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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린레이 Jan 23. 2019

<원샷> 리뷰: 딱 한 번의 선택을 해야한다면

<원샷>(2016) - 너무나 아름다웠던 경험


미디어: 게임

개발: Team Oneshot

유통: Degica

제목: 원샷 (OneShot)

장르: 어드벤쳐, 퍼즐

발매일자: 2016

플레이타임: 7시간



우리는 항상 선택을 하며 살아간다. 사실 우리가 이렇게 글로 만난 것도 당신이 글을 읽겠다고 선택을 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항상 선택했기에 인생은 수많은 선택으로 이루어졌다. 살아오면서 크고 작은 선택들을 했을 것이다. 부담 없는 선택부터 시작해 불편하고 압박감이 느껴지는 선택까지. 


'원샷'은 쉽게 느껴보지 못할 단 한 번의 불편한 선택을 우리에게 던져준다. 선택을 해야만 했던 내 가슴속에서 울렁거렸던 불편한 감정은 아직도 잊히지가 않는다. 만난 사람들, 아름다웠던 장소들, 다양한 이야기들 모든 게 머릿속에서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나의 선택으로 인해 져야할 책임들을 감당할 수가 없었다. 게임에 죄책감을 느끼는 건 처음이었다. 모든 것이 단 한 번의 선택 때문이었다. 도대체 어떤 게임이길래, 어떤 선택이었길래 단 한 번의 선택으로 플레이어의 감정을 헤집을 수 있었을까?


주인공이 좋았기에

    

기억을 잃어버린 니코

본 작품의 주인공인 니코다. 니코는 기억을 잃은 채, 갑자기 부서지고 망해가는 어떤 세상에 떨어지게 된다. 그리고 거기에 있는 예언봇에게 니코가 들고 있는 전구가 자신들의 태양이라고 전해 듣는다. 지금 이 세상은 태양이 없어 망해가고 있고 태양을 되찾으면 세상은 원래대로 돌아온다고 한다. 그리고 로봇은 니코에게 태양을 잃어 망해가는 세상을 구하는 구원자라고 칭한다. 니코는 영문도 모른 채 세상의 운명을 짊어진 셈이다. 전구탑으로 향하는 니코는 아직 살아있는 사람들을 만나게 되고 그들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


내가 니코가 좋았던 이유는 단순히 주인공이라서가 아니다. 제작자가 메타픽션을 이용해 니코가 나와 소통을 할 수 있게 했기 때문이었다. 게임을 진행하면 마치 내가 게임 안에 있는 듯이 니코가 말을 걸어온다. 나한테 질문을 하고 나의 감정을 묻는가 하면 자신의 감정을 가감 없이 말해주고 고민을 털어 논다. 마치, 새로 전학 온 후에 쭈뼛거리던 나에게 말을 걸어줬던 친구 같다고 생각이 들었다. 니코는 이제 나와 친구가 된 것이다.



만나는 사람들이 좋았기에


니코의 행동으로 그들의 일상을 지켜줄 수 있다

작중 인물들은 구원자인 니코를 반겨준다. 하지만 세상이 망해가면서 그들의 일상이 점차 흐트러지게 된다. 아무도 없어서 혼자 몇 년간 체스를 둔다던지, 세상이 망가지면서 홀로 어딘가에 갇혔다던지, 갑작스럽게 엘리베이터가 망가지는 등 말이다.


비록 세상이 망해가지만 그들은 그들 나름대로 희망을 잃지 않고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 힘들더라도 그저 웃으며 살아가는 그들의 이야기가 그렇게 와 닿을 수가 없다. 친구가 고민이 있어도 평소에 나에게는 '괜찮아'라고 말하지만, 같이 맥주 한 잔 걸치며 친구의 고민을 들으면 더 와 닿지 않던가. 결국엔 그들과도 정이 들어 버렸다. 내가 니코와 잘 협력하여 전구를 탑에 올려둔다면 그들은 더 이상 불안에 떨지 않고 평범한 일상을 살 수 있을 터다. 



세상이 아름다웠기에

 망가져가는 세상을 원래의 아름다움이 잘 묻어나게 잘 표현해냈다.

인물들의 감정을 잘 표현했을 뿐만 아니라 게임 내 배경이 매우 감각적이다. '세계는 바깥에서부터 안쪽으로 점차 망가져 간다'라는 설정을 게임 내에 굉장히 잘 녹여내었다. 니코가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활기차고 희망적인 세상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래서 게임을 진행할수록 망가지기 전 세상 본연의 아름다움이 잘 드러난다. 그렇기에 아름다운 세상에서 일상을 지내는 인물들을 지켜주고 싶었다. 니코가 좋아서, 만나는 사람들이 좋아서, 그들이 있는 세상이 좋아서. 점점 붕괴되어가는 세상을 되살리고 싶었다.


하지만 빛이 있으면 늘 그늘이 존재하는 법. 니코는 거의 마지막에 다다라 도서관 사서에게 불편한 진실을 듣게 된다. 세상의 운명을 짊어진 니코는 진실을 듣고 압박감을 느끼기 시작한다. 게임을 진행하면서 니코는 불안함을 나에게 털어놓기 시작한다. 니코가 좋았기에 세상을 구하고 싶었던 마음이 모순적이게도 니코를 불안하게 만든 것이다.



단 한 번의 기회만이 있습니다. You only have one shot.


 니코가 짊어진 운명은 너무나도 가혹하다.

니코의 갈등은 계속 커져가며, 결국 마지막에 니코는 세상의 운명을 결정 지을 수 있는 선택을 나한테 넘기게 된다. 선택지가 나오는 그 순간 나의 떨려오던 감정을 잊을 수가 없다. 선택의 결과가 현격하게 달랐던 것이다. 어떤 선택이 옳은 것일까? 책임을 질 수 있을까? 생각들이 머릿속을 지배하고 쉽게 선택하지 못했다. 선택을 하는 그 순간, 나의 여정은 끝나게 되고 본 작의 제목인 '원샷'과 작중 대사인 "You only have one shot"의 의미를 드디어 깨닫게 된다.


게임 속 캐릭터가 나를 인지하는 '메타픽션'을 이용해 니코와 가까워지는 것도, 망해가는 세상 안에서 희망을 잃지 않는 인물들도, 지금까지 보아왔던 아름다운 지형들도 이 한 번의 선택을 위해 만들어진 듯하다. 니코가 너무 사랑스럽고 인물들이 너무 매력적이기에 이 선택지에서 느끼는 불편한 감정들을 절대로 잊을 수 없을 것이다.

 

마지막에 선택을 강요받는다.

나의 선택으로 세상이 바뀌어 버렸다. 옳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선택에 대한 후회와 아쉬움이 조금 남았었다. 정말로 내가 최선의 선택을 한 걸까? 다른 방법이 있진 않았을까? 나에게는 사랑스러웠던 친구들이고 아름다웠던 세상이었기에 다시 한번 여행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니코와 그들을 만나고 이야기를 들으며 세상을 탐방했다. 좀 더 나은 선택을 하기 위해서 말이다. 무심코 지나치던 거리를 잠시 멈춰서 본다면 자그마하게 피어있는 꽃을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면서.


니코가 이곳을 기억하는 한, 네가 이곳을 기억하는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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