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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마드작가K Nov 21. 2022

아니, 우리 엄마 맞아?

여행이란, 내 안에 잠자고 있던 또 다른 나를 마주하는 것 

솔직히 처음 여행을 가기로 결정했을 때 가장 걱정되는 사람이 있었다. 6세 아들? 58세 엄마? 바로 엄마였다. 엄마는 굉장히 예민한? 성격의 소유자이다. 깔끔 완벽주의자이며 모든 것을 미리 해야 하는 사람이다. 거기에 감수성과 예민함도 가지고 있다. 뭔가 걱정이 되거나 염려가 되면 해결될 때까지  몇 날 며칠이고 잠도 못 자고 뭘 잘 먹지도 못한다. 우리 엄마도 그래 하는 사람도 있겠지? 하지만 우리 엄마는 거의 습관성이다. 살이 찔 수가 없다. 그래서 아직도 55 사이즈 옷을 나와 같이 입고 있다.



한 번도 해외로 나가본 적이 없는 엄마가 그 나라 음식에 적응을 잘할까? 날씨나 숙소 상태가 괜찮을까? 솔직히 있어도 그만, 없으면 없는 대로 , 있으면 있는 대로,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해결하는 나와 스타일이 너무나 달랐다.



아니나 다를까 태국 입성 3일 차, 엄마는 한국음식이 먹고 싶다고 했다. 사실 호텔 조식이나 태국식 쌀국수, 볶음밥을 먹다 보면 우리네 매콤함이 그리워진다. 밥도 맨날 날리는 밥이다 보니 먹어도 배가 고팠다. 볶음밥은 계속 먹다 보니 느끼해졌다. 결국, 엄마는 비상식량? 에 손을 대었다.


햇반, 김, 고추장, 방부제 잔뜩 첨가한 깻잎과 김치!


햇반을 오픈하고 정리되지 않은 모습으로 방부제 덩어리 김치~~를 먹던 엄마의 그 환한 모습은 나는 잊을 수가 없다. 방부제가 다량 함유된 음식을 먹는것은 우리집에선 있을수가 없는 일이다.< 엄마는 항상 모습도 완벽해야 했다 ㅎㅎ> 역시 여행은 많은 것을 변하게 해~




여행을 하면서 변한 게 많다. 굉장히 보수적인 엄마를 예를 들자면,


1. 까다로움이 변했다. 특히 식성이다.



여행은 많은 것을 변하게 한다. 거의 60 평생을 살면서, 외식하는 것을 별로 안 좋아했다. 위생상태나 만드는 과정을 보지 않으니 믿을 수가 없다는 것과 집밥이 최고라는 것. 오죽했으면 남이 싸온 김밥이나 이런 것도 완제품이 아니면 잘 드시질 않았다. 누군가 권하면 예의상 한 두 개~ 정도였다.


여행을 하면 대부분 남이 만들어 준 음식을 먹는다. 동남아 길거리 음식을 따지는데, 위생상태~뭐 한국만큼 좋을 리 없다.  배낭여행 후 엄마는 외식도 곧잘 하고, 그렇게 깐깐하게 위생 운운하지 않게 되었다. 아직도 집밥이 최고라는 것은 여전하지만......


2. 미리 준비하지 않아도 괜찮아~


엄마는 평생, 미리 준비했다. 시간 약속도 30분 전에 일찍 나가고 , 공과금 같은 것은 즉시 처리, 집안 행사가 있다면 몇 달 전부터 동그라미를 쳐놓고 온갖 준비사항을 꺼냈다. 적어도 일주일 전 모든 게 세팅이 되어 있어야 안심을 했다. 이런 성향이 여행에서도 그대로 반영된다.  하지만 2~3일 단위로 숙소를 옮기니 캐리어와 배낭의 짐을 매번 챙겨야 했다. 처음엔 모든 옷을 쫙쫙 펴서 옷걸이에 걸고 캐리어 짐을 다 꺼내 방안에 세팅을 했다. 5~6번 정도 숙소를 옮기니 이제 꺼내지 않고 필요한 것만 내놓기 시작했다. 


한국에서 가져온 물건이 떨어지면 처음엔 빨리 사자고 성화였다. 지금 필요한 게 아닌데 준비를 하면 안 될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세상 어딜 가도 슈퍼는 있고 편의점도 있고 사람 사는 동네임을 인식했다. 



3. 조급함이 사라지다


한국에선 모든 게 빨랐다. 뭐든 빨리빨리...... 한국 사람이 대부분이 그럴 것이다. 그중에 엄마는 ' 원탑'이었다. 그 조급함은 나와 많이 부딪혔다. 나는 한 가지 외에도 많은 것이 머릿속에 있다. 나만의 속도가 있는데 자꾸 엄마는 꽂히는 그것을 해결될 때까지 들들 볶았다. 왜 빨리 해결하지 않느냐며...... 솔직히 가장 큰 스트레스였다. 


예를 들어, 약국에서 밴드를 산다고 하자. 엄마는 약국에 바로 가고자 한다. 하지만 나는 외국이다 보니 이왕이면  가는 길에 함께 해결하고 싶어 한다. 그렇다면 툭툭이나 썽태우 등 교통비도 줄이거나, 다른 곳을 가면서 어차피 가는 길에 방문을 하니 더운 날씨에 덜 돌아다녀도 된다. 하지만 엄마는 본인이 꽂힌 그것을 항상 먼저, 즉각 해결하고자 했다.


몇 번 겪다 보니, 그렇게 빨리빨리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을 본인이 느끼기 시작한 것이다.


4. 나에게도 이런 면모가?

엄마는 부끄러움이나 남 앞에서는 것을 잘하지 못했다. 흥정,  남에게 부탁 같은 것은 생각도 못한다. 하지만 여행하면서 한 번도 보지 못한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여행을 하다 보면 예기치 못한 많은 일들이 발생한다. 부탁도 하고 , 얼굴에 철판도 깔고 요구란 것도 해야 한다. 난생처음 보는 사람과 흥정도 해야 한다. 모두 낯선 환경에서 나의 생존과 연결된 경우가 많다. 시장에서 그렇게 ' 흥정'을 잘하는 엄마의 모습은 참~~ 낯설지만 나름대로 유쾌했다.




여행 전과 후를 비교하면, 솔직히 많은 것이 달라지진 않았다. 한국에 오자마자 엄마의 조급함, 완벽주의, 까다로움 3종 세트는 귀신같이 복귀했다. 하지만, 이것만은 좀 달라졌다.


"아~ 그럴 수도 있겠구나"하는 마인드!


예전에는 엄마 자신이 가지고 있던 생각이나 습관이 워낙 강했다. 그래서  다른 사람의 성향이나 습관이 본인과 다르면 이해를 잘 못했다. 어찌 되었든 본인 방식이 옳다고 바르다고 생각하는 게 많았다. 하지만 많은 다른 사람들을 만나고 여행을 하면서 각자의 패턴과 습관, 식성도 '그럴 수도 있구나~'하고 받아들이게 되었다. 더불어 내 안에 잠자고 있던 제2의 본성을 여행하면서 발견하게 된 것도  참 고무적인 일이다.



여행이란, 내 안에 잠자고 있는 또 다른 나를 만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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