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이 함께 짓는 마법의 도서관
동네 주민이 나서서 공공도서관을 짓는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요? 끈기를 가지고 노력한 주민들과 지자체의 환상적인 콜라보 작품, 구산동 도서관마을의 이야기를 듣고 왔습니다. 이곳에서 공공 도서관의 미래를, 주민 공동체의 미래를 찾아볼 수 있을 것 같아요. 구산동 도서관 마을의 신남희 관장님과 나눈 이야기를 들려드릴게요.
15년을 들여 완성한 주민과 행정의 합작 도서관
Q. 구산동 도서관 마을은 어떻게 생기게 되었나요?
15년 전 쯤 구산동 주민자치센터 작은도서관에서 사서로 봉사하는 어머니들이 동네에 공공도서관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셨어요. 그래서 지자체에 요청을 했어요. 그러한 내용을 최초로 전달하고 지금 구산동 도서관마을이 건립되기까지 15년정도 걸렸어요. 은평구청과 서울시에서 주민들의 제안을 받아들이는데까지 10년 정도 걸렸고, 2010년 구청장이 바뀌면서 본격적인 물살을 탄 뒤에 2015년 정식으로 개관했습니다. 주민들이 흩어지지 않고 꾸준하게 요구했기에 가능한 일이었고, 거기에 구청이 화답하는 과정이 있어서 가능했어요.
Q. 도서관 건립 비용은 어떻게 마련하셨나요?
전임 구청장 때 처음 주민참여예산을 도입했다고 해요. 주민참여예산으로 건립비의 반을 충당했는데 그 과정에서 ‘주민참여예산으로 도서관을 짓자’라는 설득이 필요했어요. 주민위원들을 설득해서 통과가 되야 하고, 무작위로 돌린 전화에서도 주민들이 동의해주는 과정도 필요했어요. 공공도서관이 지역에 절실히 필요한 시설이라는 것, 그리고 그것을 주민들이 설득할 수 있는 논리가 있어야 했어요. 과정들 자체가 주민들에게 '공공도서관이 왜 필요한가'에 대해 공부하는 과정이었어요. 긴 시간이 들었지만 이런 과정에서 주민들이 도서관에 대해 관심과 의미를 갖는 계기가 되었을 거 같아요.
Q. 도서관을 짓는 과정이 순탄하지만은 않았겠어요.
도서관을 지을 때 구청에 담당하는 부서가 있었어요. ‘도서관지능팀’인데 보통은 그 팀에서 도서관을 짓는 일을 맡아서 해요. 그런데 구산동 도서관은 주민 주도로 시작됐기 때문에 보통의 방식으로 하지 않았어요. 물론 그 과에서 참여를 했지만, 마을공동체팀에서 추천한 주민으로 도서관을 지어올릴 사람들을 채용했고 그 직원에게 이 업무를 전적으로 맡긴거죠. 무슨 일이든 사람이 있어야 하는데 그 직원이 관과 민간 사이를 왔다 갔다 하면서 얘기를 했고 건축과 부서 하고도 다리 역할을 해주셨어요.
“마을공동체의 이념이 꽃피는 공간”
Q. 전체적인 과정에서 주민들이 굉장히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세운 도서관이네요. 운영중에 어려움은 없었나요?
어려운 일도 많았죠. 이 도서관을 짓는 과정이 평범한 방식이 아니었어서 공무원들이 받아들이기 어려웠죠. ‘왜 이러느냐, 기존에 도서관지능팀에서 하던 일이다. 건축과, 문화관광과 두 군데에서 하던 일이고, 건축할 때까지 건축과에서 하고, 도서관 운영이나 콘텐츠 마련은 도서관지능팀에서 하는 건데 왜 이런 거를 마을공동체과에서 하고 왜 이렇게 일을 귀찮게 일을 하느냐’ 하는 이야기들을 들었어요. 들어보면 일리가 있는 이야기고, 당연히 공무원들의 불만이 있었을 거라고 생각해요.
Q. 도서관이 마을 주민들의 필요에 의해, 주민들의 참여로 만들어졌는데, 이 도서관이 지속될 수 있는 노력이 중요하겠어요. 앞으로의 운영 방향이나 계획이 있으신가요?
구산동 도서관 마을은 주민들이 만들었고, 주민들이 일하고 있어요. 그래서 다른 주민분들도 굉장히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이용하는 공간이에요. 이 공간이 마을에 뿌리를 내리고 미래에도 창창하게 운영을 하려면 건립 당시에 들어왔던 마을공동체의 이념들이 꽃을 펴야죠. 그런 것이 과제예요.
Q. 도서관이 생기기 전과 후에 동네에 변화가 있었나요?
주민들의 마을에 대한 만족도가 많이 달라졌죠. 도서관 이용자 중 한 분이 ‘세금 내는 보람을 처음으로 느껴봤다.’ 라고 얘기하는 거예요. 방학이 되면 아들이랑 아침부터 도서관에 와서 하루 종일 머물면서 책도 보고, 영화도 보고, 친구들도 만난다면서, 결혼하고 나서부터 구산동에 살았는데 이 도서관 덕분에 동네가 좋아지고 동네에 대한 애착이 더 깊어졌다고 하시더라구요. 그런 이야기가 기억에 남아요.
Q. 다른 자치구에서 동네 도서관을 짓는다면 당부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실까요?
무엇을 하든 일단 주민들의 목소리를 들어야죠. 행정에서 일방적으로 도서관을 짓고, 단체장이 "제가 이걸 지었습니다"라며 커팅식에 얼굴 뵙기 힘든 구의원님들을 모시는 방식이 아니라, 그 마을에서 도서관을 이용할 실제 주민들이 ‘이런 공간이 있었으면 좋겠어요’라고 하는 이야기를 많이, 오랫동안 듣고 운영하면 도서관이 지어진 보람을 다할 수 있을 거예요.
Q. 관장이 되셨을 때 어떤 마음이 드셨는지?
이 마을에서 굉장히 애를 써서 도서관을 만들었기 때문에 마을분들에게는 구산동도서관마을이 자랑스런 결과물이잖아요. 도서관이 빛이 나서 지역주민들이 동네에 애착을 가지고 기쁨을 느끼고, 나아가 모두가 어울리게 되는 도서관을 만들자는 생각을 했어요.
인터뷰 전, 신남희 관장님이 짧게 도서관 투어를 해 주셨습니다. 도서관 안쪽 작은 공간마다 책이 움트고, 사람들은 저마다 편한 자리에 앉아 책을 보고 있었어요. 주민의 목소리로 만든 구산동도서관마을이라는 사례를 통해, 주민의 목소리와 함께하는 행정은 얼마나 큰 가능성을 가지고 있을지 꿈꾸게 됩니다. 더 많은 동네에 주민의 목소리가 반영된 공간이 녹아들기를 기대합니다.
구산동도서관마을 | 주민이 함께 짓는 마법의 도서관
Tel. (02)357-0100
운영시간 09:00~22:00(평일), 09:00~18:00(주말)
휴관일 매주 월요일 | 일요일을 제외한 법정 공휴일 | 기타 도서관 사정에 의한 임시휴관일
자료현황 도서 61,771권 보유
글 ⓒ어라운디
어라운디는 주변 곳곳의 문제를 기회로 디자인하는 사회혁신 디자인 기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