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이 비슷한 사람들과 함께한다는 건
이들을 처음 만난 건 2020년 1월 한참 겨울의 추위를 느끼고 있던 시기였다. 우리는 ‘트래비 매거진의 아카데미’에서 만났다. 각자 다른 삶을 살아온 사람들이 비슷한 생각과 비슷한 마음으로 이곳에 모인 것이다. 여느 모임처럼 여느 수업처럼 적당히 시간이 지나면 끝날 줄 알았던 우리의 수업은 ‘코로나’를 매개로 약 4개월이 지연되었고, 덕분에 ‘애착’이라는 것이 생겼다. 그렇게 6월의 마지막 화요일, 겨우겨우 다시 시작된 수업이 끝나고 우리는 출사라는 명목으로 곧 다시 만날 날을 기약했다.
고대하던 첫 출사가 코앞으로 다가왔고, 우리의 첫 출사지는 ‘부산’으로 정해졌다. 많은 도시가 후보에 올랐지만, 부산으로 정해진 결정적인 이유는 금정구를 주제로 부산시에서 개최한 공모전에 출전하기 위해서였는데, 취향이 비슷한 사람 여럿이 모이니 혼자서는 이루지 못할 계획을 세우고 시도할 수 있는 장점이 있었다.
특별할 것 없는 곳마저 의미 있게 만들고
첫째 날은 각자 가고 싶은 곳에 가서 사진을 찍기로 했는데, 크게 감천문화마을과 영도팀으로 나뉘었고, 나는 감천문화마을로 향했다. 부산에서도 남쪽에 위치한 감천문화마을은 산 위에 오밀조밀 모여있는 작은 마을이다. 마을의 초입에 들어서면 길을 따라 양옆으로 카페와 기념품 가게가 줄지어 들어서 있고, 가게마다 귀여운 고양이가 상주하고 있었다. 좁은 골목의 계단을 따라 올라가 도착한 전망대에서 마을을 내려다보면 빨간색, 연두색, 파란색, 알록달록 오색 빛 지붕은 너나 할 것 없이 카메라를 들어 셔터를 누르게 했다. 한참을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고 내려오는 길, 카페에 들려 마신 시원한 아메리카노 한잔은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깡마른 목을 축이기에 충분했고 선선한 선풍기 바람을 쐬며 앉아있으니, 땡볕에 돌아다니며 흘린 땀들이 눈치껏 쏙쏙 들어갔다.
힘들었던 순간마저 함께여서 좋은 것.
이튿날은 부산의 금정구로 향했다. 우리가 부산에 온 목표. 공모전이 열리는 금정구 그중에서도 금정산성은 부산으로 오기 전 두 번의 걸친 오프라인 만남을 통해 각자 조사를 하고 의견을 모은 곳이다. 금정산성의 별미라 불리는 금정산성 막걸리와 오리 백숙, 처음 먹어보는 염소 불고기는 고소했고, 식사를 하는 우리 테이블은 적막이 흘렀다. ‘이렇게나 음식을 먹을 때 조용한 사람들이었나?’ 하는 생각도 잠시, 막걸리를 또 시키려고 한다. 다행히 우리의 목표 ‘출사’가 남아있기 때문에 간신히 자제하고 본격적인 출사지 금정산성으로 출발했다.
호기롭게 출발한 금정산성은 우리의 호기(豪氣)에 콧방귀라도 뀌듯 쉽사리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는데, 한 시간 남짓을 비탈진 고갯길만 올라가다 드디어 발걸음을 멈춰 섰다.
“아무래도 여기가 아닌 것 같아요.”
무언가 잘못된 것을, 어쩌면 모두 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선발대로 출발한 동료의 말에 그 자리에서 모두 휴대전화를 꺼내어 포털사이트 검색을 시작한다. “금정구”, “금정산성”, “금정산성 가는 길” 약간의 침묵이 흐르고, 약간의 시간이 흘렀다. 그리고 곧 금정산성은 걸어서 올라갈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 사람들 표정이 밝지 않다. 아마도 각자 자신의 정보력이 부족해 모두를 고생시켰다고 생각할 것이 뻔했다. 미안할 것이 뭐가 있을까? 그저 이런 상황마저 재미있고, 한 편의 좋은 추억으로 남길 수 있는 것이 출사 다니는 맛 아닐까?
본 출사는 지난 8월 사회적 거리 두기 2.5단계 격상 전 개인위생수칙을 철저히 준수하여 다녀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