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리치레몬 Jul 20. 2021

캐롯시장의 이상한 사람들(1)

동네 중고 거래의 단상


아이 둘을 키우다 보면 효용 가치가 사라진 중고 물품들이 많이 생긴다. 유모차, 장난감, 유아용 책에서부터 철이 지나면 어느새 작아져 버린 옷가지와 신발들까지. 계절이 바뀔 때마다 이런 물건들을 제때 정리해두지 않으면 좁은 옷장과 방이 미어터지는 것은 시간문제이다.



다행히 나에게는 각자 아이 둘을 키우는 동생이 둘이나 있어서(=조카 네 명) 별 고민 없이 철마다 정리한 각종 육아용품과 옷들을 친정에 가져다 두곤 했다. 글로 적고 보니 간단하지만, 십 년이 넘는 세월 동안 날랐던 짐들의 중량과 거기에 들어갔던 손길은 아이를 키우는 무게 중 손바닥 한 뼘 정도는 됐으리라.



동생들에게 물려주기 애매한 물건들은 블로그와 카페에서 벼룩을 하기도 했다. 어느 정도 온라인 안면이 있는 사이에서 각자의 필요에 의해서 이루어지는 거래이다 보니 대부분 기분 좋게 이루어졌던 것 같다.






아이들이 제법 자라면서, 정리가 필요한 물건들이 예전처럼 많지는 않다. 그래도 1년에 두어 번은 물건 처리가 필요한데, 이제는 온라인 커뮤니티 활동을 하지 않고 있고 블로그에도 굳이 올리고 싶지 않다. (블로그에서의 벼룩과 드림에 대해서도 긴 얘기를 할 수 있는데 여기서는 생략)



우리 아이들은 체구가 작은 편인데 어느덧 조카들은 언니와 형의 키를 훌쩍 뛰어넘었거나, 크면서 체형이 많이 달라져 옷을 물려주기 애매해졌다.



아이들 용품에 더하여 이제 효용 가치가 없어진 집안의 생활 용품, 더 이상 입지 않지만 멀쩡하고 괜찮은 옷들은 그냥 버리기엔 너무 아까웠다. 급부상한 디지털 핫플, 동네 사람과 편하게 거래할 수 있는 캐롯시장을 자연스럽게 이용하게 되었다.






나름 미니멀 라이프를 지향하며(...) 꼭 필요한 물건만 사고, 사는 것보다 버리는 것이 더 많은 편이긴 하다. 캐롯시장에서도 물건은 사지 않는다. 나에게는 이제 필요 없는, 그러나 누군가에겐 꼭 쓰일만한 물건을 판매해 소소한 부수입을 얻는다.



남에게 '돈을 주고' 중고 물품을 판다는 것의 잣대를 나름 엄격하게 두고 있기에, 가격 대비 값을 높게 쳐서 올리지는 않는다. (캐롯시장 자체가 비싸게 올리면 거래가 되지 않는 분위기인 것 같기도 하다.)



종종 무료 나눔을 하기도 한다. 내 기준에 돈을 주고 판매하기엔 마음이 불편하고, 그렇다고 굳이 천 원, 이천 원을 받기엔 애매할 때 드림을 올린다. 예를 들면 작년에는 더 이상 쓰지 않고 보관만 했던 작은 교자상을 나눔 했는데 가져가신 분이 어찌나 고마워하시는지 덩달아 기분이 좋았다.






한동안 캐롯시장에 발길이 뜸하다가 여름맞이 집 정리 시즌을 맞아 다시 시작하게 되었다. 아이들과 내 옷장을 정리하며 나온 옷들을 내놓고 주인을 기다렸다. 곧바로 나가는 물건들도 있지만 며칠의 시간이 필요하거나 '끌어올리기'를 통해 다시 상단에 노출시켜야 할 때도 있다.



고가의 물건보다는 적게는 만원 전후, 많아야 몇만 원 이하의 물품들을 올리는 편이다. 그간 특별히 문제가 될 만한 일은 없었는데 얼마 전 있었던 사소한(?) 사건들이 신경이 쓰여 브런치에도 적어본다.



이제 본격적인 에피소드를 적고 있는데, 생각보다 글이 길어져서 나누어 쓰려고 한다. 다음 편도 기대해 주세요.



To be continued......



https://brunch.co.kr/@richlemon/33


매거진의 이전글 마이너리티, 소수의 의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