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소찾아 삼만리
이미 공항에서 한바탕을 해서였을까? 다행히 비행기 안에서는 별 일이 없었다. 태국 수완나폼 공항에 12시가 넘어 도착했다. 그나마 평일 야간이라 입국 수속이 오래 걸리진 않았다. 비행기에서 잠시 눈을 붙인 엄마와 아이는 막상 태국에 도착하니 신이 난 모양이다. 우리는 택시를 타고 숙소에 바로 갈 예정이었다.
짐을 찾고 나오니 항공기에 함께 탔던 대부분의 사람들은 공항을 빠져나간 상태였다. 공항을 빠져나오니 동남아 특유의 답답한 기온이 우릴 맞이했다.
"엄마~좀 더워요~"
6살 아들 꼬마가 외친다. 간만의 방콕 방문이라서 그럴까? 수완나폼 공항이 조금 바뀌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택시가 서는 곳엔 이미 긴 줄이 있었다. 서로 택시를 타려는 사람, 택시 주변에서 호객행위를 하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줄을 서야 하나~ 하며 망설이고 있던 차에 엄마가 나를 툭툭 친다. 저길 보라는 것이다. 택시 줄 건너편에 어떤 사람이 손짓을 한다. 마치 나를 아는 듯이 손사래를 치고 있다.
"잠깐만..."
나는 엄마와 아들, 짐들을 내려놓고 가보기로 했다.
"excuse me? do you know me?"
" 택시! 빨라요. 카오산? 빠통?"
에잇! 호객꾼이었다. 그냥 다시 가려는데 그가 붙잡는다.
" 미터 미터 택시"
수완나폼 공항에 호객꾼이 많았다. 그렇게 많이 태국을 방문했지만 난 한 번도 ' 택시'를 탄 적이 없다. 모두 공항버스, 지하철을 이용하거나 오토바이를 개조한 '툭툭'을 탔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짐도 많고 딸린 식구들도 많았다. 거기에 어린아이와 노약자?로 접어드는 엄마까지......
이 호객꾼은 자신은 정상적으로 ' 미터'로 간다고 한다. 호텔 주소를 보여주었다. 이상한 한국말을 연신 섞어대며 안다고 한다.
"미터! areyou sure?"
" 예스, 예스 , 노 프라블룸"
시간이 점점 1시를 넘어가고 있었다. 어차피 택시를 탈 예정이었다. 그리고 대기줄이 줄어들려면 시간이 한참 지나야 할 것 같았다. 몸도 피곤하고 새벽에도 더운 공기는 사람을 빨리 지치게 했다. 나는 이 택시를 타기로 했다. 짐을 챙겨, 가족을 데리고 왔다. 택시기사는 적극적으로 트렁크에 짐을 대신 실어주고 차문을 열어주었다.
'그래도 친절한 사람을 만났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다시 한번 호텔 이름을 상기시켰다. 이제 15~20분 이내면 숙소에 도착하겠구나. 택시기사가 차 안에 달린 ' 미터기'를 켰다. 출발 후 2분이 지났을까? 고속도로로 간다고 한다. 고속도로 이용요금은 extra라고 해서 1000원 정도만 더 지불하면 된다고 한다. 알았다고 하고 그러라고 했다. 익숙한 방콕 시내의 모습이 나왔다. 그런데 조금 이상했다. 기사가 자꾸 골목골목을 돌아다닌다. 갑자기 불안감이 몰려왔다.
" 너 호텔 가는 길 알아?"
기사는 여기인 줄 알고 왔는데 아니라는 것이다. 그래도 걱정 말라고 자신이 데려다준다고 한다. 그렇게 기사는 우리 가족을 끌고 15분이면 도착해야 할 숙소를 못 찾고 헤맸다. 택시 탄지 1시간째다. 벌써 새벽 2시가 넘은 채 택시는 태국 도로를 맴돌았다.
편의점에서 물어보고, 가다가 다른 곳에 가서 택시 기사들에게 물어보고 , 그렇게 우릴 태운 채 뺑뺑 돌았다. 나와 엄마는 짜증이 밀려왔다. 그냥 내려달라고 했다. 다른 차를 탄다고 했다. 하지만 택시기사는 자기가 찾을 수 있다고 조금만 기다려달라고 했다. 그러는 사이 미터기는 이미 천문학적인 금액을 찍고 있었다. 자세히 택시 안을 보니 정상 택시가 아니다. 지 차에 미터기 달아놓은 전문 기사도 아니다. 확인 안 한 내가 잘못이지.......
'미터기를 꺼라. 이건 네 실수다. 지금 1시간이 넘게 헤매고 있잖아'
자기가 이대로 안 받을 테니 일단 숙소 찾게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한다. 그 야심한 새벽에 짐을 다 끌고 길바닥에서 다른 차를 타기도 애매했다. 이국땅에서 공항도 아닌 이상한 곳에서 내려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데려다줄 때까지 기다리자. 대신 돈은 절대 저렇게 못준다. 설상가상으로 빗방울이 점점 굵어진다.
"10분 주겠다. 10분 안에 못 찾으면 우린 내린다"
"노 플라블룸"
노 프라블룸만 100번넘게 들은 것 같다. 네 자체가 problem이다 임마!
부글부글 끓었지만 엄마와 아들을 보며 꾹 참았다. 이번에는 택시기사가 아예 중심가에서 밖으로 나갔다. 여행자 거리 ' 카오산'이다. 카오산과 내가 가려는 ' 스쿰빗 지역'은 한참 떨어진 곳이다.
"너 왜 카오산으로 왔냐. 여긴 정 반대잖어"
" 카오산에 친구들이 있어 물어보려 왔다. 노 프라불룸. 내가 해결할 수 있다."
"숙소 프런트에 전화를 해라. 어딘지 물어보면 되잖아"
내가 전화를 했으면 되는데 공항에서 급히 나오느라 휴대폰 유심을 사지 않았다. 아뿔싸... 이게 또 발목을 잡는구나. 어차피 이 시키 전화로 해야 하는데.... 전화기를 빌려달라고 해도 전화기가 없다고 한다. 비가 한바탕 쏟아졋다. 다행히 스콜성이라 왔다 안왔다 한다.
새벽 3시가 다되어간다. 차에서 내려 '그 기사 사칭하는 놈' 친구들에게 직접 물어봤다. 다들 알것처럼 ' 아~ ' 하다 모른다고 한다. 왜 네 친구들은 하나같이 전화기도 없냐. 미칠 노릇이다. 그중 한 명이 전화가 있다고 했다. 전화기를 빌려달라 했다. 믿을 수 없어 내가 직접 숙소에 전화했다. 다행히 프런트에서 받는다. 정확한 위치를 알고 택시기사에서 전화받아보라고 건넸다. 뭐라 뭐라 하더니 아주 '기쁘게??' 이제 진짜 찾아갈 수 있다고 한다.
이미 나와 엄마는 땀에 피곤과 땀에 절었고, 잠에 곯아떨어진 아들은 이미 안드로메다다. 빨리 이 짜증 나는 곳을 빠져나가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그렇게 오매불망하던 '나의 호텔'을 찾았다. 태국에 도착한 지 거의 3시간 만이다. 시간은 '4시를 가리켰다'. 미터기는 이미 어느새 멈춰있었다. 기사는 친절? 하게 짐을 다 내려주고 딱 1000밧 <한국돈 약 37000원>만 받겠다고 한다. 장난하냐. 원래대로라면 아무리 비싸야 1만 원이다. 자신도 고생했고 숙소 찾느라 다른 손님도 못 태웠으니 이해해달란다.
원래대로라면 200~300밧이다. 뭐 톨비 포함해서 더 해도 1만 원 안짝이다. 귀찮고 너무 피곤해서 500밧을 건넸다. 더 이상 못준다. 그리고 나 진짜 화 참고 있으니 그냥 가라.
" 감사합니다" 그것으로 끝났다. 그 기사가 일부러 못 찾았는지, 진짜 못 찾은 건지는 아직도 모르겠다. 하지만 태국을 10번도 넘게 방문하여 이런 경우는 처음이다. 내가 이렇게 인내심이 많았던가? 엄마와 아들, 짐이 없었으면 이미 박차고 나갔을 텐데..... 숙소에 도착하니 비는 어느새 그쳤다. 그렇게 우리 셋은 태국에 도착하자마자 혹독한 신고식을 치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