착했다. 제주 먹 돌이 우리를 반겼고 옅은 하늘빛 바다에는 저마다의 방식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는 피서객이 가득했다. 바다 앞에는 단층의 펜션이 자리 잡고 있었고 튜브와 수영복, 물놀이를 위한 장비를 판매하고 있었다. 발을 담근 바다는 무더운 여름에도 시원했고 나를 반기듯 발가락 사이로 모래알이 들어왔다. 까끌까끌하지만 기분이 나쁘지 않다. 치마 끝을 묶어 올리고 나니, 발목까지 잠기던 물은 어느새 파도를 몰고 무릎까지 차올랐다.
예상치 못한 기세로 치마는 젖어 들어갔고 우리는 후다닥 근처 카페로 피신했다. 카페의 2층에는 바다를 내려다볼 수 있도록 벽면을 통유리로 설계했는데 유리창 앞에 한동안 꼼짝없이 앉아서 음료만 마셨다.
완벽한 하루, 완벽한 휴일
언니는 꼭 가봐야 할 식당이 있다며 우리를 이끌었고 식당은 섬과 바다라는 제주의 특징을 살려 문어와 새우가 들어간 메뉴를 대표 메뉴로 선정해 두었다. 딱 새우장 비빔밥, 돌문어장 비빔밥, 도마 반판 이렇게 세 가지를 주문하고 자리에 앉으니, 녹색 빛의 자연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인테리어가 눈에 들어왔다.
간이 제대로 밴 새우가 가지런히 올려진 밥 한 그릇을 뚝딱 비워냈다. 가게는 손님이 끊이질 않았고, 앞 테이블에 앉은 앙증맞은 아기 손님과 눈을 마주치며 한껏 여유를 부리고 나니 어느새 시간이 꽤 지나 있었다.
협재 해수욕장 근처에 있던 소품샵에서는 핸드폰 케이스, 에어 팟 케이스, 디즈니 베이비 돌 인형, 기념엽서와 스티커가 잔뜩 진열되어 있었다. 두 눈은 정신없이 구경하기에 바빴고, 어느새 내 손에는 오래도록 고민하던 에어 팟 케이스가 들려 있었다.
만족스러운 소비에 사진을 찍어 서울에 있는 친구들에게 보내주니, ‘딱 너 다운 거로 샀다.’라는 반응이다. 나답다는 게 뭘까? 조금 귀엽고, 사랑스러운 거려나 생각해 본다. 마지막으로 띠부띠부씰을 샀는데 서로의 손등에 붙여 커플 타투라도 한 듯 사진을 찍었다.
제주도에 와서 처음으로 제주스러운 휴일을 보낸 첫 번째 날이었다. 아마도 함께여서 더 좋은 날이었다.
- 전화번호 | 064-796-0624
- 이용시간 | 월, 화, 수, 금, 토, 일 10:00~19:00(라스트 오더 18:30/ 재료 소진 시 조기 마감) /목요일 휴무
- 가격정보 | 딱 새우장 비빔밥(15,000), 돌문어장 비빔밥(18,000), 도마 한판(25,000)
- 전화번호 | 064-728-3981
- 전화번호 | 064-796-7790
- 이용시간 | 매일 9:00~22:30(성수기 7~8월 라스트 오더 22:00)
- 가격정보 | 아메리카노(5,000), 바닐라라테(6,000)
- 소품샵은 2019년 7월 당시 'Pink Baketsu' 였으나, 현재 자료 검색이 되지 않아 정보에 담지 못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