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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치레몬 Jul 22. 2021

캐롯시장의 이상한 사람들(3)

동네 중고 거래의 단상


캐롯시장의 이상한 사람들(2)

https://brunch.co.kr/@richlemon/50



지역 카페나 커뮤니티, 개인 블로그나 SNS에 무료 나눔을 올리면 사람들의 다양한 모습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하게 된다. '무료'로 물건을 나눠준다고 하니, 받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직접적인 비용을 들이지 않고 물건이 생기는 셈이다.



시간과 품을 들여 나눔을 하는 사람의 입장은 아마 대부분 명확하고도 비슷할 것이다. 나에게는 이제 필요 없지만 아직 쓸만한 물건이 '필요한 사람에게' 가서 적재적소에 유용하게 쓰였으면 하는 바람일 테다.



안타깝게도 세상이 무작정 아름답지만은 않고, 모든 사람들이 같은 생각을 할 수는 없다. 드림을 받은 물건이 상태가 그다지 좋지 않다고 불평하는 일은 흔하고 그래서 가족이나 친구 간에도 헌 옷과 육아용품을 나누는 일은 제법 복잡한 문제이다 - 오히려 양반인 축에 속한다.



무료 나눔을 받아 저렴한(?) 가격에 돈을 받고 물건을 되파는 경우도 많고, 아예 전문적으로 나눔과 드림을 노려 부업으로 삼는 사람들도 있다고 한다.



반면에 돈 들여 버리기 귀찮고 싫은 재활용품(이면 차라리 양반일 것이고)이나 쓰레기를 드림이라는 명목으로 처리하는(?) 사람도 어딘가에 분명히 있을 것이다. 모든 일에는 명과 암이 있다.






무료 나눔을 올리면 반응 속도부터가 다르다. 누구에게나 필요한 범용적인 물건일 경우, 거의 빛의 속도로 채팅이 온다. 제법 연식이 오래됐거나 덩치가 큰 물건의 경우, 아무래도 신중할 필요가 있는지라 한참 있다가 연락이 온다. 공통점은 결국 무료 나눔의 성사 가능성은 아주 높다는 것이다.



캐롯시장에 가입한 이후에도 몇 차례 무료 나눔을 올렸다. 싱크대를 차지했던 쓰지 않는 그릇들, 교자상, 책들을 떠나보냈다.



배우자는 공연히 개인 정보(주거지)만 노출되고 사진 찍고 올리고 대화가 필요한, 한 마디로 시간 낭비를 뭐하러 사서 하냐며 못마땅해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냥 버리기에는 너무 아까운 물건들이고, 누군가에게 분명히 효용가치가 있음을 알기에 조금은 번거롭지만 그렇게 했던 것 같다.






새 것에 가까운 책 몇 권이 있어서 캐롯시장에 무료 나눔을 올렸다. 블로거인 나에게 서평을 요청하며 출판사에서 보내은 책들로, 이미 한 번씩 다 읽었고 소장할 생각은 없었다. 무료로 받은 물건이기에 돈을 받고 팔 생각은 없었고, 그 책들이 필요하거나 읽고 싶은 사람에게 보내려 했다.



역시 올리자마자 채팅이 온다. 그분과 챗을 하는 중에, 금세 또 다른 채팅이 왔다. 처음 채팅을 보낸 분과 언제 어디서 어떻게 문고리 캐롯을 하겠다, 고 대강 얘기가 된 후에 두 번째 채팅을 확인하였다.



"제가 받을게요, OO역에서 점심시간에 만날 수 있을까요?"

??????



무료 나눔인데 자신이 편한 장소와 시간을 정해서 달라는 것이 황당하게 느껴졌다. 물론 그렇지 않았더라도 이미 처음 연락한 사람에게 나눔을 하기로 했기에 더 생각할 여지도 없었다.



- 나: 먼저 연락하신 분께 나눔하기로 했습니다.

- 두 번째 채팅자: 제가 제일 먼저 연락했는데요?

- 나: 더 빠르게 연락 주신 분 있고, 또 말씀하신 시간과 장소 다 불가능합니다.

- 두 번째 채팅자: 이상하네요, 분명히 제가 챗 보낼 때 아무도 없었는데요? 이상한데요???

- 나: 제가 더 먼저 받은 분께 연락드렸습니다.

- 두 번째 채팅자: 제가 채팅할 때는 아무도 없었다니까요?? 먼저 연락한 사람 없을 텐데요. 

- 나: 저에게 채팅이 먼저 뜬 분이 있으시다니까요?

- 두 번째 채팅자: 뭔가 이상해요!!! 확실한가요????



처음 채팅을 확인했을 때의 황당함이 불쾌감으로 이어지며, 순간 짜증이 나고 화가 솟구쳤다. 답을 보내려는데 손이 떨릴 정도였다.



- 나: 거의 비슷한 시간이라 그 시점에는 채팅 목록이 없었나 보죠. 사실과 다른 얘기 할 이유 없습니다.



진상(이 정도면 진상이라고 불러도 되겠지)으로 보이는 이 사람이 더 물고 늘어지면 얼마나 짜증이 날까 싶었다. 다행히 더 이상의 무례한 채팅은 없었는데......



https://brunch.co.kr/@richlemon/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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