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앙마이의 매력에 빠지다
치앙마이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여행지중 하나이다. 태국 북부에 제2의 수도라 불리는 ' 치앙마이'가 있다. 위치상으로 북부지역이다 보니 인프라가 확실히 덜되어 있다. 치앙마이는 크기는 꽤 큰데 중소도시 느낌을 주는 곳이다. 지형적 위치도 그렇지만 치앙마이는 남부지역보다 훨씬 기온도 낮다. 체감온도는 더 낮다. 똑같은 동남아 날씨이지만 비교적 낮다는 이야기이다. 열섬현상도 덜하다.
여전히 숙소나 카페에선 에어컨, 대형 선풍기가 없인 지내기 힘든 곳이지만 그래도 ' 여행자'의 입장에선 훨씬 쾌적한 느낌이 들었다.
내가 치앙마이의 팬이 된 이유는 주로 이런 이유다.
1. 중소도시 같은 안락함과 느림이 있다
과거에도 그랬지만, 나는 대도시나 큰 도시를 여행하면 살짝 방황한다. 너무 바쁘거나 화려하거나 교통 밀집도가 높은 곳, 그래서 사람과 도시의 향을 바쁨속에 휘말리다 보면 내가 어디에 있는지를 놓치곤 한다. '여행하고 있음'을 느끼기가 힘들다. 방콕이 그랬다.
1998년 첫 배낭여행을 하고 느꼈던 그 방콕을 3년, 6년이 지나 다시 방문했을 때 느낌과 보이는 것은 달랐다. 에세이를 쓰는 시점인 2013년부터 매년, 2020년 이후가 되어 다시 방문했을 때 매번 달랐다. 도시의 발전상은 편리함을 가져다주었지만 반대로 옛 추억을 더듬게 했다.
내가 좋아했던 ' 카오산'만 해도 그렇다. 예전의 카오산은 ' 배낭여행자들의 거리'였다. 많은 배낭여행객들이 몰렸고 길거리에서 다양한 체험, 머리 땋기, 흥정 등이 오가는 살아있는 거리였다. 싼 길거리 음식과 숙소 덕에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않는 젊은이들이 몰렸다. 하지만 지금은 점점 다른 곳과 비슷해지면서 이제는 일부러 그곳을 찾지 않는다.
어느 순간부터 태국을 방문해도 ' 방콕'을 잘 안 가게 되었다.
'치앙마이'는 이런 내게 '구세주' 같은 핫플레이스였다. 당시만 해도 지금처럼 잘 알려지지 않은 덕에 우리 가족은 아름다운 추억을 남길 수 있었다. 옛 방콕의 모습을 여기서 찾은 느낌이랄까?
사람들은 더 순박했고 정이 있었다. 훨씬 덜 복잡했다. 내가 여행을 하려는 목적이 아마 명확해서일지도 모른다. '느림'의 미학, ' 멈춰서 생각'이 가능한 곳을 선호했고 ' 관광객보다는 현지인'의 눈으로 바라보는 것을 선호한지라 대부분인지라 확~ 와닿았던 것 같다.
아직도 태국에서 방콕은 ' 여행지 선호'에 가장 많이 포함한다. 내 친한 친구들도 방콕을 가장 좋아한다. 이런 걸 보면 사람의 가치관, 삶의 태도, 여행의 목적에 따라 '선호도'는 얼마든지 달라질 수도 있는 것 같다.
2. 비교적 저렴하고 가성비 높은 물가
방콕은 워낙 많은 사람들이 찾다 보니 항상 북적였다. 치앙마이는 상대적으로 물가도 저렴하고 일단 숙소비도 쌌다. 공기도 훨씬 나았다. 지금에서야 널리 알려진 한 달 살기? 같은 프로젝트를 하기엔 그때나 지금이나 '위시리스트 1번'으로 꼽는 데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솔직히 이런 이유로 치앙마이는 노마드 리스트에서 항상 상위권이다. 당시에는 지금처럼 인터넷이 활발하지 않았다.' 인터넷 카페'라는 일종의' pc방'처럼 생긴 곳에서 시간당 요금을 지불하고 인터넷과 메일, 검색 등을 했다.
인터넷 카페는 일종의 정보의 교류도 했다. 여행자와 사람들이 몰려들다 보니 자연스레 입구에는 ' 숙소, 액티비티, 여행상품, 버스 일정, 구인광고'등이 붙곤 했다. 지금은 많이 사라져 버렸다.
3. 아직까지 고유의 향기가 남아있다.
방콕을 비롯한 푸껫, 코 피피 등의 유명 관광지는 너무나 빠르게 변했다. 옛 모습을 그리워하던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 둥지'를 떠났다. 자본주의에 밀려 ' 고유의 색'을 잃어가는 것이 굉장히 안타까웠다.
치앙마이는 조금은 더디게 변화한다. 세계 어딜 가도 그렇듯 ' 중국자본'이 몰려들면 그 도시는 빠르게 변화한다. 대표적인 예가 한때 천혜의 환경을 자랑하던 ' 피피 섬'이다. 그 옛날 꽃미남 디카프리오의 얼굴을 보여줬던 그 영화의 장소. 많은 건물이 생기고 섬은 점점 확장되었으며 그냥 남부지역의 조금 떨어진 멀리 있는 섬 중 하나가 되었다.
친구들은 그래도 지금의 피피섬이 좋다고 한다. 훨씬 편리해지고 더 깨끗해졌다. 필요한 모든 것을 안에서 해결할 수도 있다. 하지만 예전의 덜 발달되고 조금은 미숙한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사랑하는 나로선 굉장히 아쉬운 지역이 되었다.
치앙마이도 매년 변해간다. 특히 가장 핫한 플레이스 ' 님만해민'에는 화려한 레스토랑, 카페, 마사지샵들로 북적였다. 관광객들로 미어터진다. 점점 예전 ' 색'을 잃어가면서 비슷해지는 현상에 우려가된다. 자연스레 예전엔 진을 치던' 님만해민'지역을 떠나 다른 곳을 바라보게 되었다.
하지만 아직 치앙마이 곳곳엔 향기가 남아있는 곳이 많다. 어찌 보면 '코로나'가 이 속도를 잠시 늦춰준 것 같기도 하다. 몇 년 전 함께 ' 치앙마이'를 함께 방문했던 남편도 치앙마이를 좋아했다. 은퇴하면 무조건 한 달 살기 하러 이곳을 가자고 한다. 그 이후로도 3번을 함께 왔지만 그 마음엔 변함이 없다. 이렇게 ' 치앙마이'는 아직 그 고유의 향기가 남아있는 것이다.
솔직히 세계 곳곳을 여행하다 보면 마음이 이상하게 끌리는 곳이 있다. 특별한 관광거리, 편리함 이런 것은 없어도 ' 치앙마이'는 내게 어느 도시보다 더 머물고 싶은 곳, 여기서 한 번쯤 은퇴 후 살고 싶은 곳이었다. 이곳은 제2의 마음의 고향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