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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마드작가K Nov 23. 2022

자다 말고 밥 먹이는 태국 나이트버스 탑승기

여행은, 때론 알면서도 불편함을 감수하는 것


태국여행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다양한 교통수단이다. 한국에는 잘 볼 수 없는 것들이라 그런지  눈 요깃거리가 많았다. 더불어 오토바이를 개조한 툭툭, 버스 개조한 썽태우...... 가장 요긴했던 것 중 하나는 2층 버스였다.  우리나라에서 2층 버스는 관광목적 시티투어 외엔 보기 힘들다. 하지만 태국에선 장거리 버스엔 2층 버스를 빼놓을 순 없다. 다음 목적지는 태국 제2의 수도 치앙마이.



버스회사마다 조금씩 서비스와 버스가 다르다. 우리가 택한 것은 ' 쏨밧 투어'라는 회사. 알아보니 가장 편리하고 서비스도 좋다고 입소문이 나있다. 현지인 숙소 주인장이 꼭 터미널에서 타라고 한다. 여행자 버스는 가격 대비 불편하다고..... 덕분에 북부 터미널까지 툭툭를 타고 발권하러 하루 전에 미리 왔다.

  


버스는 등급에 따라 나뉘는데 우리가 탔던 vip는 거의 한화로 약 거의 3만 원가량 했다. 여기선 꽤 비싼 금액이다. 내부는 현재 프리미엄 고속버스와 매우 비슷하다. 다만 이 버스는 2층 버스다. 저녁 9시 30분에 출발하면 다음날 7시 정도 도착할 것이다. 일명 버스 안에서 먹고 자고 싸고 가능하다. 좌석은 총 3열로 구성되어 있다.





신기한 게 버스 안에 화장실이 있다. 저쪽 뒤편에..... 처음엔 냄새가 많이 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쾌적했다. 하지만 여긴 최후의 보루이다. 휴게소에서 볼 일 봐야지......



여자 승무원도 있다. 항공사 스튜어디스 같은 역할인데 도시락도 나눠주고 물티슈, 타월 같은 것을 챙겨준다. 막상 버스에 타보니 목베개, 담요가 각 자리마다 놓아져 있다. 좌석은 180도 젖혀지는 것은 아니지만 거의 누울 정도로 젖혀진다. 앞에 LCD 모니터도 있다. 태국은 관광으로 먹고사는 나라이다 보니 벌써 10년이 훌쩍 넘었음에도 그때부터 이런 시스템이 있다는 것에 놀라웠다.




2층 버스라 그런지 많이 흔들린다. 자칫 잘못하다 무게 중심이 쏠리면 좀 위험할 것 같다는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에어컨 온도가 ' 덜덜'이다. 준 담요를 목까지 끌어올렸다.  긴팔을 미리 준비하길 잘했다. 그렇게 우린 노닥거리다 나이트 버스에서 잠이 들었다. 갑자기 소리가 나면서 불이 켜진다. 승무원이 내리란다.


"뭐야? 왜 갑자기?"


시간을 보니 거의 새벽 1시다. 화장실 가라는 건가? 승무원이 갑자기 버스 티켓을 챙기라고 한다. 휴게소가 맞긴 하다. 그런데 갑자기 밥을 먹으란다.


'자다 말고 웬 밥?'


그야말로 자다가 봉창 뚫는 타이밍이다. 외국인, 현지인 무리에 이끌려 식당으로 들어갔다. 내가 티켓을 보여주니 알아서 일부를 떼어간다. 자다 말고 볶음밥과 쌀국수를 먹었다. 엄마는 안 드신다고 하니 승무원이 티켓을 떼어간다. 그리고 아까 줬던 간식?을 하나 더 준다. 돈 지불한 만큼 현물로 바꿔주는구나......ㅋㅋ




"재미있네 "


주위를 보니 사람들마다 다르다. 우린 vip, 지금으로 말하면 슈프림 등급이라 그런지 안에서 뷔페식으로 밥을 먹는다. 우리보다 저렴한 티켓을 산 사람은 입구 쪽에서 밥을 먹는다. 돈 지불한 곳에 따라먹는 것도 차별화네. 생각보다 맛은 괜찮았다.



그렇게 자다 말고 우린 밥을 먹었다. 다시 버스에 탑승해서  한참을 달리는 도중 잠이 든다. 승무원이 다시  깨운다. 드디어 '치앙마이'에 도착한 것이다. 그녀는 따뜻한 물수건을 건넨다. 그리고 배고프지 말라고 또 간식...... 이국땅에서 버스 타면서 이런 환대를 받다니...... 감동이다. 딱 보니 그녀는 잠을 전혀 자지 않았다. 교대로 운전하는 2명의 운전기사도 아직 팔팔하다. 나름대로 시스템화 되어 있다.



그렇게 우린 재미있는 나이트 버스를 타고 약 10시간 만에 ' 치앙마이'에 입성을 했다. 첫 나이트 버스였지만 그리 불편함을 느끼지 못할 정도다.  솔직히 탈만했다. 오히려 한국의 시스템이나 대접보다 나을 정도였으니깐.....  더불어 숙소비도 아끼고 , 식사비도 아낄 수 있었다.



여행을 하다 보면 빠르고 편리한 것보다 일부러 불편함을 택할 때가 있다. 나는 될 수 있으면 관광객의 시선보다는 ' 현지인'의 시선에서 여행지를 느끼려고 한다. 훨씬 많은 것을 경험할 수 있다. 패키지에선 못 보는 것을 보는 것도 쏠쏠한 재미다.  다양한 경험만큼 기억에 남는 것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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